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렉서스 ES300h vs NX350h, 둘 중 하나 고른다면?
강준기입력 2022.09.01. 15:30
렉서스 하이브리드에 관심 있는 소비자는 아마 이런 비교도 할 듯하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 받은 ES300h와 ‘따끈따끈’한 신형 NX350h 비교. 두 형제는 뛰어난 연비와 비슷한 가격대를 갖췄지만, 세단과 SUV의 구조적 차이 이상의 또렷한 성격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서동현 기자
‘세단 vs SUV’. 비슷한 가격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볼 만하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GLC, BMW 5시리즈와 X3, 아우디 A6과 Q5, 제네시스 G80과 GV70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라인업 구성을 보면, E-세그먼트 세단과 D-세그먼트 SUV의 가격이 비슷하다. 렉서스 ES와 NX의 관계도 비슷하다. 볼륨 모델 기준, 6천만 원 중후반 대 가격을 갖췄다.
우린 ‘안락함은 세단, 공간은 SUV’라는 뻔한 결론은 내기 싫었다. 대신 장거리 주행 연비와 가속 및 제동 성능, 레이저 측정 장비를 통한 실내 공간 비교 등 다양한 부문에서 두 차를 저울질 했다. 수입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오랜 시간 1위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ES300h와 최신 플랫폼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무장한 신형 NX350h,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Round① : 차체 크기 비교
첫 번째는 ‘피지컬’ 비교. 두 맞수를 나란히 놓기 전엔, 한 체급 위인 ES의 큰 체격을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의외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ES가 각각 4,975×1,865×1,445㎜. NX는 각각 4,660×1,865×1,670㎜다. 길이는 ES가 30㎜ 이상 넉넉한데, 너비는 1,865㎜로 정확히 같다. 덕분에 NX가 아래 체급 선수로 보이지 않는다.
두 차의 외모는 비슷한 스타일을 갖추되, ‘세대 차이’ 또한 느낄 수 있다. 날렵하게 찢은 눈매와 커다란 스핀들 그릴은 같은 핏줄답게 닮았다. 그러나 NX는 가로로 길게 이은 테일램프를 통해 최신 트렌드를 좇았다. 렉서스 특유의 ‘L’자 엠블럼은 트렁크 기준 ‘LEXUS’ 레터링으로 바꿨다. 대신 차분한 느낌은 ES가 좋다. 뾰족한 콧날에 집중한 에너지가 매끈한 루프 라인을 통해 꽁무니까지 매끄럽게 이어진다. 점잖은 중년 신사 같은 이미지랄까?
Round② : 타깃 연령대 명확한 주행성능
개인적으로 차고가 높은 SUV의 주행감각보다 안정성이 돋보이는 세단의 질감을 좋아한다. SUV 특유의 시원스러운 운전 시야는 좋지만, 무거운 차체 무게와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세단보다 둔한 움직임을 빚는다. 물론 최신 도심형 SUV는 세단 수준의 승차감과 안락함으로 승부하고 있지만, 구조적 차이에서 오는 특징은 허물 수 없다.
그러나 ES와 NX는 뻔한 예상을 빗나가는 반전이 있었다. NX가 디자인뿐 아니라 주행성능 역시 더 탄탄하고 젊은 감각을 지녔다. 가령, 스티어링 휠의 록-투-록 회전은 ES가 2.7회전인 반면, NX는 2.3회전에 불과하다. 타이트한 조향비 덕분에 작은 운전대 조작만으로 앞머리가 날쌔게 반응한다. 덕분에 꼬부랑길에서 운전대 돌리는 재미는 NX가 한층 쏠쏠하다.
두 차의 파워트레인 밑바탕은 같다. 직렬 4기통 2.5L 가솔린+전기 모터 조합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구동계다. 그런데 NX350h의 성능 변화가 눈에 띈다. NX에 얹은 2.5L 밀러사이클 엔진은 ES보다 11마력 높은 189마력을 뿜는다. 또한, 2개의 전기 모터(MG1, MG2)를 쓰는 ES와 달리, NX는 3개(MG1, MG2, MGR)를 쓴다. 뒤 차축에 전기 모터를 추가로 얹고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굴리는 전기식 사륜구동 시스템, E-Four가 들어갔다. 시스템 총 출력은 ES가 218마력, NX가 242마력이다.
