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 "박목월 시인과 아내"
존재이유 ・ 2023. 10. 28. 19:19
1952년 6. 25 전쟁이 끝나갈 무렵
박목월 시인이 중년이 되었을 때
그는 제자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고 종적을 감추었다.
가정과 명예.
그리고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라는 자리도 버리고
빈손으로 홀연히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난 후 목월의 아내는
그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을 찾아 나섰다.
부인은 남편과 함께 있는 여인을 마주한 후
살아가는 궁한 모습을 본 후
두 사람에게 힘들고 어렵지 않으냐며
돈 봉투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라며
두 사람에게 겨울 옷을 내밀고 아내는 서울로 올라왔다.
목월과 그 여인은 그 모습에 감동하고 가슴이 아파
그 사랑을 끝내고 헤어지기로 한 후,
목월이 서울로 떠나기 전날 밤
이 시를 지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이별의 선물로 주었다.
그때 그 시가 바로 이 노래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 아 ~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 아 ~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아 ~ 아 ~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 모셔온 글
나태주 시인과 아내
무지개너머 ・ 2022. 7. 14. 21:23
♧'풀꽃' 시인(詩人)의 인생~
‘풀꽃’이란 시(詩)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 라는 詩人이죠.
-- 풀 꽃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골 초등학교 교장(校長)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 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詩) 중 최근에 알게 된 시(詩)가 하나 있습니다.
병원(病院)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라는 제목(題目)의 시(詩)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
남편의 병상(病床)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罪)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 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詩) 외의 것으로는 화(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지는 아침입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마는. . .
하느님께서도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출처] 나태주 시인과 아내|작성자 무지개너머
김수영 시인과 그의 아내 김현경
letter0908 ・ 23시간 전
https://m.blog.naver.com/foxbear2212/223011178108
시인으로 살기 위해 자기를 고발한 남자 김수영
시 '죄와 벌'에 나타난 아내를 구타한 남자의 속사정 김수영이 김현경을 처음 만난 것은 동경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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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의 아내 김현경의 이야기 '김수영의 연인'
지난 2월 <찌질한 위인전>에 나온 김수영 시인의 이야기를 쓰며, 시인의 아내 김현경이 쓴 책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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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퍼온 글이다.
김수영 시인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주말에 만날 작가의 토론 주제가 김수영 시인이였다. 학교에서 읽은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빠르게 눕고 더 빨리 일어난다"는 풀이라는 시로 내 기억에 남아있었다. 사실 시인의 얼굴은 내 눈에 천재화가 에곤 실레의 모습이 담겨있고 오자이 다사무 작가의 집념어린 얼굴도 묘하게 섞여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저항시인이며 어쩌구저쩌구를 다 겉어내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시인 김수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 한편을 찾아보고 감상을 해보는 것도 모자라 한 글자 적어 오는 약간의 부담감이 나를 그에게 더 다가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인간의 성장을 위해 좋다고 하나 인간은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않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라는 변명으로 대충 읽고 간단히 써가야지라는 마음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개의 시들을 쭈죽 읽어나갔다. 어렵다. 이해하기 힘들다. 내 마음에 와 닿지 않거나 그의 시어가 머리속에 그려지지않기도 했다. 이 시인은 시 재료도 다양하다. 시어를 일상어로 내린 시인이라는 명함도 한 장 갖았다는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점점 어렵다가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사실 난 두손 들었다. 하다하다 이제는 침을 뱉으란다. 내가 어디에서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풀도 눕히고 시에 침도 뱉는 그를 말이다. 저항시인이라 그런건가... 나의 무지를 한탄한다. 그의 삶을 뒤지는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삶이 투영된 그의 시를 읽으려면 말이다. 다시 그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김수영이 자란 배경과 그 시대 상황들을 훑어보니 그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전쟁과 거제도 포로 수용소의 삶, 아내 김현경과의 아픈 이별과 재결합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김현경씨가 40년만에 남편 김수영과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낸 것 책도 발견하게 되었다.
미묘한 사랑의 삼각관계, 김현경과 이종구, 김수영의 관계도 한 편의 소설이다.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 김수영을 홀로 돌려 보내는 김현경, 그런 아내를 돌아서서 가야하는 처연하고 비참한 시인 김수영, 김현경을 놓치고 싶지 않은 오랜 시절 김수영의 친구이자 김현경의 선배인 이종구,,, 얽기고 섥혔다.
나는 두 개의 시를 선택하기로 했다.
너를 잃고는 서울로 일자리를 알아보러 갔다가 이종구의 집에서 살림차리고 눌러버린 아내를 데리러 간 김수영시인에게 이종구 집에 머물다 알아서 가겠다고 먼저 돌려 보낸 일을 두고 쓴 시, 두 번째로는 돌아온 아내와 남자 아이둘 데리고 새로 나온 영화 (La strada /길 )를 보고 나와서 우산으로 아내를 때리고 집으로 가버린 김수영이 쓴 시라한다.
1. 너를 잃고(1953)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
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 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
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
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
나의 생활의 원주 위에 어느 날이고
늬가 서기를 바라고
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
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
나는 또 하나 다른 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
이 영원한 숨바꼭질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한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하겠다
김수영 전집
너를 잃고 살아간다. 사랑하는 이의 거절을, 사랑하는 이의 배신을 겪는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내 마음을 바닥에 흩뿌려진 내 자존감을 주워 담아 돌아서서 온다는 것은 숨을 쉴 수 조차 없는 애절함이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이가 있어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은 서로 싫어 헤어지는 것보다 더 가슴아프다. 이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거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기 싫다는 이의 손을 억지로 잡아 끌어 데려오지 않았나보다. 싫다는 것을 억지로 데려오면 껍데기만 내것이지 너는 진전한 너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속절없이 받아 들이는 수밖에 좋아하는 마음도 너를 선택하고 살았던 것도 다 나의 선택이였으니 말이다. 기다리고 보내주고 유성같은 너와의 마음의 숨바꼭질도 이제는 보내주어야겠지. 네가 없이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겠지.
2. 죄와 벌 (1963)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 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함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김수영 전집
갑자기 나를 버리고 간 네가 생각나서 , 그렇게 밖에 너를 보낼 수, 빼앗겼던 내가 못나고 분해서 제일 약한 너에게 분풀이한다. 이상한 사랑 영화 한 편 보고 나와 너에게 묻고 싶어지는 것을 우산을 들어 내게 매질을 한다. 나를 버리고도 좋았니. 나의 고통스러운 밤에 너는 좋았니. 내가 그렇게도 싫었니. 그놈과 나를 비교하게 만드는 비참함이란..
너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너도 그러니 더 이상 말하지마라. 애꿎은 우산만 버렸다. 그 날의 나는 과거의 나였다. 못난 나이니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싶다. 그러니 당신도 모르는 척해줘라. 마지막 내 거지같은 자존심을 이해해라.
3.《 사랑 》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刹那)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김수영 전집
[출처] 김수영 시인과 그의 아내 김현경|작성자 letter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