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피우기
미안한 저녁이
삼월에는 있다
겨울 무를 꺼내
그릇 하나에는
어슷하게 썰어 담고
다른 그릇에는
채를 썰어
고춧가루와 식초를 조금 뿌렸다
밥상에는
다른 반찬인 양
올릴 것이다
내가 아직 세상을
좋아하는 데에는
우리의 끝이 언제나
한 그루의 나무와
함께한다는 것에 있다
밀어도 열리고
당겨도 열리는 문이
늘 반갑다
저녁밥을 남겨
새벽으로 보낸다
멀리 자라고 있을
나의 나무에게도
살가운 마음을 보낸다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한 나무에게
삼월도 따듯한 기운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 '삼월의 나무' / 박준 >
아침 8시 우리는 사과나무치과 주차장에 모였습니다.
연하고 수수한 나무를 찾아 삼월의 따듯한 기운을 얻어오기 위해.
이른 시간인데 김경윤 회장님께서 김밥을 준비해 오셨네요. 귀쫑의 튼실한 나무 한 그루로부터 받은 밥기운에 출발부터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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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문수산 도착.
산행에 앞서 산행대장님의 산행코스안내와 문수산성 역사에 관한 브리핑.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53A3E5C94927827)
10번에서 출발 11~20~19~17~14~13 원점회귀 코스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C753E5C94927824)
시산제를 겸한 산행 시작전 몸풀기
다들 엄청 진지...지리산이라도 오를 기세~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6503E5C94927823)
패션 테러리스트~누구라고 꼭 집어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만..^^;;
![](https://t1.daumcdn.net/cfile/cafe/996A8D3E5C94927933)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오르다보면 땀뻘뻘
두꺼운 옷은 벗어서 체온조절해주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4653E5C94927930)
문수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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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9986E53E5C94927B31)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99B3B5C94927B37)
찍사가 다가오면 언제나, 순식간에 이러고 계신 이 분도..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DF13B5C94927B38)
가끔은 이런 멀쩡한 자세로 찍히는 일도 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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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990D093B5C94927C2D)
![](https://t1.daumcdn.net/cfile/cafe/996C493B5C94927D36)
중턱에 준비된 제단이 있네요
여기서 시산제를..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CA73B5C94927D32)
대장님을 필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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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99662B355C94927F2E)
임영근님께서 직접 써오신 축문을 아뢰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F6B355C9492803B)
모두의 마음을 쏘옥 사로잡은 명문이었습니다~
궁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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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
기해년 이월 스무하루,
봄이 오는 길목에 선 이 좋은 날에,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조강과 염하강으로 휘감아돌고
강화도와 개풍군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이곳 문수산성 옛터에 이렇게 모여 바라옵니다.
고봉산과 덕양산의 고장에서
인문학 공부도 하고
산천을 다니며 마음을 닦는
귀가쫑긋 몸공부반 산벗들이 모였으니
소나무도 전나무도, 떡갈나무도 졸참나무도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기해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대장님, 박경만 대장님을 모시게 되었고,
홍유경, 최원집 커플 총무님이
살림살이를 맡아 애써주시기로 하였습니다.
올 한해도 새로운 대장님, 총무님과 함께
나라 곳곳,
주왕산, 소백산에서 설악산, 금강산까지
고운 산길 거친 산길
마다하지 않고 다녀보기로 하였습니다.
가는 길마다
동박새도 어치도 방울새도 딱따구리도
굽어 살펴주옵소서.
어서 빨리 급히 올라
정상에서 거센 바람 맞으며
아래를 굽어보고파 하는 급행자도 있사옵고
한걸음 한걸음
나무와 새와 벗하며
살랑대는 바람을 즐기는 완행파도 있사옵니다.
무릇 산이 우뚝 솟아나 계곡이 생겨나고
계곡에서 솟은 물이 강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갑니다.
유홍준 선생의 말처럼,
이렇듯 산이 강을 낳았지만
산은 강을 결코 넘을 수 없다고 합니다.
