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디젤 대신 사도 좋을까?
조회수 1,9122023. 12. 22. 19: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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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국산 미니밴에도 하이브리드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주인공은 부분 변경을 치른 4세대 기아 카니발.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해 ‘1L당 14.0㎞’의 복합연비를 달성했다. 지난 19일, 수도권 일대에서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카니발 디젤 및 경쟁 차종인 토요타 시에나와의 차이점을 살폈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기아, 서동현
그동안 ‘하이브리드 미니밴’ 타이틀은 시에나가 독점하고 있었다. 토요타코리아가 지난 2021년 4월 4세대 모델을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오면서부터다. 2WD 기준 1L당 14.5㎞/L의 높은 연비와 사륜구동이라는 추가 선택지, 북미에서 쌓아 올린 신뢰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9월엔 알파드까지 출시해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연비 좋은 국산 하이브리드 미니밴의 부재가 아쉬운 시점에서, 드디어 국민 미니밴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생겼다. 디젤의 효율은 마음에 들지만 진동과 소음이 싫고, V6 3.5L 가솔린의 유류비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을 위한 옵션이다. 기본형 모델(3.5 가솔린)에 450~455만 원을 추가하면 구매할 수 있는 카니발 하이브리드. 약 80㎞의 시승코스를 달리며 경쟁력을 살펴봤다.
① 익스테리어
카니발이 약 3년 만에 외모를 바꿨다. 쏘렌토 등 최신 기아의 패밀리룩을 따라 앞뒤 디자인을 크게 바꿨다. ‘ㄱ’자로 꺾은 앞뒤 램프와 새로운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 가다듬은 앞뒤 범퍼 정도가 눈에 띈다. 리어램프와 가깝게 붙어있던 번호판은 보다 아래로 내려갔다. 동시에 트렁크 손잡이를 없애 비교적 깔끔한 뒷모습을 완성했다.
하이브리드만의 전용 외관 디자인은 거의 없다. 공력성능을 강화한 18인치 전면가공 휠만 다를 뿐, 나머지 특징은 가솔린·디젤과 똑같다. 차체 컬러는 총 여섯 가지. 스노우 화이트 펄과 아스트라 블루, 오로라 블랙 펄, 판테라 메탈, 세라믹 실버에 신규 색상인 아이보리 실버를 추가했다.
② 인테리어
1열은 운전자 친화적으로 변신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공조장치 패널. K8이나 EV6에 들어간 미디어-에어컨 전환형 디스플레이를 달아 해당 부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였다. 그만큼 센터콘솔 수납 공간이 늘어 스마트폰을 비롯한 물건을 더 많이 넣어둘 수 있다. 12.3인치 모니터 두 개를 엮은 디스플레이엔 무선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간다.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모델엔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가 들어간다. 시트 속 공기 주머니를 부풀려 주기적으로 자세를 풀어주는 기능이다. 추가 옵션을 고르면 빌트인 캠과 함께 기존에 없었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더할 수 있으며, ‘스마트 커넥트’ 옵션엔 대형차에 주로 들어가는 디지털 룸미러를 마련했다. 구형 카니발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옵션 리스트가 빼곡하게 찼다.
우리가 받은 시승차는 시그니처 9인승. 2열 시트의 앞뒤 슬라이딩은 수동으로, 등받이 기울기는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7인승의 2열엔 앞서 EV9을 통해 선보였던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가 들어간다. 시승차는 ‘컴포트’ 옵션까지 들어있어 2열 통풍 및 열선 기능과 확장형 센터콘솔, 3열 USB-C 포트 2개, UV-C 살균 암레스트 수납함까지 있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보닛 아래엔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엔진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각각 180마력, 27.0㎏·m씩 내며, 전기 모터는 73마력 및 31.0㎏·m를 뿜는다. 합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245마력 및 37.4㎏·m. 회전과 동시에 전력을 다하는 전기 모터를 더했지만, 배기량이 낮아 힘의 총 크기는 특별하게 높지 않다.
복합연비는 9인승 18인치 휠 기준 1L당 14.0㎞다. 7·9인승에 19인치 휠을 끼우면 1L당 13.5㎞까지 내려간다. 친환경차 인증은 받지 못했다. 1,600㏄급 엔진은 14.3㎞/L 이상의 연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환경차 세제혜택 대상 역시 아니다. 대신 2종 저공해차로 분류돼 공영주차장 할인과 혼잡 통행료 면제, 공항주차장 요금 할인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다.
④ 주행성능
시승 코스는 일산 킨텍스에서 출발해 북한산 인근 카페를 거쳐 돌아오는 약 80㎞ 구간. 국도와 고속도로, 도심이 적절히 섞여 있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다양한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도심에선 매끈하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곧바로 엔진을 깨우지 않는다. 가속 페달 밟는 양을 따라 전기 모터로 부드럽게 밀어주다가, 모터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순간 엔진 시동을 건다. 힘을 빼고 운전할수록 전기 모터 혼자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엔진 소음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 않아 한층 쾌적하다. 수도 없이 경험해본 하이브리드지만, 카니발이기에 새롭다.
