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전사(戰士)(14)
북한도 리비아에 진출한 건설회사가 있다. 그러나 건설 장비는 물론 기술력도 부족해서 소규모 주택 공사나 도로 보수 작업을 맡았다. 이영준 일행이 ‘금강산건설’ 현장 사무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5분 전이다. 사무소 건물은 20피트 콘테이너를 여러 개 붙여 만들어 놓았는데 곧 그 중 하나의 콘테이너로 안내되었다. 안내한 사람은 북한인이다.
“여기서 기다리시라우요.”
하면서 사내가 나갔을 때 전재호가 의자에 앉더니 앉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열심히 사는 흔적이 보이는군.”
콘테이너 안에는 직사각형 책상이 북판에 놓여졌고 양쪽에 철제 의자가 다섯개씩 배치되었다. 벽 양쪽의 모서리 부분에 선풍기 두 대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금방 한증막이 되었다.
“시발. 사우나를 하고 있으란 말인가?”
셔츠 단추를 푼 전재호가 투덜거렸을 때 문이 열리더니 리비아인 두 명이 들어섰다. 한 명은 양 손에 커다란 트렁크를 힘들게 쥐고 있다.
“누가 미스터 리요?”
앞장선 사내가 물었으므로 이영준이 손을 들었다. 이씨는 이영준뿐이다.
“난 샤로프 대령의 보좌관 무스타파 대위올시다.”
사내가 전재호와 홍경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이영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기 샘플을 가져왔으니까 가격을 내보시지요.”
대위의 손을 쥔 이영준이 전재호를 소개했다.
“이분이 이번 입찰에 대광의 책임자로 오신 전부장이십니다.” “반갑습니다.”
건성으로 전재호와 악수를 나눈 대위가 또 이영준에게 말했다.
“각 샘플마다 적정 수주가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놓았어요. 그러니까 대광은 그것을 기준으로 가격을 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은 전재호가 가로챘다. 이런 특혜가 어디 있겠는가? 바이어 측에서 적정 수주가를 알려주다니. 전재호가 상기된 얼굴로 말을 잇는다.
“수량은 얼마나 됩니까?” “수량은 나중에.” “가격은 언제까지 내드릴까요?” “내일 오전 10시부터 입찰이 시작되니까 당신들은 오후 3시쯤 5번째 순서로 호출될겁니다.”
대위가 아직 선 채로 말을 잇는다.
“구매위원단 앞에서 이 샘플들 가격을 내게 될 테니까 당신들은 모른 척하고 외워두었던 가격을 써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전재호와 이영준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여진 두 개의 트렁크로 옮겨졌다. 그것을 본 홍영태가 트렁크를 열려고 했으므로 전재호는 손을 들어 막았다. 그러자 대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져온 품목은 모두 72종류입니다. 부피가 큰 것은 카탈로그만 넣었어요.” “감사합니다.”
전재호가 머리를 숙였다. 이제 오더는 따놓은 것이나 같다. 그때 대위가 말을 잇는다.
“나흘 동안 전자제품 상담이 진행되는데 대광은 전체 품목의 30퍼센트 정도를 가져가는 셈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위.” “의류까지 대광으로 몰아주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의류는 제외하겠다는 대령님 말씀입니다.”
그러더니 대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영준에게 말했다.
“대령께서 안부를 전하라고 했습니다. 미스터 리.”
이영준은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심호흡을 했다. 틀림없이 전재호는 질투심이 일어났을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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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영준의 무게감이 대광의 저재호의 자격지심이들게 하는모양이네요 하지만 리비아에서는 이영준을 협상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으니 전재호가 속이상해도 어쪌수없는일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