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고향 도시로부터 왜 재산을 하나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느냐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어느 현자는 "나는 내 모든 재산을 가지고 나왔소."라 대답했다고 합니다. 에라스무스는 그의 격언집에서 이 현자를 인용하며, "현자는 자신의 보물을 지니고 다닌다", 즉 "우리의 모든 소유는 바로 우리의 내적 영역이며,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결코 가난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최근 저는 대대적인 집 수리로 바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집이 예뻐지면 신이 났고, 집에 흠집이 나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명품 가방에 대한 소유욕이 무엇인지 매일매일 체험을 했습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헛된 욕망에 대한 경계가 담긴 에라스무스의 책을 매일매일 조금씩 꼬박꼬박 읽었지만, 제 물욕을 다스리기에는 아주 부족했습니다. 책을 그냥 장식품처럼 대하는 제 자신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다만,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수양을 하지 않았나 하는 위로는 해 봅니다. 돌이켜 보면 화병에 걸렸을 지도 모를 순간들이 많았는데,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대개 이런 속성이 있지 체념하면서 조금만 참으면 일이 결국 잘 풀리고, 마무리도 그럭저럭 되었거든요.
10월 임책방은 야외 같은 곳에서 해보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군요. 다행히(?)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늘 하던 곳이 최적의 장소로 생각됩니다. 이번 주말, 10/22(토), 오후 4시에 사과나무 치과 8층에서 에라스무스의 격언집을 놓고 그의 격언집에서 인용된 고대의 인간과 현대인들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토론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