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감상할 詩는
최형만의 을숙도가 온다, 제6회 사하모래톱문학상 수상작
모래가 쌓일수록 갈대도 길어지는 곳
갈밭 길을 걸으면 놀란 갈게들이 흩어진다
지나온 시간보다 밀려온 날이 많은 을숙도는
갯바람에 그을려도 검어질 줄 몰랐을까
남새밭 너머 불어온 바람에도 메밀꽃을 피운다
흐르는 강물의 소리로 계절을 말할 때마다
고니는 오래된 저녁을 날았는데
큰기러기는 뭉툭한 부리로 갯벌을 파해쳤다
새가 많고 물이 맑아 을숙,
얼핏 개흙을 읽어가는 이름이다
천삼백 리 물의 여정이 하구에서 끝날 때
철새는 해 질 녘 어느 하늘을 날았을까
낙조에 물든 날갯짓 따라 사각사각 흔들리는 을숙,
둘러보면 떠밀린 에덴처럼 멀리 있다
갯내가 좋아 갯메꽃을 피우는 사하의 밤에
철새가 물고 온 울음도 모래탑을 쌓는데
싱싱한 강바람에 얼굴을 돌려온 세월
은빛 물살을 낚아챈 붉은부리갈매기가 떠나면
나는 어디에서 붉어질 수 있을까
세모고랭이 피면 상처도 연꽃이어서 을숙,
팽팽하게 걸린 현수막에는 생태체험이 적혀있다
바람 부는 날에 혼잣말을 해도
젖은 땅을 빼곡하게 기억하는 언어들
물그림자 그림처럼 걸리면 을숙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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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 https://youtu.be/Iq9Xy887t00
첫댓글 을숙도의 유래와 풍경을 그린 시인데
진한 사연이 좀 와닿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