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삶과 그렇지않는 삶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리라. 달리는 차에서 차창 밖 비를 보고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임제의 시조 한 수 낭낭히 낭송하는 맛은 본인과 듣는 이 함께 누리니...
또 관계의 피로함 토로할땐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로 마음 추스르기도 하니.
뇌와 심장 말랑하게 하는 놀이로 옛시조 50수 외기 돌입.
1.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선사 (1262-1342);고려 말기의 고승, 공민왕의 왕사.
2.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저근듯 빌어다가 머리 우에 불리고자
귀밑의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우탁 (1262-1342) ;고려 말기의 학자, 성리학에 뛰어남.
3.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냥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 (1268-1343) ;고려 말 학자, 시와 문장에 뛰어남.
4. 녹이 상제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 설악 들게 갈아 두러 메고
장부의 위국충절을 세워 볼까 하노라
최 영 (1316-1388) ;고려 말의 명장, 이성계에게 죽임 당함
5.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가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지은이가 정몽주 어머니라 하나, 연산군 때 김정구 설이 확실.
6.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 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 (1337-1392); 고려 말의 충신, 이방원에게 피살됨
7.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 재 (1353-1419) ;고려 말의 학자, 고려가 망하고 고향에 숨어 살았음
8.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이 색 (1328-1395) ;고려 말 학자, 조선 건국 후 벼슬 그만 둠.
9.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
10.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 턴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러르랴
아마도 세한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원천석(?);고려 말 학자, 절개의 선비.
11.내해 좋다 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며
남이 한다 하고 의 아녀든 좇지 마라
우리는 천성을 지키어 생긴대로 하리라
변계랑 (1369-1430) ;고려말 조선초 학자, 시와 문장에 뛰어남
12.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 (1367-1422):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뒤에 태종 임금.
13.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이 직 (1362-1441)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
14.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에 금린어 안주 삼고
이 몸이 한가 하옴도 역군은이샷다
맹사성 (1360-1438) ;세종 때 대신, 효성 뛰어나고 청렴한 관리
15.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듣드리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황 희 (1363-1452) ;조선 초 훌륭한 재상, 청렴한 관리.
16.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성삼문(1418-1456) ;사육신의 한사람, 단종을 다시 모시려다 사형당함.
17.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정 채미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엣 것인들 그 뉘 땅에 났더니
18.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박팽년 (1417-1456) ;사육신의 한사람, 단종을 다시 모시려다 사형당함
19.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어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려터니
문전에 수성어적이 잠든 나를 깨워라
유성원 (?-1456) ;사육신의 한 사람, 당시 집에서 자결했음
20.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긴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순신 (1545-1598) ;조선 선조때 장군, 임진왜란때 나라를 구하고 전사.
21 간밤에 불던 바람 - 유응부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유응부 (?-1456) ;사육신의 한 사람,
22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 (1455-1489) ;성종의 형으로 34에 요절한 불우한 왕손, 문장과 풍류 뛰어남.
23 짚방석 내지 마라 - 한 호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 산챌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한 호 (1543-1605) ;조선대 명필 한석봉, 떡장사 어머니 이야기 유명.
24 마음이 어린 후이니 - 서경덕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서경덕 (1489-1546) ;조선 전기 대학자, 평생 벼슬하지 않고 학문만 함.
25 장검을 빠혀 들고 - 남 이
장검을 빠혀 들고 백두산에 올라 보니
대명천지에 성진이 잠겼에라
언제나 남북풍진을 헤쳐 볼까 하노라
남 이 (1441-1468) ;조선초 장군, 간신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음.
26 삼동에 베옷 입고 - 조 식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 겨워 하노라
조 식 (1501-1572) ;조선 전기의 큰 학자, 초야에 묻혀 학문에만 전념.
27 풍상이 섯거 친 날에 - 송 순
풍상이 섯거 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야 꽃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송 순 (1493-1583) ;조선 전기 학자, 벼슬 그만두고 독서와 문장 즐김
28 오리의 짧은 다리 - 김 구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
검은 가마귀 해오라비 되도록
항복무강하사 억만세를 누리소서
김 구 (1488-1543) ;조선 전기 학자, 서예와 문장에 뛰어남
29 태산이 높다 하되 - 양사언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 (1517-1584) ;조선 전기 학자, 서예에 뛰어남.
30 이런들 어떠하며 - 이 황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초야우생이 이러타 어떠하료
하물며 천석고황을 고쳐 무엇하료
31 청산은 어찌하여 - 이 황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하리라
32 고인도 날 못 보고 - 이 황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뵈
고인을 못봐도 예던 길 앞에 있네
예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쩔꼬
이 황 (1501-1570) ;조선시대 학자, 도산서원서 후진 양성.
33 청초 우거진 골에 - 임 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어 하노라
임 제 (1549-1584) ;조선 전기의 풍류 남자, 문장에 뛰어남
34 이고 진 저 늙은이 - 정 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서러라커늘 짐을조차 지실까
35 철령 높은곳에 - 정 철
철령 높은곳에 쉬어넘는 저 구름아
고신 원루를 비삼아 띄워다가
님계신 구중심처에 뿌려본들 어떠리
정 철 (1536-1593) ;조선 선조때 문신 시인 사미인곡 속미인곡 성산별곡 등 가사집.
36 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호미메고 사립나니
긴수풀 찬이슬에 베잠뱅이 다젖는다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넘어 사래긴 밭을 언제 가려 하느냐
김천택(?-?) ;조선 영조때 가인, 평민 출신 가객으로 청구영언 등 많은 작품 남김.
37 백두산 돌 칼 갈아 없애고 - 남 이
백두산 돌 칼 갈아 없애고
두만강 물 말 먹여 없애리
남아 나이 이십에 나라 평정 못할진대
후세에 뉘라서 대장부라 하리요
남 이 (1441-1468) ;조선 초 장군, 간신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음.
38 한 손에 가시 쥐고- 우 탁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고려말
39 천만리 머나먼 길에 - 왕방연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여 울어 밤길 예놋다
왕방연(?);사육신 사건 때 단종을 귀양지 영월까지 모셨던 사람.
40 간밤에 불던 바람 - 유응부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유응부 (?-1456) ;사육신의 한사람.
41 삭풍은 나무 끝에 - 김종서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에라
42 장백산에 기를 꽂고 - 김종서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이야
어떻다 인각화상을 누가 먼저 하리오
김종서 (1390-1453) ;세종 때 뛰어난 장군, 수양대군에게 죽음.
43 가노라 삼각산아 -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김상헌 (1570-1650) ;조선 인조때 절개 곧은 선비, 청나라에 항거한 삼학사(윤집 오달재)
44 산은 옛산이로되 - 황진이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 (15??-?) ;조선중기의 이름난 기생, 시와 가무에 뛰어남.
45 한우가-백호 임제
북창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앗으니 얼어 잘가 하노라
46 화답가-기생 한우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47 묏버들 가려 꺾어-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48 동짓달 기나긴 밤을-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49 청산리 벽계수야-황진이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 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할 제 쉬어간들 어떠하리
50 말 없는 청산이요-성혼
말 없는 청산이요 태 없는 유수로다
값없는 청풍이요 임자없는 명월이라
이 중에 병 없는 이 몸이 분별없이 늙으리라
51 초암이 적요한데-김수장
초암이 적요한데 벗 없이 혼자 앉아
평조 한 잎에 백운이 절로 존다
어느 누가 이 좋은 뜻을 알리 있다 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