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모의 파이 π
신범호
큰이모네 집은 늘 가던 놀이터였다.
엄마보다 몇 배는 친절하고 따스하게 대해주는 큰이모가 계셨다
우리 집과는 달리 누나와 형, 동생 등 나와 함께 놀아줄 형제도 있었다.
남이 아닌, 형제들이
작은 꽃밭에는 항상 꽃이 피어있었고, 나비도 살고 있었다.
나비 날개를 잡고 나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고 잡지 말라던 이모,
놀다가 늦으면 밥을 먹고 와도, 형제들과 함께 놀다가 자고 와도 되는 이모네
놀다가 옷이라도 더러워지면 이모는 다음날 새물내 나는 옷으로 갈아입혔다.
식구가 많은 이모네는 밥 먹을 때면 둥그런 식탁에 모두 둘러앉아
콩나물국과 김치 반찬 한 가지에 밥을 먹곤 했다.
어쩌다 계란찜이라도 올려지는 날이면
이모는 나를 위해 먼저 덩어리를 크게잘라 얹어 주었다.
내가 놀러 온 손님이고 어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 가서 그대로 말할 것을 대비한 배려였다.
나는 엄마로부터 배웠다.
내가 밥을 먹음으로써 이모네 형제들이 먹을 계란 반찬이 더 적어진다는 것을.
여럿이 함께 먹는다는 것은 나누어 먹어야 하기에
그만큼 내 몫도 줄어든다는 것을.
그것은 이모네 꽃밭에 피어있는 꽃을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엄마는 내게 비라도 올 것 같은 날에는 큰이모네에 놀러 가지 말라 했다.
괜히 이모에 일거리만 주게 된다며
왜 몰랐을까? 나는 그냥 좋은데, 큰이모에게는 내가 애물단지였다는 것을
큰이모는 아버지 앞에서 늘 선웃음을 지었다.
엄마는 그런 이모를 편들며 아버지께 내가 찾아가 맨날 고생만 시킨다는 치하를 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큰이모네는 우리보다 살림 형편이 조금 덜 했던 거 같다.
엄마는 그런 이모를 돕고자 했고...
그사촌들은모두 그때보다 잘 산다. 어려웠던 시절을 즐겁게 추억할 만큼
이모두 큰이모의 파이 덕분이리라.
파이:원의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율 약 3.14로 통용
그리스 및 콥트어에 속한 기호 원주율 π
새물내 : 빨래하여 갓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
애물 : 속을 태우는 물건이나 사람.
선웃음 : (우습지도 않은데)꾸미어 웃는 거짓웃음.
첫댓글 요즘처럼 장마가 시작되어 방안에서만 지내야할 때는 식구많았던 그당시의 번잡함을 기억합니다.뭔가를 해야하는 어른들에게는 참으로 귀찮을 소음과 일거리를 주는 어린 식구들.나 또한 그중 하나였음이
생각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방학때 이모 집이 젤 좋은 곳이였죠
어린 날 이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군요.
외아들인 저도 집에서 부모님에게는 대접 못 받고,
큰집에 가서는 큰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혼날 일을 저지르고는 큰집에 가서 위기를 모면하고는 몰래 돌아오던 기억도 많습니다.... ^^
잘 감상했습니다.
어린날의 추억으로부터
마냥 자유로울수는 없지요
그때부터 인성이 자라고
사랑과 미움을 배우기 시작하니까.인간에대한 것도
나비 날개를 잡았다가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밤 되십시오
알아보니 눈이 멀지는 않으니 유해하답니다
어린날 배운 첫두려움이었어요.나비날개에 나쁜뭔가가 있다는 거를요
더위에 스트레스받는일없으시기를
그 사촌들이 잘 사는 이유는 분명 그 큰이모 때문입니다..^^
ㅎ ㅎ베풂의공덕이겠지요
날이불쾌를부릅니다
고맙습니다발행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