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조변에 객잔이라고는 오직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적무강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객잔에 들어서자마자 끈끈한 시선이 적무강을 따라붙었다. 한둘이
아니라 마치 객잔 전체가 적무강을 감시하는 듯했다. 그 때문에 공기
가 답답할 정도였다. 단순히 외지인에 대한 텃세라고 보기에는 지나
친 감이 없지 않았다.
'열렬한 환영이군.'
적무강은 내심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가 계산대에 다가가
자 털북숭이 주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고 갈 거유?"
"하룻밤."
"여섯 냥이우. 식대는 따로 받수."
다른 곳보다 두 배는 비싼 값이었다. 그러나 적무강은 묵묵히 셈
을 치렀다.
"내일 하루 배를 빌릴 만한 곳이 있겠소?"
"이곳의 배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출항하는 것들이기에 댁의 유
람을 위해서 빌려 줄 사람은 없을 거유. 일찌감치 포기하슈."
"고맙군."
적무강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
앉았다. 일변한 그의 눈빛에 주인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탁!
그가 동전 두 냥을 내놓으면서 말했다.
"우선 소면하고 만두 좀 갖다 주시오. 그리고 소홍주 있으면 한
병 주시오."
"자, 잠시 기다리시오."
적무강의 눈빛에 기가 죽은 주인이 급히 주방 쪽으로 뛰어갔다.
객잔 안은 대체로 한산한 편이었다. 반 이상의 자리가 비어 있었
다. 덕분에 적무강은 창가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객잔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
된 탓이다. 그들은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적무강을 살피고 있
었다. 딴에는 은밀하게 한다고 했지만 적무강은 그들의 숨결 하나까
지도 도무 파악하고 있었다.
'단지 이방인에 대한 경계의 시선인가? 아니면.....'
적무강은 물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
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두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쪽으로 들어갔다고 했는데......"
"정말 여기가 맞아?"
"그래! 여기......아! 저기 계신다."
그때 객잔의 입구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시선
이 이번에는 객잔의 입구로 집중됐다. 적무강 역시 입구 쪽을 바라
봤다.
객잔에 모습을 나타낸 삼남일녀. 그들은 적무강이 있는 곳을 향
해 곧장 다가오고 있었다.
적무강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의 기억에 없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
은 분명 자신이었다. 그들은 거침없이 적무강 앞으로 다가오더니 일
제히 포권을 취했다.
"적 대협을 뵙습니다."
"난주사협(蘭州四俠)이 적 대협을 뵙습니다."
스스로를 난주사협이라 밝힌 인물들, 그러나 여전히 적무강의 기
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날 아는가?"
적무강의 말에 일행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삼십대 초반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말했다.
"우리는 섬서성 난주에서 활동한 무인입니다. 그래도 섬서성에서
는 제법 이름을 날려 스스로 난주사협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협의 장도에 감명을 받아 나름대로 힘을 보태고자 섬서성
에서 이곳까지 대협의 길을 따라왔습니다. 마침 오늘 이곳에 대협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도 천왕성을 상대하는 데 힘을 보태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대협!"
눈을 빛내며 적무강에게 부탁하는 난주사협. 그러나 그들을 바라
보는 적무강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어딜 가나 명성을 바라고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들은 존재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강호상에서의 명성, 적무강은 난주사협이라는
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난주사협이라는
별호를 들은 기억도 없거니와 스스로 협(俠)이라는 단어를 쓰는 자들
이 있다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협은 스스로가 붙이는 것이 아
니라 그의 역량과 강호상에서의 협행을 모두가 인정할 때 강호 동도
들이 붙여 주는 것이다. 때문에 협 자가 들어간 별호를 가진 사람들
은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협 자를 가지고도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 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음식 나왔수."
그때 객잔 주인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음식이 담긴 접시를 급히
내려놓고 총총히 사라졌다.
적무강이 보기에 스스로 난주사협이라 칭한 자들은 자신에게 기대
명성을 얻기를 기대하는 족속이었다. 적무강에게 그런 자들의 장단
에 놀아 주는 취미 따위는 없었다.
"돌아가도록....."
"대협의 장도에 저희들도 힘을 보태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들
도 악의 소굴인 천왕성을 무찌르는 데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대협, 부디 저희들도 같이......"
난주사협의 홍일점인 연화연이 적무강의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자 성숙한 여인의 향이 물씬 풍겨 왔다.
"그래요. 저희가 같이 가면 전력이 느는 거잖아요. 홀로 험한 길을
걷는 것보다는 그래도 저희가 같이......"
적무강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살고 싶으면 지금부터 셋을 셀 동안 이곳에서 도망가도록. 그 이
상 여기에 머문다면 나도 당신들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는 말을 내뱉은 후 만두를 한 점 씹었다.
사람을 무시하는 그의 태도에 연화연의 아미가 치켜 올라갔다.
"하나."
"강호에 명성이 있다고 이리 사람을 무시하다니, 적 대협에 대한
소문도 헛된 것이었군요. 그런 줄도 모르고 영웅을 따른다고 달려왔
으니, 정말 실망이네요."
