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1일부터 8월4일까지 4박5일 간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오대산에 들어가 동피골이라는 야영장에서 캠핑을 하면서 시원한 3박4일을 보냈다. 넉넉한 오대산은 갈 때마다 좋다.
오대산을 나와 동해로 향했다. 가는 길에 대관령 양떼목장을 들렀다. 스위스 알프스를 연상케하는 목장은 이국적인 풍경을 선보였다.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양 먹이 주기 체험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관광객의 먹이를 받아 먹으면 배가 불러 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안내인에게 물어 보니 양은 위가 4개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한다. 자기가 먹을 양만큼 받아 먹으면 뒤로 물러나 되새김질을 하며 여유를 부린단다. 맛있으면 배가 불러도 미련하게 먹는 사람보다 낫구나^^
안개낀 대관령 고개를 넘으니 강릉이 보였다. 남강릉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정동진을 향했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동해바다! 넘실거리는 푸른바다, 한 없이 펼쳐져서 내 마음도 넓어졌다. 앗! 갑자기 어마어마한 군함이 눈 앞에 나타났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배를 향해 다가갔다. 3500톤급의 퇴역 군함, 전북함이었다. 천안함이 1200톤이니 3배다. 위를 올려다 보니 아득했다. 위용에 압도되었다. 관광해설사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옆에는 북한해군의 300톤급 상어급 잠수함이 전시되어 있었다. 96년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 때의 그 잠수함이라고 한다. 바로 이곳에 침투했다고 한다. 이 통일안보 공원은 강릉시에서 조성한 것인데, 이곳을 둘러보고 우리 가족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림같은 해안선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정동진역이 있었다. 임금님이 계신 경복궁에서 정 동쪽에 있다고 해서 정동진이라고 하는 안내간판이 눈에 띄었다. 바다를 안고 있는 정동진역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기차역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TV드라마 모레시계의 촬영장소였던 이 곳의 "고현정 소나무"가 잘 보존되어있는데, 단아하다. 젊은 연인들이 많았다.
삼척시내에 들러 짜장면과 짬봉을 사먹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데, 남편은 주방장이고 아내는 홀서빙을 했다. 정갈하고 맛있었다. 울진쪽으로 10여분 내려가서 맹방해수욕장에 들렀다. 조그만한 시골 해수욕장이었다.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인근 한적한 시골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1박에 4만원이지만 식구가 셋이므로 좀 깎았달라고 했다. 삼만원으로 낙찰봤다. 시골집 마당과 할머니의 인심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저녁이 되기까지는 이른 시간이라 차로 40분쯤 되는 거리에 있는 삼척시 군립공원 환선굴을 구경갔다. 약5억년전쯤에 생성된 석회석 동굴이다. 굴 속은 웅장하고 시원했다. 자연의 신비란 놀라운 것이다. 1인 입장료 4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인근 덕산해수욕장의 횟집에 가서 광어 우럭 세꼬시 모듬회를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 주인장에게 내가 웃으면서 인사 치레로 많이 주세요 했는데 정말 많이 줬다. 역시 친근한 말한마디가...
우리 세식구는 밤바다를 보러나갔다. 해변을 따라 걸었다. 낮에 보는 바다와는 달리 밤바다는 우리를 삼킬 것 같았다.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 않고 파도소리만 들리니.
수민이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걸... 글쓰기 공부를 하러 다닌다고 같이 못 온 것이 아쉬웠다.
다음날(8월4일) 아침 일찍 민박집을 나섰다. 오는 길에 동해시에 들러 천곡동굴(석회석 동굴)을 관광했다. 아파트 공사를 하다가 발견된 굴은 규모는 작았지만 태고의 신비감을 느끼게 했다. 강릉을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니 상하행선 모두 휴가 차량이 줄을 이었다.
봄같이 따뜻하게 대지를 적셔주는 북한강이 흐르는 도시 춘천(春川)에는 김유정 문학관이 있었다. "봄봄", "동백꽃" 등의 작품을 남긴 천재소설가 김유정은 30살도 못살고 죽었다. 이 곳 춘천이 고향인 김유정은 가난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요절했지만 오늘 우리 가족을 이 곳에 오게했다. 수민이도 글을 쓴다고 하니, 아비로서의 바람은 베스트셀러를 많이 써서 부와 명예를 누렸으면 하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들이 읽어주는 글을 써야한다. 김유정이 살았던 일제시대에는 독서층이 적었다. 아무리 소설을 잘 써도 많이 팔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의 대부분의 작가들은 가난했다. 작가(예술가) = 가난한 사람이라는 등식이 은연중에 성립했던 것이다. 현대는 다르다. 최인호, 조정래, 이문열, 신경숙, 공지영, 김훈, 이외수, 박완서 등 이 시대의 천재적인 작가들은 다 부자다. 21세기의 가난한 글쟁이들은 실력이 없기 때문에 가난하다. 프로는 부자다.
문학관 옆에 있는 "유정마을"식당에서 춘천닭갈비와 춘천막국수를 먹었다. 춘천에 와보니 유명한 양계장도 없는 것 같은 데 왜 춘천 닭갈비가 유명한지 모르겠다?.. 하였튼 닭갈비는 맛있었다^^ 식당 주인에게 물어봤다. 이 식당이 유정마을 식당인데 김유정과 무슨 관계가 있으신지요? 혹시 친척이라도.. 아무관계도 없다고 했다.
46번 국도를 타고 오다가 가평 남이섬에 들렀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최지우와 배용준이 키스했던 장소가 보존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연인은 아름다운 추억을 낳는다.
남이섬에는 남이장군 묘가 있었다.
묘앞에 장군의 시비가 있는데, 읽어보니 대장부의 기개가 넘친다
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석 마도진)
백두산 돌은 칼로 갈아 다하고
豆滿江水 飮馬無 (두만강수 음마무)
두만강 물은 말 먹여 없애네.
男兒 二十未平國(남아 이십 미평국)
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정치 못한다면
後世 誰稱 大丈夫(후세 수칭 대장부)
훗날 누가 대장부라 이르리
(여진토벌(女眞討伐) 때 읊은 시)
남이섬은 숲이 잘 가꾸어져 있다. 가을에 오면 정말 낭만적일 것 같다. 지금의 남이섬 모습을 디자인한 남이섬 대표 강우현씨는 단양 매포사람이라고 아내가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남이섬에는 단양 도담삼봉 축소 모형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또한 단양을 잘 소개하고 있다.
2010년 올 여름휴가는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첫댓글 ㅋㅋ 부부가 함께한 여행을 각각의 글로 읽으니 느낌이 좀 다른걸요? 아무튼 수민이가 프로작가가 되어 돈도 많이 벌길 바래요...
휴가 다운 휴가를 보내셨군요^^
여행후기 읽으면 눈앞에 보이듯 손에 잡히듯 섬세하게도 잪 표현 했고요,
수민이가 꿈을 이루어 우리 모두 기쁜날을 맞이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