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막바지가 되자 지독히도 춥던 날씨가 조금씩 온기가 도는 듯 했다.
진우는 창고 공장 한 켠에서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다.
오픈 마켓에 올리기 전에 4천개는 이미 모두 만들어 두었다.
2월의 마지막 날에 진우는 오픈 마켓 3곳에 런칭 하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 저녁 6시가 넘어서 겨우 3곳에 다 올렸다.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에 능숙하지는 않아도 컴맹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았는데,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이유는 아마도 처음이라 요령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밤 10시가 지나서 혹시 주문이 있나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주문은 0 개였다.
(착각이었나? 이러면 안 되는데.)
뭐가 문제일까? 고민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일차.
원룸에도 가지 않고 창고 공장 한 귀퉁이에서 언제나처럼 간이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러고 보니 초라한 원룸이지만 집인데, 집에 들어 간지가 1주일이 넘었다. 그 전에도 1주일만에 들어 갔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노트북을 켰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 시가 넘어 있다.
어제 저녁에 주문이 안 들어 와서 많이 실망했고, 그 때문에 공장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 사다 마신 탓인가 보다.
아주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다가 간만에 술은 몇 잔 했더니 좀 취한 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 컴퓨터가 낡고, 상대적으로 사양이 떨어져서 느리긴 하지만 진우에게는 보배로운 물건이다.
한곳에 들어갔다.
그러나 역시 주문은 없었다.
(또 실패인가?)
(아니야 1주일은 기다려 봐야 되지 않을까?)
3일이 지났다.
실제로 2월의 마지막 날에 올렸으니 3월 1일부터 판매라고 보면 되는데, 3일이 되었지만 주문량이 없다.
속이 타 들어갔다.
3일동안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주문량을 체크했지만 여전히 주문이 없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그때는?
집에도 들아 가지 않고 창고 공장 한쪽에 비스듬히 누워있다가 잠이 깨었다.
4일 새벽, 왜 인지는 모르지만 일찍 잠에서 깨었다.
진우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주문수량을 확인했다.
7 개?
주문이 7개?
세상에,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지금이 새벽 4시인데, 아직 배송시간에 되려면 몇 시간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몇 개가 더 들어올지 알 수가 없다.
다른 곳에도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도 5개가 떠 있다.
지금까지 합이 12개.
“와아.”
진우는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손이 부들 부들 떨려 왔고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으아~”
고함을 한번 더 질렀다.
이제는 되었다. 이건 될 것 같다.
너무나 기뻐서 누군가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싶은데, 막상 알릴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이 새벽에?
막상 이 기쁨을 나눌 사람이 옆에 없다니, 아내 해령을 떠 올렸다.
이미 갈라선지 3년이 넘어버린 아내이다.
고생하지 않고 자라서 결혼하고도 평탄하게 생활을 해 오다가, 진우가 다니던 회사를 잘리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삶의 질곡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절감한 여인이다.
그것이 4~5년쯤 되었는데, 평생 동안 해 보지 않은 고생을 아마 그 기간에 다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자신에게는 닥치지 않을 것이라, 아니 그 질곡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왔을 해령이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자 너무나 힘겨워 했었다.
진우는 이 기쁜 상황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탔다.
새벽 4시에 누군가에게 전화할 수는 없으니 근무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마치 업 겁의 세월이 지나는 느낌이었다.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깜박 졸은 듯, 시계를 보니 10가 지나고 있었다.
다시 주문량을 확인했다.
세상에, 3곳에서 들어온 주문량이 21개로 늘었다.
진우는 마음을 진정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전화기에 아내의 이름을 타이핑했다.
(맞아, 바뀐 전화번호 모르지.)
타이핑한 이름을 지우고, 박진석의 이름을 눌렀다.
신호가 가면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보세요 진우야.]
수화기의 저쪽에서 진석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응. 진석아. 판매를 시작 했는데, 아마 자네 자리 만들어 주는데 문제가 없을 거 같네.”