"둘."
"삼매, 조용히 해라."
"하지만 오라버니......"
"어허! 대협, 부탁입니다. 우리도 대협의 장도에....."
난주사협 중 우두머리인 장일락이 연화연의 말을 끊고 적무강에게
다시 한 번 말을 하려 했다. 그들은 적무강이 숫자를 세는 것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그의 말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셋! 이미 당신들이 살 기회는 물 건너갔다."
적무강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장일락이 그제야 생각났
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이 무슨?"
"당신들의 팔을 보도록."
적무강의 말에 장일락이 자신의 팔을 봤다. 그 순간 그는 볼 수 있
었다. 자신의 팔에 번져 있는 검은색의 반점을. 그가 자신도 모르게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이것은......?"
"독이다. 그러나 어느 종류인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이게 언제?"
"내가 먹는 음식에 뿌려져 있는 독이다. 아마 냄새를 맡는 것만으
로도 중독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경고했을 때 도망갔다면 조금이라
도 살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적무강의 말에 난주사협의 얼굴에 기괴한 표정이 떠올랐다.
연화연이 울상인 얼굴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당신은 음식을 직접 먹었잖아. 우리는 그저 곁에만
있었을 뿐이라고."
"난 이미 독 따위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
연화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객잔 주인에게 가 보도록. 그라면 해독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
르지."
적무강은 주방에 숨어서 이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 주인을 가리키
며 말했다. 그러자 난주사협이 득달처럼 주방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의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전신에는 무서운 살기가
풍겨 나왔다. 가히 흉신악살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달려가는 순
간에도 검은 반점은 급속히 그들의 전신을 잠식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주인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전신을 시커멓게 물들이
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리며 그들이 절규했다.
"안......돼!"
"끄으으!"
쿠쿠쿵!
난주사협이 연이어 바닥에 쓰러졌다. 이미 그들의 숨통은 끊어져
있었다. 그리고 곧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혈수로 변해 갔다. 순식
간에 살아 있는 생명체를 한 줌의 혈수로 만들어 버리는 지독한 극
독이었다.
그러나 객잔 안의 사람들 중 누구도 그들의 죽음에 놀라지 않았
다. 그들의 시선은 한 줌의 혈수로 변한 난주사협이 아닌 적무강의
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난주사협은 단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중독되어 처참하게 죽었지만, 정작 독을 먹은 당사자는 너무나 태
연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얼굴에 곤혹스런 빛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객잔 전체가 천왕성의 지부일지도 모르지."
적무강은 마치 남의 일처럼 중얼거리며 만두와 소면을 들었다. 그
런 그의 모습에 오히려 객잔의 주인과 손님들이 질렸다. 그들은 잠시
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무
강이 말했다.
"여기까지다. 더 이상 건드린다면 이 객잔 전체를 날려 주지."
싸늘한 그의 말에 객잔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어차피 적무강도 하루 쉴 곳이 필요했다. 만약 이곳을 날린다면
오늘도 노숙을 해야 했다. 그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리고 난주
사협의 일은 그가 자신을 따라온 군웅들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적무
강은 결코 남들의 치기 어린 영웅 놀음에 꼭두각시처럼 놀아 줄 생
각이 없었다. 영웅 놀음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지 못
하면 기다리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적무강은 음식을 다 먹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이 어딘가?"
"사, 삼층 맨......끝 방......"
너무나 태연한 적무강의 모습에 주인이 불신의 얼굴로 말을 더듬
었다. 사실 그가 적무강의 음식에 탄 독은 칠보추혼산(七步追魂酸)
과 혈미인(血美人), 그리고 학정홍(鶴情紅)으로 그중 단 하나만 복용
하더라도 한 줌의 혈수로 변하는 극독 중의 극독이었다. 그런데 눈앞
의 괴물은 세 가지 극독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고도 전혀 중독의 기
미가 없었다.
아마 그는 평생을 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적무강이 익힌 화륜심
결은 외부의 침입을 결코 용서치 않는다는 것을. 비록 칠보추혼산과
혈미인, 그리고 학정홍이 천하에 다시없는 극독이긴 하지만 적무강
의 몸에 들어오는 순간 화륜심결의 가공할 열기에 순식간에 증발했
다는 것을 말이다.
삐걱!
적무강이 올라가자 낡은 계단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객잔에 있는 그 누구도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하는 사
람은 없었다. 그들은 적무강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숨죽이
고 있었다.
"휴~!"
마침내 적무강이 사라지자 누군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극독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라니....."
주인이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아직 자신의
목이 붙어 있는 것이 마치 꿈결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방에 들어온 적무강은 창문을 열었다. 넓은 청해호의 모습이 한눈
에 들어왔다. 그리고 군데군데 횃불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생각했던 대로 그를 쫓아온 이는
난주사협뿐만이 아닌 듯했다. 밖에 횃불을 밝히고 있는 이들의 모습
이나 복장으로 봐서 모두 각자 다른 곳에서 몰려든 자들이 틀림없었
다.
"나를 따라온 자들인가?"
