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다

[갈뫼]

간헐적 단식을 해온 지 이 년이 넘었다. 하루 두 끼씩, 저녁밥을 일찍 먹고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으니 속을 비우는 시간이 열 여섯 시간은 된다. 위장도 쉴 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준수한다. 하루 절대량은 줄었지만 아점으로 먹는 양이 많다. 거기다가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고 약속이 있는 날이면 더 많이 먹게 된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쓰릴 정도는 아니지만 내 또래에 비할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少食 少飮을 다짐하며 살까.

특히 명절은 과음과 과식을 하게 된다. 이런 날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포식하는 날이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일흔 중반인 형들이 모든 면에서 줄.었.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의식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신체 기능이 약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나이들어 살이 빠지는 건 덜 먹는 이유도 클 것 같다.

추석이 끝나고서 나는 의식적으로 줄였다. 남들과 똑 같이 먹기로 했다. 내 배꼴의 칠 할정도 먹는다는 것이다. 음식점에서도 일 인분만 시키면 왠지 서운하고 속이 좁아 보였는데 변하고 있다. 그렇게 하니 속이 편한 걸 확연히 느끼겠다. 입맛이 당겨도 소화력이 약해지는 걸 받아 들여야 한다. 무쇠도 녹일 밥통胃이 아니다. 요즘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무엇을 입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지 않는다. 뱃 속이 편한 음식을 찾게 되고 편한 옷을 입는다. 또 건강을 챙기기 위한 것도 무리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으려 한다. 머리를 싸맬 일이 없으니 생활이 단순해지고 있다. 이렇게 노년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나 보다.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니 자유롭다. 아프지만 않으면 큰 돈 들어갈 일이 있겠는가. 백여 년전만 해도 대다수가 근동近洞, 가까운 이웃 마을 사람들끼리 혼인을 했고 태어난 곳을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른 곳을 모르고도 살았다. 즐기고 살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생각조차 내려 놓으니 편해졌다. 욕심을 내려 놓고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한 늙음을 맞는데 도움이 되리라. 물질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도 감사할 일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이면 된다.

언젠가 있을 병고病苦를 겪는 기간을 줄이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미리미리 챙기려고 하고는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아들네가 오는 바람에 또 과식했다. 엄마의 마음이 푸짐한 밥상을 마련했다. 손자에게 하는 말, ' 도진이 덕에 할아버지가 잘 먹는다.'

[청람(淸覽)]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글이 올라와 읽었습니다
여전하십니다 ㅎ

글도 잘쓰시지만, 글씨도 많이 쓰고 계시지요?
한글서예 동천반 회원님들에게도 안부인사 올립니다 ~

[갈뫼]

성함이?

여기가 너무 조용해서 심심풀이껌을 싣기로 했어요. 연말까지 조회수가 20명이 넘기 를 기대하고, 그때 가서 계속 여부를 생각하겠습니다.

[청람(淸覽)]

동천동 한글서예반에서 초창기 반장을 했었던
오한진 입니다 ^^
지금도 동탄2도시로 출퇴근하다보니 주중에 서예반에는 함께하지는 못하고 있구요 ~

[갈뫼]

하하, 오한진이란 이름을 어찌 잊으리요. 그 때 그 사람들은 두서넛빼고는 모두 물갈이 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