[그래? 정말 다행이다. 축하한다.]
진석의 목소리도 밝았다.
“그래 고맙다. 오늘이 첫 주문이라 아직은 뭐라 말 못하겠지만 벌써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너한테 방하나 내 주는 건 쉬운 일일 것 같다.”
[그래. 그 말 잊지 마라 진우야. 내가 지금 회의 들어가는 중이라 길게는 통화를 못하겠다. 아무튼 잘 되야 된다.]
“그래 친구야. 고맙다”
[수고.]
전화가 끊어 졌다.
따지고 보면 이 에너셀을 만드는 종자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아니 안 갚아도 된다면서 빌려준 친구이다.
전화기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전화기에는 통화시간이 34초라고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금방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
진우는 정신을 차리고 주문서의 내용을 왼쪽버튼으로 드래그 해서 메모장파일에 붙여 넣기를 했다.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고, 배송지에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들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이리 많을 줄 알았으면 자동프로그램을 써야 하는데, 돈 아낀다고 프린터를 안 사고..)
이렇게 한꺼번에 주문이 들어 올지 사실은 몰랐다.
택배사의 집하 사원에게 오늘 배송할거 많으니 잊지 말고 오라고 연락을 해 두었다.
오후 5시경에 택배담당자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4시까지 모두 37 개의 주문이 들어 왔다.
그 이후에도 들어 오는 것이 있었지만 보낼 준비를 하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삐리리~
진우의 전화기 벨이 울렸다.
설만중 사장이 전화 한 모양이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김사장. 나도 오늘 주문 했는데 주문 좀 들어 왔나요?]
“네 사장님 지금 4시까지 37 개 주문 받았습니다.”
[와. 그래요? 그 정도면 대박이네. 축하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나야 뭐. 김사장이 잘 되야 빚 받을 거 아니오? 하하하.]
“네. 이거 잘 되어서 한시라도 빨리 이자 듬뿍 합쳐서 갚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세요. 암튼 첫 주문이 그 정도면 조짐이 좋네요. 축하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37개이면 매출금액으로 부가세를 빼고도 259만원, 이대로 계속 간다면 한 달이면 1억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1년만 이대로 돌아가 준다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택배사원이 와서 물건을 가지고 가면서 많이 놀란다.
“사장님, 이렇게 많아요?”
“그렇게 되네요.”
“난 캐리어도 안 가지고 왔는데. 처음 오는 날이라 사장님이 연락은 했지만, 그래도 한두 개 생각 했는데.”
“나도 놀랐어요.”
“저는 많이 보잖아요. 오픈 마켓 하면서 택배로 물건 보내시는 분들.”
“그렇겠네요. 아무튼 많으면 택배 아저씨도 좋잖아요?”
“네 저야 좋지요. 이 골짜기까지 들어 오면서 사실은 좀 투덜거렸는데 절대 투덜거리면 안되겠는데요”
“하하하.”
“축하 드립니다, 사장님 대박나세요.”
“네, 고맙습니다.”
“저는 캐리어 가지러 갔다 올께요.”
택배사 집하 담당은 진우를 향해 축하한다고 하면서 트럭으로 캐리어를 가지러 다녀와서는 물건을 실어갔다.
택배송장을 손으로 써 가지고는 안될 것 같다.
주문내용을 엑셀로 다운받아서 프린터로 출력해야 할 것 같았다.
설만중이 조절기를 공급해 주면서 선급금 요구를 안 해서 돈이 좀 남아있는 상황이라서 바로 새 컴퓨터 한대와 프린터를 주문했다.
이틀은 걸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아니면 내일 아침에 찾으러 가도 된다.
조금은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상표등록을 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 상표등록 과정을 검색해 보니, 상표로 등록하는 데는 거의 1년이 걸리고, 등록비용도 제법 들지만 등록 신청을 하는 데는 큰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 미리 신청을 했다.
