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여자의 몸
원효로 동원여관 골목길 사월의 봄날이었던가 ㄷ자 마지막 파란 대문 그 2층 방, 8만 원 전세 살던 사춘기 소년 『수학의 정석』 펴다가 그 담장 너머 무심코 훔쳐본 정지화면으로 딱 꽂혔다 병마개 공장 맞은편 창밖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부엌에서
정숙한 여공 하나 목욕 장면 우연히 만난 풍경이다 그리고 또 보았다 착한 여자들이 번갈아 나타나 오줌을 누거나 속옷 갈아입는 장면으로 시헐시헐 연필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나쁜 놈이야’ 달리는 기차 향해 소리치고 싶던 열일곱인데
그 저물녘 한 뼘 부엌 찾아 정리하려는 그미들 풋풋한 몸놀림으로 신열이 펄펄 오르기도 했다 개나리 노란 꽃잎 소스라치며 ‘삐뚤지 말아야지’ 뜨거운 몸 예리한 바늘 찾아 바둥바둥 찌르다가 마침내 송곳으로 눈동자까지 겨누던 결벽한 소년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