많은 예비 오너들의 걱정거리는 ‘출력이 부족하진 않을까?’였다. 2t(톤) 넘는 미니밴에 1.6L 엔진은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우선 시내에선 문제없다. 디젤 엔진만큼의 박력은 없지만 점진적인 가속으로 승부한다. 계측기로 직접 측정한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9.7초. 영하 6℃의 날씨에 얼어붙은 노면에서도 괜찮은 기록을 냈다.
거슬리는 부분은 엔진이 깨어나는 순간의 소음이다. 시동을 건 순간부터 회전수를 높게 띄우는 탓이다. 적막이 맴돌던 실내에 엔진 소음이 급격하게 들이쳐 이따금씩 신경 쓰인다. 빠른 속도로 달릴 때도 마찬가지. 그나마 풍절음 및 노면 소음과 뒤섞여 슬그머니 존재감을 감춘다. 6단 변속기의 한계 때문인지 엔진 회전수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아주 평범하다. 성인 2명과 약간의 촬영 장비를 태우고 차근차근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승객과 짐을 가득 태웠을 땐 힘이 모자랄 수 있다. 고속 영역으로 올라갈수록 출력을 보태는 전기 모터가 충분한 성능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속 토크가 강점인 모터와 1.6L 엔진 조합은 고속도로보단 가감속이 잦은 시내가 더 어울린다.
가속 성능은 보통이지만 차체 밸런스는 이전보다 낫다. 첫 번째 이유는 서스펜션 댐퍼의 개선. 쇼크 업소버 내부에 별도의 밸브를 적용해 오일 압력 조절량을 최적화했다. 바퀴가 충격을 받았을 때 쇼크 업소버 손상을 막는 앞쪽 범프 스토퍼(Bump Stoper) 길이도 늘려 차체 앞뒤 기울임을 억제했다. 더불어 배기량 다운사이징으로 엔진 무게는 줄고, 차체 바닥엔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들어갔다. 디젤 및 가솔린보다 앞뒤 무게 배분이 뛰어날 수밖에.
두 번째 이유는 하이브리드 전용 기술 덕분이다. 이름은 ‘E-라이드’와 ‘E-핸들링’. E-라이드는 과속방지턱처럼 큰 요철을 넘을 때 전기 모터의 감속 토크를 활용해 차체 앞부분의 위아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E-핸들링은 코너에 진입할 때 전기 모터로 속도를 줄여 앞바퀴 접지력을 올린다. 보다 깔끔한 궤적을 그리면서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는 이유다.
이렇게 여러 기술과 구조적 특성이 모이면서, 기존 카니발보다 밀도 높고 균형 잡힌 운전 감각을 완성했다. 3세대 플랫폼의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고속 주행 안정성도 훌륭하다. 시에나 하이브리드와의 차이점도 확실하다. 시에나가 부드러운 하체로 미국 스타일의 풍요로운 맛을 살렸다면,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탄탄한 서스펜션으로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자랑한다.
운전하는 느낌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으나, 2열 환경은 개인적으로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시에나의 2열 시트가 진동이 조금 더 올라온다. 방음 성능은 비슷한 수준. 부분 변경을 거치며 카니발 노블레스 트림부턴 2열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 시에나는 무릎 공간이 장점이다. 오직 7인승으로만 나와 2열 시트의 슬라이딩 범위가 압도적으로 길다.
시승을 시작하면서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연비를 측정했다. 약 55㎞를 달려 얻은 평균 연비는 1L당 14.3㎞. 고속도로 비중이 꽤 높았지만, 연비를 올리는 데 신경 쓰지 않아 눈에 띄게 높은 숫자는 얻을 수 없었다. 이날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한 기자의 성적은 19.0㎞/L였다.
⑤총평
결론을 내자면,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2.2 디젤의 완벽한 대안이 아니다. 특히 고속 주행 비율이 늘어날수록 하이브리드만의 장점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연간 1만5,000㎞를 달리는 운전자 기준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1년 유류비는 약 170만4,000원. 디젤은 173만1,000원이며, 3.5 가솔린은 265만2,000원이다. 복합연비 14.5㎞/L의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164만4,800원이 든다(12월 18일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값 기준).
하이브리드의 확실한 장점은 자동차세다. 배기량이 가장 낮아 연간 29만820원만 내면 된다. 2.2 디젤은 55만9,260원 3.5 가솔린은 90만2,200원이며 2.5L 엔진을 쓰는 시에나는 64만6,620원을 내야 한다. 연비 좋은 시에나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높은 가격이다. 현재 토요타코리아 홈페이지 기준 AWD 사양은 7,050만 원, 2WD는 7,060만 원이다.
분명한 건 소비자 입장에서 국산 하이브리드 미니밴의 투입은 환영할 일이다. 도심이나 수도권이 주요 생활 반경이라면 적극 추천할 만하다. 장거리용으로는 디젤도 어울리지만,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싫다면 하이브리드를 골라도 좋다. 지극히 무난한 가속 성능에 불평하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장점
1) 도심에서의 매끈하고 조용한 움직임
2) 내연기관 모델보다 뛰어난 차체 밸런스
3) 구형보다 쓰기 편한 1열 수납공간
단점
1) 주행거리가 길수록 디젤 모델이 낫다
2) 널찍한 1열 창문에서 들리는 풍절음
3) 오직 천장에만 있는 2열 송풍구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