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월 5일, 무더위가 한창인데 언제 피었을까? 화단의 돌틈 사이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 철 모르는 민들레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지난 학기 기말과제로 힘겹게 써 낸 시가 생각났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시 창작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런데 60년이나 지난 4학년 1학기, '시창작론' 수업에서 처음으로 시를 썼다. 시를 즐기기는 했지만, 나의 기억에는 시 창작은 초딩 4학년 때 반에서 뽑혀 시 창작 대회에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중간 과제물 때 학우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이야기시 한 편, 그리고 이번 기말과제로 제출한 아래의 시가 두 번째 창작시다. 그야말로 왕초보자의 시이다.
민들레
언제 피었을까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는 길 언저리
여기저기 방긋 내민 얼굴
키 작아 더욱 정겹다.
인고의 세월이었을까
시린 땅 뚫고 마른 잎새 헤치고
갈라진 잎새 바닥에 깔아
가녀린 꽃대 하늘을 향해 우뚝 세웠다
작은 꽃 송이송이 묶어
꽃동네 만들고
벌과 나비 불러 만든 홀씨
하얀 솜털로 감쌌다
어디서 불러 왔을까
산들산들 봄바람에 홀씨 실어
저 하늘 멀리 띄워 보낸다
민들레는 나의 멘토
위의 시는 민들레가 성장하여 홀씨를 퍼트리는 과정을 시로 표현했다. 초보 중의 왕초보이지만, 과거 기업체에 근무했을 때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쓴 시이다. 1999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내가 근무하던 그룹이 부도가 났다. 여러 계열사들이 부도처리가 되거나 외국계 회사에 몇 년에 걸쳐 매각되었다. 이로 인해 나 또한 몹시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되었고, 2004년부터는 회사를 끌고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회사 화단 언저리에는 봄철이면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었는데, 나는 이 민들레를 관찰하면서 어려운 시절에 용기와 희망을 얻었던 기억이 있었다. 과거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고난의 시기여서 그랬는지 척박한 곳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는 민들레꽃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관련 식물 서적을 참조하여 자라는 모습을 봄철 내내 살펴보았는데, 민들레는 강인할 뿐만 아니라 매우 유연하고 지혜롭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민들레는 태생적으로 작은 키를 가졌다. 자연 숲속 생태계는 인간 세상 이상으로 매우 치열하게 생존경쟁이 일어난다. 키 작고 연약한 민들레가 살아남는 전략으로 선택한 것은 다른 식물들이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척박하고 열악한 장소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길 언저리, 경계석 사이, 돌 틈 등 척박한 환경을 찾아 깊게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운다. 꽃을 잘 살펴보면 여러 작은 꽃송이가 모여 큰 꽃다발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작은 꽃들이 큰 꽃을 이루어 곤충의 눈에 쉽게 띄도록 하고, 한편으로는 생존을 위한 역할을 각자 분담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심한 사람들의 발에 밟혀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나 하늘을 향해 노란 꽃을 피우고 홀씨를 만들어 사방으로 후손을 날려 보내는 존재가 민들레이다.
불리한 환경인 유전적 결함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민들레는 나의 진정한 멘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