* * *
2일차에 4시까지 74 개가 들어왔다.
택배용 포장과 주소를 쓰는데 손이 달렸다.
혼자서 혼합정제기 가동하고, 주입하고, 주문확인하고 포장하고, 배송지 쓰고 하는 것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4시까지 주문 들어온 것을 겨우 겨우 써서 보냈다. 이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느낌이 좋다. 배송을 마치고 다시 들어가본 오픈 마켓 한곳에서 12개가 주문이 와 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반품? 불량? 그런 일은 생길 일이 없다.
흰 종이 다섯 장을 준비해서 아르바이트 구함을 썼다.
시급을 좀 많이 주자. 많이 남으니.
시간이 있으면 인터넷에 올리면 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인터넷에 올리면 마감일자 정하고, 면접보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일주일은 갈 테인데, 그러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
아르바이트 구함
- 시간당 1만원
- 하루 6 시간 12시~ 18시
- 장소 : xxx 창고형 사무실
- 업무 : 인터넷 주문 확인 및 배송관련 업무
- 조건 : PC 사용 원활해야 함
- 연락처: 010-0000-0000
엔코
그리고 연락처에는 진우의 전화번호를 기재했다.
창고 사무실 앞에 1장을 부쳤다.
그리고, 진우가 간혹 가는 편의점으로 가서, 삼각 김밥 한 개를 샀다.
늦은 시간은 아닌데도 마침 편의점에는 아무도 없었다.
편의점 직원은 아르바이트 인 듯 한데, 진우가 이 편의점을 이용할 때 종종 보았었다.
“아가씨, 혹시 이거 한 장 요기 출입구에 붙이면 안될까요?”
진우는 삼각김밥의 포장을 벗기면서 물었다.
“원래는 안 되는데, 한 장 줘 보세요.”
안 된다고 하면서 진우를 쳐다보더니 한 장을 달라고 했다.
진우는 김밥을 입으로 가져가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문 1장을 건넷다.
“아저씨 이거 언제부터인데요?”
그 여직원이 눈을 빛내며 물어본다.
보통보다는 조금 큰 키에 작은 얼굴을 가진, 그러나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으로 피부가 울퉁불퉁하고 그 자국으로 인해 피부색도 조금 나빠 보였다.
그리고 눈 아래의 다크서클이 무척 심한 편이다.
형광등 아래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 만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눈빛은 맑고 선명하며, 언제나 쾌활하고 웃는 얼굴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연한 화장에도 커버되지 않는 그 다크서클과 피부 트러블인지는 몰라도 좀 유난히 많은 잡티로 인해 피부가 매끄러워 보이지 않고, 피부색이 밝지 않아서 예쁘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는데 동그란 눈으로 진우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예쁘다.
아니 진우도 처음으로 얼굴을 정면으로 보았는데, 얼굴의 그런 트러블만 없다면, 참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예쁘지 않은 얼굴로 보일 수 있을 것이었다. 아마 조금 더 진하게 화장을 하여 잡티를 감추고, 희미한 조명아래 앉아 있다면 아주 예쁘게 보일 얼굴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은 그렇지만 꽤 다부지고 당차 보인다.
아마 이런 아이들이 일은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부터 입니다.”
“그럼. 제가 가도 되요?”
“여기는 어떡하구요?”
“저도 마침 내일까지만 하기로 하고 인수인계 중이었거든요.”
편의점 직원이 진우를 한번 더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여기서 보다는 일이 힘들 텐데.”
“상관 없어요. 시급이 세잖아요.”
“PC는 잘 사용해요?”
“네. 저는 학생인데요. 아주 잘 써요. 그런데 사장님이세요?”
그 자리에서 면접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네. 나 혼자니까 그런 셈이네요”
“와~ 사장님 혼자 일 하세요?”
그 편의점 여직원은 조금은 놀란 듯이 물었다.
“그래요. 왜 혼자 있어서 싫어요?”
진우는 혹시 그래서 안 오려나 해서 물었다.