급행자도 완행자도
우리 귀가쫑긋 몸공부반 산벗들이
산과 들을 다니며 이런 역설의 지혜를 깨달으며
몸도 마음도 풍성하게 이끌어주시고
가는 길마다
산수유도 진달래도 산벚나무도 쪽동백도
반갑게 맞아주시기를 이렇게 비옵나이다.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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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미마저 감도는 산행인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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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을 모두어
대자연께 정성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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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씨와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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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길을 허락하시고 당신의 풍요에 기대어 쉼을 누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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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쉬 정성은 뭐니뭐니 해도 머니..입니다 ㅎㅎ
옆에 있는 사랑은 현금으로 표현하고
멀리 있는 사랑은 송금으로 표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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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샘이 보쌈을, 서금희님이 오뎅탕을 준비하셨어요.
오가는 보쌈 한점에 사랑이 무르익고
너한입 나한입 오뎅 한꼬치에 세상 걱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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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사가 요청하면 입안에 음식 가득 물고도
전투적으로 포즈에 임하는 프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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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산 정상입니다~
각종 커플들의 컴잉아웃~ 앞다투어 커플인증 사진을 요청합니다...^^
커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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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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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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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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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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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다섯 쌍 중 어느 커플이 가장 다정스러운가요?
이 중에서 진퉁커플과 짝퉁커플을 감별해보셔요ㅋ
정상에서 에디박께서 내려주는 그윽한 커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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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얼굴조막만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한총무님의 선글라스 참 미스테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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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이즈와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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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이 착용해도 다 맞는 스마트 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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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북한땅과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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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하와 강화도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서해바다
지식가이드 에디박 대장님이 문수산일대 지리와 역사에 관한 차별화된 설명을 시작하시자 다른 산행팀원들도 흘깃흘깃 도강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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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삼행시 대상 수상자 진호님과
초미세먼지 대상 수상자 제임스님~
오대산 삼행시 대상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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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대보름달
산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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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후 강화로 건너가 광성보 한바퀴 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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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성보초입의 광성식당에서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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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길 스타렉스 타이어가 펑크나는 봉변을 당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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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가득한 이분들의 낭만에 흠집 낼 재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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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로 가는 들길은
꽃피는 곳이 주막이다
봄까치꽃 청보라잔
종지마다 봄이 고이고
누룩은 산수유로 넘쳐
아예 대놓고 동이술이다
휘청거리는 건 바람인데
기어이 나는 아니라는데
산비알 조팝꽃 마구 터져
봄날이 하얗게 허기지다
< '꽃피는 곳이 주막이다'/우진용>
첫댓글 ㅎㅎ 간만에 참석했는데 넘 즐거웠어요.
잼난 후기를 보니 기억이 또 새록새록하네요.
함께하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미경부회장님 함께 하셔서 음청 즐거웠다요~ 자주 뵙게 되기를..^^
후기 대박재밌습니다
차기다리는중 심심해서 카페들렀더니 첫글부터 대박이네요
저질체력... 등산은 왜하나 내려올걸 힘들게 올라가는맘은 뭘까 궁금했는데...한순간에 산과 등산 유혹을 느낍니다
넘재밌고 재치있는 글입니다
컴잉아웃 각종커플중 커플5에 좋아요 꾸~욱 누릅니다^^
역쉬! 관록있는 진퉁감별사 보리님ㅋㅋ
저도 2년전까지 산이 거기 있으면 나는 여기서 바라보면 될 일을 왜 뿌득뿌득 올라가 저 한발욱 보태어 산을 오염시키누.. 뭐 이런 개똥철학의 소유자였으나... 산을 가까이 한 후 생각이 사아악 바뀌었답니다 ㅎ
일단 한번 와보셔용~ 설명이 필요없다능....^^
ㅎㅎ 역시 명 후기~~~ 감솨^^
애독자님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능~~^^*
후기속엔 우리가 산행하며 다 느끼지못한 깨알 재미가 담겨 다시 더 즐겁게합니다.
곁들인 시가 흥취를 더해 봄볕에 취하고 꽃빛에 취하는군요
마치 문수산 산행날 쾌청한 하늘에 눈부심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올해들어 언니의 정갈한 문체에 곡선미와 여유로운 감수성이 더해진 듯.. 사람도 글도 날이갈수록 풍미가 깊어지시는 듯..^^;;
고춘자장소팔과는 다른 차분한 진행이네요.
바쁜 봄날을 여유롭게 이끌어준 3시와 1산문도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허걱,,,, 천기누설ㅋㅋ
묵묵히 뒤에서 디딤돌 되어주시고, 필요할 땐 해야할 말 해주시는 가오리대장님께 이것저것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