[최초시승] 실속 있는 전기차, 푸조 e-2008 SUV
조회수 1,5962023. 12. 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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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e-2008은 전기 소형 SUV다. 내연기관과 함께 쓰는 ‘CMP(Common Modular Platform)’을 밑바탕 삼아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6.5㎏·m의 전기 모터로 앞바퀴를 굴린다. 공차중량 1,605㎏(GT 기준)의 아담하고 가벼운 차체를 요리조리 조종하는 ‘손맛’이 전형적인 푸조다. 각종 보조금과 프로모션을 더하면, 3,000만 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
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푸조 SUV 최초의 순수 전기차
e-2008은 푸조 SUV 라인업 최초의 전동화 모델이다. 국내에는 2020년 7월 내연기관 모델과 함께 출시했다. 단일 차종에 내연기관부터 순수 전기까지 모든 파워트레인을 제공하겠다는 ‘파워 오브 초이스(Power of Choice)’ 전략의 신호탄이었다. B세그먼트는 유럽의 차량 크기에 따른 구분으로, 차체 길이 3.7~4.2m의 소형차를 뜻한다.
푸조 2008의 시작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당시 3008의 동생이자 기존 207SW(스테이션왜건)의 후속으로 데뷔했다. 개발명 ‘A94’의 1세대는 소형 해치백 206과 유전자를 나눴다. 가솔린 1.2와 1.6L, 디젤 1.4와 1.6L 엔진을 얹고 앞바퀴를 굴렸다. 변속기는 자동 4단과 6단, 수동 5단과 6단을 물렸다.
국내엔 2014년 출시했다. 연비 좋은 1.6 e-HDI(디젤)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얹고, 2,650만 원으로 시작하는 가격을 앞세워 입문용 수입 SUV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수동 기반 얼개에 클러치 밟는 수고만 던 전자제어 변속기의 굼뜬 반응 때문에 일부 오너들의 불만도 뒤따랐다. 2019년 2008은 개발명 ‘P24’의 2세대로 거듭났다.
7년 만의 진화답게 안팎을 송두리째 바꿨다. 밑바탕은 PSA그룹(현 스텔란티스)의 ‘CMP(Common Modular Platform)’으로, 신형 208과 DS3 크로스백, 오펠 코르사 등이 공유한다. 2세대 2008 출시 이듬해 푸조는 순수 전기차 e-2008 SUV를 더했다. 지난해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기존 237㎞에서 260㎞로 늘렸다.
역동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외모
이전 세대 2008은 표정이 다소곳하고 순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와 완전히 다르다. 볼륨감을 한껏 키우는 한편 조각하듯 군데군데 날카롭게 베어내 생동감이 가득하다. 앞모습은 엠블럼 속 사자처럼 눈을 부릅뜨고 포효하듯 자신감 넘친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305×1,770×1,550㎜로, 높이만 낮췄을 뿐 이전보다 넉넉해졌다.
테일 램프로는 검정색 유광 패널에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풀 LED 3D를 심었다. 엔진 얹은 2008과 외모에 차별점도 뒀다. 예컨대 엠블럼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나가는 가로 패턴 그릴이 대표적이다. 엠블럼 역시 보는 각도에 따라 초록색 또는 파란색으로 보이는 전용 컬러를 씌웠다. 좌우 펜더와 트렁크에는 전기차 전용 ‘e’ 모노그램을 붙였다.
실내는 세상 어떤 차와도 다르다. 인체 공학적 구조의 ‘아이-콕핏((i-Cockpit®)’ 덕분이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을 줄이고, 그 위에 계기판 놓는 파격은 푸조 선행 디자인팀의 한국인 디자이너 신용욱의 아이디어. 개방적 사풍의 푸조조차 처음엔 반대했는데, 시제작차를 만들어 운전하게 해본 뒤 설득에 성공했다고 한다. 오늘날엔 푸조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계기판은 3D 디지털 방식으로, 레이싱카의 운전대 연상시키는 구조물 속에 심었다. 다양한 주행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다른 깊이로 입체감 있게 띄운다. 푸조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 방식보다 0.5초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위엔 7인치 HD 터치스크린이 자리한다. 스마트폰 미러링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은 유선 연결의 수고가 뒤따른다.
‘감칠맛’ 핸들링과 민첩한 가속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은 내연기관과 전기의 ‘혼혈’로 승부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2008 SUV도 마찬가지다. 샌드위치처럼 납작한 전용 플랫폼이 아닌, 엔진과 연료탱크 공간 남긴 밑바탕을 쓴다. 대신 꾸준히 숙성시켜온 섀시 기술을 오롯이 활용할 수 있다. 역시 e-2008 SUV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유의 감칠맛 나는 몸놀림을 자랑한다.
① 경쟁사보다 유독 서스펜션 행정(위아래 움직임 범위)이 길고, ② 댐퍼 피스톤 직경이 크며 ③ 참신하되 단순하고 정직하며 논리적인 구조와 ④ 타협 없는 강성을 더해 ⑤ 최고의 ‘가성비’를 이끌어냈다. 물론 배터리팩 등 상이한 구조가 손맛을 살짝 희석시켰다. 그럼에도 단단하고 무미건조한 라이벌과 차이는 확연하다. 시종일관 매끈하면서 생기발랄하다.
승차감도 자연스러워 장거리 여정 때 뒷좌석의 가족들도 편안하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6.5㎏·m의 전기 모터는 공차중량 1,605㎏(GT 기준)의 비교적 가벼운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공간은 434L가 기본인데, 뒷좌석을 접어 1,467L까지 확장할 수 있다. 항속거리는 한 겨울만 아니라면 300㎞ 이상도 거뜬히 소화한다.
또한, 면 단위까지 갖춘 환경부 급속 충전기로 30~40분이면 50㎾h 용량 배터리의 80%까지 채울 수 있다. 푸조 e-2008 SUV는 꼭 필요한 공간과 성능, 주행거리를 찾는 스마트한 소비자와 궁합이 좋다. 트림별 가격은 얼루어가 5,290만 원, GT가 5,490만 원. 12월 프로모션과 보조금 혜택을 적용하면 경기도 기준 3,000만 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