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계원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미생물과장
새순이 수초에도 올라왔다. 개나리 진달래꽃이 만개하고, 수온은 10~14도. 고기들이 수초를 툭툭치고 다닌다. 산란기인 것이다. 미끼를 던진 지 십여 분! 왔구나. 이야~ 고놈 참 튼실허구만. 직접 잡은 놈을 집에 가져가도 좋지만 싱싱할 때 바로 먹는 게 제 맛이다. 쫀득쫀득한 한 점의 회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졸졸 흐르는 물가에 투망을 쳐 잡은 피라미는 노릇하게 튀겨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쏘가리와 빠가사리를 삶아 만든 어죽이 입맛을 돋운다. 요즘 뜨는 자연산 능이버섯이 들어간 전골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아,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기에 소주도 있다면…. 봄바람이 휘날리고 따스한 햇살은 정취를 더한다. 그러나 날 것 찾다 목숨을 잃을라.
지난번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제8차 전국 장내기생충 감염실태조사 결과 경북이 8.5%로 가장 높고, 전남 7.6%, 경남 7.0%, 그 다음이 광주 5.9%순이다. 전국 기생충 감염률 4위 광주는 2004년 기생충 감염률 6위에서 계속 상승세에 있다. 회충, 요충, 편충, 십이지장충···. 대부분 사람들이 기생충은 먼 옛날, 가난했던 시절의 일로 기억한다. 학교의 채변 검사가 없어지면서 기생충도 사라졌다고 믿는다.
70년대 84.3%에서 90년초 2.4%로 급감했다. 그 이후엔 통계 조차 없다. 그러나 검사 결과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처럼 단순한 기생충만 없어졌다. 간암을 유발하는 간흡충 등은 크게 줄지 않았고 작은와포자충, 람블편모충 등 병원성 원충류는 오히려 증가 추세이다. 이와 같은 원충류는 지구환경의 변화, 국제교류의 증대, 식품산업의 발달 등에 영향을 받아 ‘제5군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것은 민물고기를 날 것으로 먹었을 때 자주 발생하는 간흡충 감염이다.
간흡충은 감염자의 분변에서 빠져나와 우렁이에게 먹힌다. 그 곳에서 성장하여 민물어류인 참붕어, 긴몰개, 붕어, 모래무지 등의 근육으로 침입을 하게된다. 인체감염은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을 때 또는 민물고기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칼이나 도마를 통해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간에 기생하게 된다. 길게는 10년, 20년동안 우리는 그들과 함께 동거하게 된다. 담관에 기생하던 유충은 성충이 되면서 황달, 복통 등 각종 간질환 증세를 보이다 심하면 담석, 담도염, 담도암, 간경변 같은 합병증을 일으킨다. 소화불량, 허약, 상복부 불쾌감 등으로 출발하지만 발견이 늦어지면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기생충이다.
지난해 우리 연구원은 영산강 상류 용산교와 광주호, 충효교 부근에서 서식하고 있는 민물고기를 대상으로 기생충 감염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는 5월과 9월 두번 실시했으며 질병관리본부와 경상대 의과대학도 참여했다. 기생충 검사를 위해 잡은 민물고기는 피라미, 돌고기, 긴몰개 등 10종 84마리를 채집했다. 이들 민물고기에서 가시입이형흡충, 요코가와흡충, 간흡충, 극구흡충류, 동양담당흡충 등이 발견되었다. 피라미는 가시입이형흡충 98%, 요코가와흡충 60%, 간흡충 6%로 감염 되어 있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참붕어는 동양담낭흡충이, 돌고기와 긴몰개는 극구흡충에 감염되어있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사람에게 기생충감염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것이라면 무조건 몸에 좋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하지만 언제나 진리는 가까이 있듯, 기생충 예방법과 감염시 대응법은 간단하다. 민물이나 야생에서 수렵한 생물이나 물은 완전히 익히거나 끓여 먹고, 칼과 도마 등 식기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일반 구충제나 자가 처방에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의 문을 두드리라는 것이다.
봄은 꽃놀이의 계절이자 기생충관리의 계절이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을 지나는 동안 회, 채소 등 날음식을 통해 감염된 기생충은 지금 우리 몸에서 완전히 적응하여 왕성한 활동과 산란이 극대화되어 있다. 바로 지금 기생충을 제거해야 한다. 필자도 오늘 약국을 들려서 온가족이 함께 복용할 구충제를 사야겠다. 언젠가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각자도생이란 숙어를 생각하면서.
첫댓글 네,
민물회 위험하지요.
특히 환우님들...
곁에도 가지 마시라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