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우리 인생사인가 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친하게 지냈다. 하루 전 만나서 책을 돌려받기로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지난 6월 10일은 방학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집앞에서 만나 책도 돌려받고 모처럼 같이 차라도 한 잔하려고 했다. 10일 오전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갑자기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문자를 보냈고 네 시 경에 아파트 앞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낮에 모르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딸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새벽에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 중환자실에 있으니, 기다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나만 보면 먹을 것을 주지 못해 안달하던 사람, 밥을 항상 사주겠다는 사람이었다. 아마 나를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다. 나이 들어도 남편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인지상정일까? 인간은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사는 존재라는 생각이 그녀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73살, 경기여고와 연세대학교를 나온 지적인 인텔리 여성이었다.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집에 있기가 뭣하다며 나이 늦도록 일하러 다닌 여성이다. 그러나 몸이 너무 허약해 보였다.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고 병원에 찾아 가볼 것을 권했다. 그래서 헬스장에서 운동을 조금씩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방송대에 입학하여 공부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8일 넘어져 팔뼈에 금이 가자, 회사를 그만 두었다고 한다. 한 번 보기를 원했지만, 기말시험이 바빠 내가 거절을 했다. 6월 10일부터 방학이 시작되니 그때 빌려준 책도 돌려받을 겸했는데, 갑자기 사고 소식을 접한 것이다.
뇌출혈은 응급수술로 목숨은 건진다 하여도 재활치료에 수개월이 걸리고 영구장애가 생기는 무서운 병이다. 반신불수나, 언어장애 등의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병이다. 내가 보낸 톡을 살펴보니 종합검사를 꼭 받아보라는 권면의 내용도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종합검진을 받아 볼 것을 여러 번 권해도, 건강하다며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그녀. 내겐 무척 가슴 아픈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