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러번 말했지만
내가 여러 번 말했지만 나는 적녹색약을 갖고 있잖아 내가 그러고 싶어 그런 건 아니지만
네가 무슨 주머니 속에 적색과 녹색의 사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웃으면서 얘기를 시작하고
끈적하고 빛나는 사탕에 대해서라면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혀가 다 닳도록 먹어봤으니까
그게 뭔데 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해서
적색과 녹색이 얼비쳐 보인다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그 색이 그 색이야 라고 욕처럼 말한 것 같기도 하다
왜 미안한지 모르겠지만
네가 나에게 나눠준다고 봉지 째 내 손바닥에 쏟아 붓고
나는 내게 더 와있는 사탕을 다시 네게 붓고 그런 기억 밖에 떠오르지를 않아
네가 적녹색약을 갖고 있다고 하니 하는 말인데
잠에서 깨어보니 윗옷을 아래에 걸치고 있었어
무슨 꿈을 꿨나본데 기억을 못하겠더라 침대 밑에 벗어둔 옷을
얼결에
손을 뻗어 입었던 거 같아
깨어나 뒤척이는데 아래에 걸친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만져지는 거야 아직
떠나지 못한 영혼처럼
네가 미안해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최선을 다한다
나는 말더듬이이고
겨우 두세 단어 늘어놓다가 끝을 내니까
그럴 땐 네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리를 해주니까
번역은 그렇지
정신과 영혼이 다른 표현 같지만 같은 말이야 라는 말끝에 너는 내가 적녹색약을 갖고 있잖아 같이
달콤하고 끈적하게
나는 정신보다는 영혼이 뉘앙스가 더 좋아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2024년 <다층>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