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아님 세벽부턴가, 비가 오고있다. 예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요 몇일 많이 덥긴 했다. 계절과도 상관없이 기온이 오르내리고 있다. 뭔들 정상이 없는 듯 싶다. 가족간의 정서마저 질서도 앞뒤도 없어보이는게 오늘날의 진풍경이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교훈과 쇄뇌가 지나칠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얘기도 진리 아닌가. 엉망 진창인게 나만의 일은 아니듯 싶다. 어쩌면 가슴을 칠만해서 치는 사람도 있을게고, 나처럼 아무짓도 안했는데 덩달라 피해를 입고있는 경우도 있을테고,,, 아닌가. 나도 분명 무슨짓인가를 했을게다.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분명 절대절명의 실수가 있었을게다. 하나님은 확실한 분이시니까. 아들이 출장을 떠난 바로 다음날부터 (당일날은 아들이 하고 갔을테니까) 설거지통에 설거지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양이 많은것은 아니었다. 5분, 3분이면 충분한 정도였다. 사실 내 안에 가시가 돋혀있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거리도 아니었다. 그래, 내 문제라고 해야 하는게 맞다. 불쾌감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으니. 나도 안하면 간단하다. 설거지거리가 나를 쫒아올것도 아닌데 뭘그리 뽀쭉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잠깐은 설거지거리를 못본척도 해보다가, 부들부들 떠는 나를 피식 웃어도 보면서 결국 설거지를 하고 만다. 나는, 결코 깔끔한 사람 아니다. 우리집 설거지통엔 사시절 뭔가가 남아있다. 앞뒤가 안맞는 사람은 바로 나다. 왜 며늘과는 선입견이 앞서는 것일까. 상식이란 절대값을 드리대는 것일까. 이 모든것도 내 편견 아닌가. 나는 며늘에 대해, 어느것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 문을 굳게 닫고있다, 며늘과 나 사이에는 지구밖 행성만끔이나 거리가 있다. 이것은 비극이라기 보다는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그리고 며늘 입장에서 내 이해나 소통을 바라지도 않을게다. 두 외계인이 어쩌다 스처가는 상황인데 더 뭐가 필요할까. 이게 나만, 우리집만 그렇까. 양보가, 배려가, 협력이 사라진 오늘날의 가정이 찾아가는 결말은 어떤 것일지 모르겠다. 누군가 한사람만의 희생을 원한다면 나도 반대다. 사회가 국가가 어떤 모습으로 변형될지라도 가정에서만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줄수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외롭고 고단하고 지친 몸을 서로 기대며 설수있는 어깨가 되어주는게 가정이었으면 좋겠다. 가정에서까지 대립각을 새우고 서로 물어뜯거나 착취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정작 가족들이 늑대가 되어있는 경우도 현실이다. 밖에서 만난 늑대는 어쩌면 피할수도 있겠지만 집안에 숨어서 노리는 늑대를 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가족은 공동 운명체였던 때가 있었다. 더불어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세상급류가 얼마나 심했던지 모든것들을 파괘해버렸다. 드라마고 판타지고 모든 문제의 홱심은 가족간의 분쟁이다. 절대이권을 놓고 싸우는것은 형제나 부자나 가까운 인척이지 멀리있는 남이 아닌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까. 적과도, 원수와도 손을 잡을수 있는것은 내 형제를 해치기 위해서, 내 이익을 위해서 얼마든지 가능한게 우리 인간이다. 아마 짐승들도 이렇지는 않을것 같다. 인간들만이 극악을 떨며 기승을 부리고 사는것 아닌지 싶다. 잠이나 잘까. 빗소리가 잠을 부른다. 내가 비오는 것을 좋아했던가. 촉촉하게 내리는 빗소리는 마음을 다독여 주는듯도 하고,,, 광풍과 함께 내리는 폭우는 두려움을 부르기도 한다. 아니, 내 마음 상태에 따라 흡족한 단비가 내리는듯 싶다가도 불안과 초조에 안절부절 하기도 한다. 내 마음 상태가 지금은 어떤가? 주말이니까, 아무것도 할께 없으니까, 그냥 빈둥대는데 제약이 없으니까, 그럼 좋은 것이 아닌가. 나는 됐고. 은호는 오늘도 팬티바람으로 빈둥대고 있을까. 팬티바람이 더는 귀엽지가 않다. 정작 지 부모는 괜찮다는데, 왜 내가 안괜찮은지, 왜 더이상 귀엽지 않다고 잔소리를 해대는지, 집안에서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왜 내가 시비를 하고 있는지, 밖에 후드티를 입고있는 아이도 보긴했다. 동복차림의 아이들은 많고 많은데, 그냥 못본척하면 안되는 것일까. 내 잔소리가 먹히는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내가 더 문제 아닌가. 은호 눈초리가 달라졌다는 것도 알고있다. 내가 멈추지않으면 그나마 쌓았던 내 수고와 공로마저 헛되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와, 멈추게 하여주소서, 제게 지혜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저를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