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산행

[化爲鳥]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등산을 함께 하는 친구들의 모임 음주산악회! 음악을 연주하는 산악회가 아니라 음주 가무, 음담패설을 주로 하는 7명의 친구들과 아내들의 등산 모임이다.

처음엔 남자들만의 산행했었으므로 가입조건이 등산 후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으며 기사를 제외하고 반드시 소주 2병 이상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으나 아내들의 동참으로 눈치술 먹느라 회칙이 무너진지 오래되었다. 그래도 만경사회에선 워낙 유명하고 모두 부러워하는 산악회이므로 이름만은 그대로 유지해왔다.

몇년 전 회원들끼리 새벽 2시까지 대합 대하 꽃게 안주로 소주 30병을 마시고, 9시 김제지평선축제 10KM 단축마라톤에 참가해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나를 제외하고 모두 1시간 이내로 살아돌아온 강철체력은 매주 산행으로 다져진 지구력과 심폐기능 때문이었으리라. 난? 1시간 5분.. 쪽팔...

일요일 어제 아침 9시, 6명만 모이고 비는 부슬부슬 내려 그냥 방에서 고스톱 치며 놀까 아님 부안 바닷가로 바람 쐬려 나갔다가 오면서 시장에서 바지락 사다가 점심에 부추전 부쳐  소주를 마실까 고민하던 중 지혜로운 내가 태풍은 북상 중이고 위쪽으로 올라가면 비가 안올지도 모르니 무조건 올라가보자 제안해 모두 동의하고 출발하였다.

가는 차 안에서 음담패설이 시작되었다. 직장에서 들었다는 우리 각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맛선을 보기로 한 여자가 약속 장소에서 1시간 넘게 남자를 기다렸다. 남자가 1시간 후에나 나타났는디 늦게 도착한 주제에 못생기고 도데체 맘에 들지 않았다. 여자 왈 <혹시 집에서 개애~쉐키... 키우지 않으십니까?> 역시 여자를 본 순간부터 맘에 들지 않던 남자 왈 <시입~ 팔 년... 째 키우고 있습니다> 더욱 화가 난 여자 왈 새끼 손까락을 남자에게 들이밀며 <이 쉐에~끼... 손가락 이쁘시지요?> 뚜껑 열린 남자 왈 <이녀~언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요?> 했더랍니다. ㅋ ㅋ

차안에서 낄낄 깔깔 웃어대고 난 크게 웃는 것이 많은 운동효과가 있다는 것과 웃음이 암세포마저도 이겨내는 힘을 준다는 썰을 풀고, 이어서 가지가 대장암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되며 마늘의 셀레늄 알리신의 약리학적 효능 등등 건강상식 강의(?)를 하는 동안 차는 벌써 서천 희리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약간의 가랑비만 내려 산을 올랐다. 오빤 야산 스타일! 소나무가 비를 막아주었고 태풍 전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처음에 빡시게 첫 봉우리를 오른 다음 능선을 오르내리는 코스가 편하고 즐거웠다. 가지 예찬론을 펼쳤던 나에게 아내는 몸에 좋다는 가지를 자기는 주지 않고 몰래 따다가 혼자 으득으득 씹어 먹더니 산을 잘도 오른다며 빈정대어 모두 함께 깔깔 웃고... 높지 않은 산을 올랐으므로 정상을 거쳐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코스 또한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아 2시간 정도의 비오는 날 산행으론 아주 성공적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한 서천 수산물특판시장 주차장엔 차 댈 곳이 없었다. 홍원항에선 꽃게 대하 축제가 있어 바가지 쓸 염려와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시장으로 왔는데 명절 대목장처럼 북적였다. 시장 내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이쑤시개로 막 버무린 굴젖 맛보기를 먹으며 김제에도 특화된 농수산특설시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모두 아쉬워했다.

여섯명이 2층 식당에 자리잡고 전어회 2kg 전어구이1kg 꽃게탕 2kg으로 식사를 하고, 남자 셋이서 소주 다섯병 맥주 세병을 해치웠다(전어는 1kg 만오천원 꽃게는 1kg 이만원이었다). 지난 주 부안 보람횟집에서 먹은 전어보다 크기가 작아 맛도 덜 고소했으며 밑반찬도 감칠 맛이 덜했지만 꽃게탕은 시원해 아직 꽉 차지 않은 살을 발라 안주 삼고 국물에 밥 말아 후한 점수를 주었다.

만경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고 달리 할 일이 없어 샤워 후 낮잠 푹 자고 장등집에 도착 완주 로컬푸드 꾸러미밥상에서 보내온 무농약 콩나물로 끓인 국과 유정란 후라이, 상추쌈, 간고등어튀김, 생가지와 고추장으로 저녁을 먹고 배 두드리며 <나는 가수다> 더원의 어깨로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문재인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출되었다. 내 개인적으론 대통령으로선 김두관후보가 뚝심있고 치밀하게 잘 해낼 것이라 믿었지만 문재인 후보도 나쁘진 않았다. 선한 눈빛이 거짓말하지 않을 것이며 책임총리제도 반드시 실행할 것이라 믿고, 안철수 교수와도 담판하든지 경선을 하든지 국가를 생각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서로 양보할 수 있는 큰 그릇이라고 믿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사람 사는 세상과 저녁이 있는 삶이 마련될 기초를 세워주었으면 좋겠다. 임기 내 모든 걸 해내려 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미래가 희망으로 보이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형마트와 골목시장이, 대농과 소농이 공존하고 남과 북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협력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비오는 월요일 아침에...

[차녕이]

장문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옥이네]

구구절절하고 감칠맛 나네요~

[늘 그자리]

그래도 잘 달렸네... 난 48분까진 주파해 봤는데 지금은 2시간도 더 걸릴거 같은데?
암튼 존 글 감사!

[세석]

한참 읽느라 고생
ㅋㅋㅋ 그래도 잼나게 잘 읽었심다.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