“아. 아니에요.”
“원래 12시부터인데, 내일은 10시까지 오세요. 위치는 알죠?”
“네.”
“내일 올 때 이력서랑 소개서 가지고 오구요. 전화번호랑 이름은 지금 알려주세요.”
“네. 저는 한수민 이구요. 전화번호는 010-0000-0000 입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진우의 말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말하면서 허리를 크게 숙여 인사를 한다.
“그럼 낼 봐요.”
“사장님 성함은요?”
“아. 그렇네,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네. 난 김진우라 합니다. 연락처는 거기 있고”
“이제, 그거 붙이시지 말고 저 주세요.”
한수민이 방긋 웃으면서 진우가 손에 들고 있는 [아르바이트 구함] 이라고 쓴 전단지 쪽으로 손을 내 밀었다.
진우는 그 뜻을 알고 웃으면서 한수민에게 전단지를 넘겨 주었다.
제가 일 하기로 결정되었으니 이제 그건 쓸모 없는 거 아닌가요? 그런 뜻이리라.
한수민은 전단지를 두 번 접더니 뒷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깜찍한 녀석이다.
시급이 세다고 바로 옮겨버리는 건가? 많이 남으니, 그리고 조금 힘든 일이라 생각 되서 시급을 그리 책정했는데.
편의점을 나오면서 전에 사업할 때 데리고 일하던 직원인 이정필에게 전화를 했다.
집이 군포였던 걸로 기억한다. 기민하거나 선도적으로 무얼 하는 직원은 아니었으나 성실하고 꼼꼼한 직원이었다.
능력을 떠나서 그렇게 성실한 직원을 진우는 좋아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하나 있었나?
생산관리를 맡고 있어서 그런 면에서는 참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보세요. 사장님?]
신호가 몇 번 갔는데, 진우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정필이 진우인 것을 확인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정필씨. 나 기억하고 있네.”
[네. 그럼요. 사장님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집이 군포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맞아?”
[네 맞습니다.]
“혹시 시간 되면 잠시 볼 수 있을까? 나도 지금 군포인데.”
[네 가능합니다.]
벌써 퇴근을 했나? 조금 전에 택배를 보내고 나왔으니 이제 6시쯤밖에 안되었는데.
약속 장소를 정했다. 지금 진우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았다.
시간을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서 식당으로 들어 갔을 때 이정필은 간편한 복장으로 벌써 와 있었다.
“여깁니다 사장님”
“어. 정필씨. 벌써 왔네?”
“네. 별 일도 없는데, 전화 받고 바로 왔죠 뭐.”
진우가 이정필의 복장을 아래위로 훑어 보듯이 이정필도 진우를 살피듯이 쳐다보았다.
“회사는?”
회사를 안가고 있었다니 궁금해서 바로 물었다.
“저 백수 된지 한달 쯤 되었어요. 애도 하나 더 생겼는데 큰일 났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애가 둘이야?”
“네. 그렇게 되었어요.”
“그럼 많이 아쉽겠네 지금?”
“네.”
“그럼 우리 회사 와서 일 해라.”
“회사 새로 차리셨어요?”
이정필의 얼굴이 환 해졌다.
“그래.”
“그사이 좀 복구 하셨어요?”
“응. 복구는 못했고, 여전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잘 될 것 같다. 그래서 사람 손이 좀 필요해서.”
“캬. 제가 운이 좋네요. 사실은 며칠 전에 사장님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한번 드릴까 하다가 혹시 또 아직 상황이 안 좋으시면, 서로 좀 민망할거 같아서 생각만 하고 말았는데.”
“전활 하지 그랬어?”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불러 주셔서.”
“그럼 내일 아침부터 바로 출근할 수 있어?”
“그럼요. 월급만 안 밀리시면 됩니다.”
이정필은 조금 계면쩍어하면서 말했다.
“하하하 그래. 전에 월급 밀리고 하던게 많이 안 좋았던 모양이네.”