덕분에 NX가 170㎏ 더 무겁지만, 저속부터 강력한 토크를 뿜어내는 전기 모터의 도움으로 발진가속 성능이 한층 경쾌하다. 제조사가 밝힌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ES300h가 8.1초, NX350h가 7.2초. 300→350으로 숫자 늘릴 만하다. ③번 항목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지만, 특히 세 번째 전기 모터는 중저속 구간에서 연료효율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
서스펜션과 제동 성능 차이도 다소 의외였다. 두 차 모두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방식을 쓴다. 공차중량은 ES가 1,680㎏, NX가 1,850㎏으로 170㎏의 차이가 있다. 우린 NX의 긴 스트로크와 상대적 둔한 움직임을 예상했다. 그러나 NX의 움직임이 한층 민첩했다. 물론 NX는 유럽산 동급 SUV와 비교해 안락한 편이지만, ES와 같은 코스를 번갈아 주행해보니 탄탄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운전재미’는 NX의 승리다.
이러한 감각 차이는 제동 성능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는 급제동할 때, 앞머리를 수그리는 다이브 현상이 일어난다. 세단보다 무거운 차체도 제동거리 늘리는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두 모델의 제동거리 차이는 미미했다. 또한, 급제동을 3회 이상 반복했을 때, 페이드 현상 찾아오는 시점이 NX가 더 늦었다. 뒷바퀴까지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갖춘 NX의 방열 성능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장거리 주행 시 운전자의 피로감은 ES를 탈 때 눈에 띄게 적었다. 시트가 더욱 포근할 뿐 아니라 암레스트의 높이, 페달의 위치, 다리의 꺾임 각도 등 운전자세 역시 ES가 편안하다. 막히는 출퇴근길 이동수단으로 둘 중 한 대만 선택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덜 피곤한’ ES를 고르고 싶다.
정숙성 차이도 돋보였다. 중저속에선 두 차 모두 조용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ES가 더 쾌적하다. 공기저항계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Cd 0.26의 ES가 0.35의 NX보다 바람 가르는 실력이 좋다. 특히 ES는 동급 E-세그먼트 세단과 비교해도 정숙성이 좋은 편이다. 섀시 바닥과 도어 안쪽 등 곳곳을 흡음재와 방음재로 듬뿍 감싼 결과다. 소음 저감 기능을 갖춘 18인치 휠도 조용한 실내에 한 몫 톡톡히 보탠다.
Round③ : 주행연비 체크
두 형제의 공인연비 차이는 의외로 크다. ES300h는 복합 17.2㎞/L, NX350h는 14.0㎞/L다. 우린 서울 서초동 <로드테스트> 사무실에서 경기도 여주의 촬영지까지, 왕복 약 150㎞를 주행하며 연비 차이를 체크했다.
결과는 ES가 조금 더 높았다. 오전 출근길 정체를 뚫고 기록한 평균연비는 ES가 23.3㎞/L, NX가 21.5㎞/L. 흥미로운 부분은 정체구간 연비 차이는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결은 NX에 들어간 세 번째 전기 모터(MGR). 해당 모터는 뒷바퀴를 구동하는 E-Four의 핵심 장비인데, 감속 또는 제동 상황에서는 발전기 역할도 한다. 덕분에 투 모터 하이브리드의 여느 렉서스와 비교해, 회생제동을 통해 거둬들이는 에너지양이 더 크다. 회복속도가 빨라, 가다서다 반복하는 정체구간에서 배터리 잔량 변화가 크지 않았다.
반면, 교통 흐름이 비교적 원활한 구간에선 ES가 차이를 빠르게 벌렸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낮은 공기저항계수에 힘입어, 고속으로 갈수록 NX보다 유리했다. 6천만~7천만 원대 수입 E-세그먼트 세단의 연비가 리터당 20㎞ 이하로 잘 안 떨어진다는 점은 ES300h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Round④ : 거주 및 트렁크 공간 비교
아이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아무래도 SUV의 넉넉하고 실용적인 공간에 마음이 갈 듯하다. 우리 팀 역시 NX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표1. 실내 및 적재공간 수치 비교(실측)>
트렁크에서 버튼으로 2열 시트의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다(NX).
