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우리 몸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관절?이다.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다리를 절게 될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아기들이 고관절 이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흔히 기저귀를 갈아줄 때 아기의 가랑이가 잘 벌어지질 않아 발견되는데, 조기에 치료해야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DDH)?이란?
?고관절?이란 골반과 대퇴(허벅지) 사이를 연결하는 관절로, 다른 말로 ?엉덩이 관절?이라고 한다. 컵 모양과 흡사하게 생긴 관절뼈인 골반의 ?비구?와 대퇴골의 머리뼈인 ?골두?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렛대 작용으로 상체의 체중을 견디면서 하체에 힘을 전달하고, 보행은 물론 모든 방향으로의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부위다.
이처럼 우리 몸의 원활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고관절이 간혹 제 위치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대퇴골의 골두가 골반에 있는 비구에 정상적으로 위치하지 않고 벗어난 것을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DDH: Developmental Dysplasia of the Hip)?이라고 한다. 한일병원 정형외과 임창석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 질환을 고관절이 탈구되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해서 ?선천성 고관절 탈구?라고 불렀는데, 탈구의 여러 가지 형태를 설명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해서 지금은 좀더 넓은 의미를 갖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부르고 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정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비구와 골두의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지 못해 대퇴 골두가 비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접촉이 없는 ?완전 탈구?, 대퇴 골두가 비구의 정상 위치에서 이탈되어 있기는 하나 접촉은 유지되어 있는 ?불완전 탈구?, 대퇴 골두가 비구 안에 있고 빠질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다리에 힘을 가하면 탈구가 되지만 조작이 끝나면 스스로 제 위치로 돌아오는 ?탈구성 고관절? 등이 있다.
추운 겨울에 많고 여아 환자가 많아
고관절이 탈구되는 데에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윤여헌 교수의 말에 따르면 크게 유전적(선천적) 요인, 내분비계 요인, 물리적 요인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전적인 요인은 부모나 조상에게 관절을 받쳐주는 인대가 잘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가족력을 가진 아기에게서 잘 발생한다. 내분비계 요인으로는 산모의 자궁 내에 있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신생아에게서도 증가되어 고관절의 인대 구조물에 영향을 미쳐 탈구 증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정설은 아니며, 다만 동물실험에서 에스트로겐에 의한 관절 탈구가 보고된 바 있다고 윤여헌 교수는 설명한다.
물리적 요인이란 태내에서 둔위(아기가 거꾸로 들어서는 것)였던 아기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흔히 둔위 태위는 슬관절(무릎)이 완전히 굽혀진 상태가 아닌 ?지나치게 펴진 상태(과신전)?를 보이게 된다. 또한 ?양수 과소증?으로 인해 태아의 운동 환경이 제한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자궁 내의 압력이 높아져 생기는 ?사경(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발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는 ?중족골 내반증? 등이 동반되어 탈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다산보다는 초산인 경우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외에 신생아의 고관절이 ?편 상태(신전)?나 ?개구리처럼 벌리지 않고 안으로 모인 상태(내전)?에서 업어 기르는 경우에도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과거 1970년대 이전의 일본에서 많이 나타났는데, 일본인에게서 빈도가 높았던 것은 아기를 등에 업을 때 두 다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업는 전통적인 관습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일본소아정형외과에서 이런 관습을 고치도록 한 후 발생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편 고관절 탈구는 남자아기보다 여자아기에게서 더 많이 일어나고, 12~3월 사이 한랭기에 태어난 아기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탈구의 70% 정도가 여자아기에게서 발생하는 이유는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아기가 둔위 태향이 많고, 인대 이완이 남자아기보다 더 잘 일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랭기에 태어난 아기에게 잘 발생하는 이유는 겨울에 너무 두꺼운 옷을 입혀 아기가 편안한 위치로 다리를 못 움직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걸음마 여부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보행기 이전_ 보행기 이전에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나타나면 기저귀를 갈 때 가랑이를 벌리는 자세(외전 운동)가 제약을 받게 되며, 엉덩이 아래 대퇴부의 피부 주름이 비대칭적으로 깊어지게 된다. 또한 허벅지 안쪽의 피부 주름도 비대칭적으로 되는데, 단 이것은 정상적인 아기에게서도 나타나므로 허벅지 주름이 이상하다고 고관절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생후 6개월 이전에는 파블릭(Pavlik) 보장구 등의 보조기를 이용해 고관절의 위치를 잡아주는 치료를 하며, 6개월 이후에는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으므로 양측 다리를 잡아당겨 관절의 위치를 정상 위치까지 내려오게 만든 다음 3~6개월 정도 석고 고정을 한다. 이러한 시술로도 치료가 안 될 때에는 수술로 관절을 절개해 제 위치를 잡아주기도 한다.
보행기 이후_ 아기가 걷게 되는 보행기 이후에는 고관절 탈구로 인한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먼저 탈구된 쪽의 다리 길이가 짧아지며, 걸을 때 다리를 전다. 반면에 양쪽 관절이 모두 탈구된 경우에는 다리 길이에 차이가 없지만, 회음부가 넓어지고 양쪽으로 몸을 흔들며 걷는 ?오리걸음?으로 보행하게 된다. 이처럼 보행기 이후에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을 발견하게 되면 벌써 고관절에 심각한 변형이 있는 것을 뜻하므로, 수술로 관절을 절개해 제 위치를 잡아주는 치료를 한다. 이외에 비구와 대퇴 골두의 변형 정도에 따라 골반골이나 대퇴골 자체의 변형을 교정하는 ?교정 절골술?을 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아기 고관절을 보호하려면
윤여헌 교수는 ?아동 학대가 아닌 이상, 아기 기저귀를 잘못 갈거나 옷을 무리하게 갈아입히는 등 상식적인 범위에서 일어나는 일상 활동은 DDH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이 질환 자체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각 없이 아기에게 무리한 힘을 가하기도 해서 고관절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만큼 아기 고관절 보호를 위해 평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임창석 과장에 따르면 먼저 아기 기저귀를 갈 때는 너무 다리를 쭉 펴서 잡아당기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한쪽 다리만 잡아서 들고 있는 것도 좋지 않다. 또한 아기를 무릎 위에 앉힌 후 아기 다리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하며, 다리를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너무 두꺼운 옷을 입히지 않는다. 그리고 기저귀를 아기 엉덩이 크기에 비해 약간 크게 채우는 것도 고관절을 보호하고 발달을 돕는 데 이롭다.
●글_김수정 기자
●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_윤여헌(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임창석(한일병원 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