“그땐 참 힘들었죠. 그래도 사장님 이렇게 환한 얼굴 뵈니까 참 좋습니다.”
“위치는 여기서 10분쯤 걸어 올라가면 물류창고 있잖아. 동일창고”
“네 거기 알아요.”
“우선 거기서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달 안에 좀 큰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내일 출근하겠습니다.”
역시 성격은 꾸밈없고 시원시원하다.
생산관리 직원답지 않게 좀 말이 많았지만 시원한 성격도 진우는 좋아했었다.
“그런데. 다니던 회사는 어찌 되었기에?.”
“사장님 하시던 회사에서 일 하다가 정리하면서 저도 나와서 바로 다른 곳에 취직했는데 그 회사도 얼마 전에 문을 닫았어요. 전 왜 이리 운이 없는지. 회사를 세 곳이나 다녔는데 세 군데 다 2년을 못 넘기고 망해서 백수이니 좀 너무한 것 같아요.”
“음. 그랬구나.”
두 사람이 이야기에 너무 열중해서 식당 주인이 음식을 시키기 위해 와 있는 줄도 몰랐다.
식사를 시켰다.
“그래도 사장님이 다시 불러 주셔서 오늘 저는 기분 째집니다.”
“직책은 대리로 하고 월급은 좀 더 올려 줄 께.”
“우와!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리고, 다른 직원들은 연락들 하고 지내?”
“연락 해 본지는 저 두 오래 되었구요. 박차장님은 지난주에 실업급여 신청하러 갔다가 만났어요.”
“박범규?”
의외였다.
박범규는 제법 능력이 있는 직원이었는데, 꽤나 운이 없는 모양이다.
“네.”
“박범규는 내가 연락해 볼께. 또 다른 친구들은?”
“주 대리님은 잘 다니고 있구요. 좀 작은 회사지만.”
“그래도 다행이네.”
“주 대리님 그새 노총각 면했어요.”
“그 놈은 연락도 안하고 장갈 갔구만.”
“저한테도 연락 안 했어요. 나중에 알고 막 따졌더니, 힘든 거 뻔히 아는데 다음에 만나서 소식 전하면 되지 뭘 오느냐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가 속이 좀 깊었지.”
“네. 나중에 술 한잔 대접했어요.”
“그리고 그때 생산에 있던, 잘 하던 친구들 몇 있었지?”
“아. 이석순이랑 박열수, 책임자는 그 둘이었지요.”
“자네가 의사 타진 좀 해봐라 혹시 올 수 있는지. 너무 급하지 않게”
“알겠습니다. 근데 어던 아이템이세요?”
“혹시 인터넷 쇼핑몰 들어가 봤으면 자네도 알 거야. 에너셀이라고.”
“아. 그거예요? 그거 임가공 하세요?”
“아니야, 그거 내가 만들어.”
“정말요? 그걸 사장님이 만드신거예요?”
이정필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진우가 깜짝 놀랄 정도로.
“그래. 근데 목소리 좀 낮춰라. 이 친구야.”
“와. 그거 대박 이던데. 저도 좀 전에 그거나 하나 사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다가 와이프가 돈도 못 버는 게 좋은 것만 안다고 타박하던 차에 사장님이 전화 주신거예요.”
“그래?”
“그거 며칠 안 되었죠?”
“응.”
“많이 나가요?”
“이틀 동안 100 개 넘게 나갔다.”
“우와. 대박. 대박. 사장님 최곱니다. 그거라면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전에 생산직에서 열심히 잘 하던 친구들 죄다 불러 모을께요.”
“그래. 그렇다고 한꺼번에 다 불러 올 수는 없으니까 적당히 순서를 잡아서 하자.”
“네 당연하지요. 꼭 그리 하겠습니다.”
이정필과 헤어져서 사무실로 돌아 오면서 기분이 상쾌 해 졌다.
그리 인심을 잃고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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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