먼저 트렁크 비교부터. 적재 기본용량은 VDA 기준 ES가 454L, NX가 520L로 제법 차이가 있다. 그런데 레이저 측정 장비로 비교하니, ES가 더 나은 부분도 있었다. 가령, 트렁크 깊이(2열 등받이부터 트렁크 끝단까지)는 100㎜ 이상 넉넉하다. 좌우 너비 또한 ES가 한층 여유롭다. 전고가 높은 NX의 트렁크가 종합 용량은 앞서지만,
캠핑보다 골프를 즐기는 운전자라면 ES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실내 공간은 두 차가 거의 비슷했다. 레이저 실측의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앞뒤 좌석의 좌우 너비는 거의 같은 수치가 나왔다. 대신 2열 공간의 차이는 제법 눈에 띄었다. 키 182㎝ 운전자가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다리 공간은 ES가 777㎜, NX가 746㎜(2열 등받이에서 1열 등받이까지 거리).
두 모델의 휠베이스 차이(ES : 2,870㎜ / NX : 2,690㎜)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반면, 2열 승객의 머리 공간은 NX가 조금 더 쾌적하다. ES가 907㎜, NX가 920㎜로 13㎜ 더 넉넉하다. 그런데, 예상보다 큰 차이는 아니다. NX의 옆모습을 보면 정통 SUV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A필러의 꺾임 각도는 세단만큼 날렵하다. 따라서 성인 남성 기준, 2열의 헤드룸 차이는 의외로 크게 느낄 수 없다. 대신 NX엔 커다란 면적의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어 개방감이 한층 좋다(프리미엄 트림 기준).
Round⑤ : 가격 비교 및 총평
다음은 가격 비교. 시작 가격은 SUV인 NX가 310만 원 더 높다. ES300h의 볼륨 트림인 럭셔리+와 이그제큐티브는 6천만 원 중후반대의 가격을 갖췄다. NX350h 프리미엄 트림과 가격이 겹친다. 주요 사양은 거의 비슷하다. Bi-LED 헤드램프와 선루프, 천연가죽 시트, 10스피커 기본 오디오가 들어간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추적 어시스트 등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은 두 차 모두 기본으로 담았다. 대신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NX350h 기준 럭셔리 트림에 들어가는 반면, ES300h는 럭셔리+부터 들어간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는 두 차 모두 상위 트림에서만 만날 수 있으며, 대시보드 중앙 디스플레이는 ES가 12.3인치, NX가 14인치 모니터를 쓴다.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은 ES가 듀얼존, NX는 3존으로 뒷좌석에서도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단, 뒷좌석 암레스트 컨트롤 패널과 햇빛가리개는 ES에서만 만날 수 있다.
자잘한 사양 차이는 있지만 더 높은 출력과 사륜구동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차이를 감안하면 NX의 ‘가성비’가 더 돋보인다.
즉, 두 차의 구성을 비교하면 타깃 연령대를 명확히 구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능 조작에 거부감이 없고(태블릿PC 같은 1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호쾌한 가속 성능과 사륜구동 시스템 갖추길 바라며, 뒷좌석 온도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3040 젊은 부모라면 NX의 구성이 더 마음에 들 수 있다. 반면, 내비게이션과 열선 및 통풍 시트,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후방 카메라 등 운전하면서 꼭 필요한 기능만 사용하면 되는 5060 중장년층이라면, 조금 더 포근한 승차감과 안락한 주행감각을 지닌 ES가 더 나은 선택일 듯하다.
이날 모든 촬영을 마치고 우리 팀은 각자 타고 싶은 차를 골라 귀가하기로 결정했다. 30대 중반인 나는 NX의 운전대를 재빨리 선점했다. 굽잇길에서 더 놀다가 들어가고 싶어서. 그런데, 그럴 필요 없었다. 40대에 접어든 선배 기자는 당연하다는 듯 ES를 골랐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제원표>
깊이 있는 자동차 뉴스, 로드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