적무강은 차마 객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
았다. 저들 중 누군가는 정말 천왕성을 물리쳐 중원의 평화를 구하려
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무강의 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이름을
날리려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든지 적무강은 상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힘이 있으면 자신의
뒤를 따라올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난주사협처럼 한 줌의
혈수로 변할 것이다. 그게 어떤 것이든 그들이 택한 선택이다.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일까지 그가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었다.
적무강은 도집을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침상에 누워서 자는 것도 오늘이 끝일 것이다. 그러나 마
음 편하게 잘 수 있을지는 그도 장담하지 못했다.
침상에 눕자마자 수마가 덮쳐 왔다. 그는 이곳이 천왕성의 지부라
는 사실을 이미 잊은 듯했다.
"어떻게 할 거유? 저대로 이곳에서 자게 내버려 둘 거유?"
"그럼 어떻게 할까? 암습이라도 할까?"
객잔 주인과 한 남자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인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에게 주눅
이 들었는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년남자가 탁자 위에 놓인 술잔을 들며 말했다.
"저대로 놔두게."
"하지만 여기는 우리 지부가......"
"그래서 어떡하겠다는 건가, 독이 통하지 않는 저 괴물을? 암습으
로? 헛꿈 꾸지 말게. 명색이 마도육문 중 하나라는 낭혈문의 문주를
일대일 대결로 죽인 그야. 그런 자에게 우리의 암습이 통할 거라 생
각하는가? 괜히 그를 건드렸다가는 이곳이 통째로 날아가는 수가 있
어."
중년남자의 말에 객잔 주인의 얼굴에 불만이 서렸지만 감히 뭐라
고 말하지는 못했다.
"휴~! 자네의 마음은 잘 알지만 저자는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났네.
이젠 본성에서 손을 쓰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저자의 동향을
파악해 본성에 보고하는 것밖에 없다네."
"젠장! 우리 지부에서 잠을 자는데도 이렇게 가만히 두고 봐야 한
다니...... 정말 이런 경우는 어디에도 없을 거유."
"나도 마찬가지네. 정말 기가 막히지. 설마 천왕성의 지부에 와서
잠을 청하다니. 그러나 어쩌겠는가? 힘 없는 게 죄지. 나도 내 지부
에서 이런 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 그래도 명색이 이곳 지부장인
데."
"허~ 참!"
자신의 안방에 들어와서 편하게 잠을 자는 적을 보는 그들의 심정
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적무강을 어찌
해 볼 방도는 없었다.
결국 중년남자는 다른 방안을 택했다.
"그를 건드릴 수는 없겠지만, 밖에서 그를 추종하는 얼뜨기들은
처리할 수 있지. 그들도 저 괴물처럼 독이 통하지 않는 신체는 아닐
테니까."
"휴~! 그렇게라도 화를 풀어야겠군요."
객잔 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무강이 일어난 때는 아침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그는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천왕성에서는
그의 예상을 깨고 움직이지 않았다. 덕분에 잠을 푹 잔 것은 좋았
지만 무언가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적무강은 얼굴을 씻고 나서 피풍의를 걸치고 밑을 내려왔다. 그러
자 마치 소 닭 보듯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들의 반응은 어제와 달랐다. 어제는 노골적인 적의와 살기가 담겨 있
었다면 오늘은 자신들이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담겨 있었다. 감히 자신들이 넘볼 수 없다면 차라리 신경을 끄는 것
이 속편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든든하게 먹을 수 있게 잘하는 요리로 몇 가지 가져오게."
적무강의 말에 주인이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다 몸을 돌리며 투
덜거렸다.
"젠장~! 독이 통하지 않으니까 아주 제멋대로군."
그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적무강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의 말 그
대로이기 때문이다.
적진에 들어와서 마음 편하게 식사까지 얻어먹고 가는 사람은 아마
적무강이 처음일 것이다. 결국 적무강은 객잔으로 위장된 천왕성의
지부에서 아침까지 얻어먹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배를 구할 일만 남은 것인가?'
사십 리나 되는 뱃길이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
공을 소모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배를 구
해야 했다.
적무강은 호숫가를 거닐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호숫가를 따라 수많은 시
신이 널려 있었다. 이곳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이 되는 복장, 그들은
중원에서 온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독에 당한 후 습격을 받은 듯 대
항한 흔적조차 없었다.
"결국......"
적무강이 그들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끝내 이렇게 되었다. 진짜배기들은 중원에서 나오지 않는데 혈기에
들뜬 무인들만이 나섰다가 이런 참변을 당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어제 경고를 했다면 돌아갔을까? 아닐 것이다. 난주사
협도 그랬다. 이들은 명성에 목숨을 거는 강호인이었다. 그들이 온
계기는 적무강이 만들어 주었으나, 돌아가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이
었다.
"이들에게 가혹한 말인지 모르지만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이들이 모두 천왕군도로 따라갔다가는 더한 참극이 일어났을 것이
다. 그리고 나의 일에도 지장이......"
적무강은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자신의 목숨은 오직 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강
호의 율법이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 ~~~~~~~~~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