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정재숙)
정재숙 문화재청장
꼿꼿은 잘 생긴 한글이다. 꼴이 뜻을 꿰찼다. “꼿꼿”이라 말하면 허리가 꼿꼿이 펴진다. 휘거나 구부러지지 않고 단단하다. 후배들에게 ‘꼿꼿 강 선생’ 소리를 듣는 분이 있으니 강운구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쓴소리 잘하고 강직한 성품 덕이다. 작가는 “내가 한 것은 그저 요령 피워 얼버무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대상에 접근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사진은 늘 싱싱하다.
싱싱은 힘이 솟게 하는 말이다. 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싱싱"이라 말하면서 처져 있을 수는 없다. 시들거나 무너지지 않는 산뜻함이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 싱싱한 시를 쓰는 것으로 이름난 황인숙 시인은 '말의 힘'에서 노래한다.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
생각해보자, 생각을. 생각이란 단어는 저처럼 생겼다. 헤아리고 판단하며 기억하고 쏠리는 여러 갈래를 생김새에 품고 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말은 세상만사 생각거리가 아닌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하영휘 한학자는 남의 생각을 개입시키지 않고, 혼자서 생각으로 노는 것을 공부한다. "모든 대상을 가지고 생각으로 놀아보라"는 그의 한마디가 오달지다.
오달지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입안이 꽉 찬다. 허술한 구석 없이 야무지다.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없으면 단 한 줄도 쓰지 못하죠"라고 털어놓던 김훈 소설가의 오달진 목소리가 떠오른다. 사실을 사실로서 전하는 힘이 세야 한다는 말, 생활의 바탕에다 진실을 건설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매조지는 한마디는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경건한 것이지요"였다.
내가 한 첫말이 맘마였는지 엄마였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사랑한 우리말은 이들의 삶과 그 고갱이에서 비롯했다는 것은 알겠다.
첫댓글 오달지다, 오지다^^
꼿꼿은 꼿꼿하고, 싱싱은 싱싱하다.
달콤하다는 또 어떤가, 입안에 단물이 고여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