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김순란(글라라)]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에 가면 유명한 베드로 성인 청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청동상이 유명한 것은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의미가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의 손길로 반질반질해진 베드로 성인의 오른발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중세 시대에 성지 순례를 떠난 사람들이 마지막 종착지로 성 베드로 성당에 와서 이 청동상 발을 잡고 입을 마추며 소원을 비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었다고 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다 보니 점차 발의 형상이 닳아 없어지고 윤기가 날 만큼 맨질맨질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청동상을 볼 때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기도한 그 간절한 마음들이 감동적으로 전해지곤 합니다. 이런 간절함이라면 하느님께서 들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치유를 체험한 두 사람을 보게 됩니다. 한사람은 어린 딸을 살리려고 예수님 앞에 엎드렸던 회당장 야이로인데, 그 간절함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소녀의 손을 잡아 치유해주시지요.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던 여인인데,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고 치유를 받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예수님과 물리적으로 맞닿아 치유되었고, 거기에는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미사 때마다 예수님의 몸을 만질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복음에 등장한 그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바로 그 순간 주님께서는 우리를 일으키시고, 우리 삶에 놀라운 일을 시작하실 것입니다.《박재형 미카엘 신부》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어떤 간절한 기도를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