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김정숙
대문에 붙어있는 안내문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휴무 합니다’
하얀 철 대문 사이로
보이는 자갈 마당에
아무렇게 던져 진 우편물은
주인의 안부가 궁금하다
그늘 진 곳에 누워
움직임 없는 간판은
시름 시름 앓고 있고
마당의 감나무는
단감을 매달고 투병 중인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담장 너머 골목길에
귀 기울인다
마당 한 모퉁이
화려한 수국은
향기 없는 꽃을 피워내고
밤이 되어도
켜지지 않는 가로등은
허공에 매달린 어머니의 심정
감 이파리 하나
떨어트리는
가을 바람이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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