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타마에서 온 그녀 ]
* 김영주(세상풍경) 24년 1월에
그날 아침이었다. 4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늦가을 낙엽처럼 수분기 빠진 한명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마치 혹한기에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목덜미 털을 일으켜세우고 목을 밀어 넣고 있는 철새같았다.
지난 11월 말에 사이타마의 소식을 접한 건 잠들기 전 11를 넘겨서였다. 사이타마에서 새벽 2시30출발하는 비행기로 인천에 4시 30분경 도착예정이었다. 한국으로 출발을 못했으니 일정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난감했다. 10시부터가 첫수술이다. 새벽에 한국에 와 있는 피곤함을 생각해서 닥터도 간호사도 평소보다 30분이상 빨리 출근한다. 때문에 9시부터 상담을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병원 단톡방에 그녀가 보낸대로 올렸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포장없이 전달해야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부모의 불행한 일로 비행기를 못탔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긴급 알림이 왔어요.
불행한 일의 종류가 궁금하긴 했다. 그녀가 말한 불행한 일에 대해 직면한 당사자에게 캐물을 수 없었다. 더구나 개인주의 나라라고 일컫어지는 곳으로부터 오는 사람이다. 알았다고 마음을 잘 추수리라고 마무리했다. 긴급알림을 단톡에 올린 후 못보았을 수 있는 사람을 위해 개인 톡으로도 수술에 참여할 간호사에게도 알렸다. 총괄 부원장한테는 전화를 했다. 원장인 집도의는 전번이 없었다. 데스크 담당에게 문자를 남겼다. 원장에게도 사실을 알려 조기 출근하는 번거로움이 없기를 바랬다. 수습은 했으나 밤새 잠을 설쳤다.
어차피 못 잔 잠이었다. 사실을 모르는 일찍 출근할 누군가를 위해 나도 일찍 나서기로 했다.
9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원장인 집도의는 벌써 와 있었다. 데스크 부장을 통해 취소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일찍오셨냐고 물었다. 운동하고 미리왔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때까지도 부모의
불행한 일에 대한 사이타마로 부터의 답변은 없었다.
첫 수술이 펑크가 났다. 모두 두어시간을
손을 놓고 있었다. 시간당 적정 매출을 올려야 돌아가는 성형외과다.
오후 늦게 사이타마로 부터 SNS가 왔다. 이때다싶어서, 물었보았다.
"부모님의 불행한 일이 잘 수습이 되셨나요?"
"혹시, 그 불행한 일이 어떤 일이었을까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의외로 빠른 답이왔다.
"부모의 오래된 지병이 갑자기 악화되어 출발을 못했습니다"
라고 응대해 왔다.
종일, 신경이 쓰였다. 사람이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30대 이상의 외국인이다. 노쇠한 부모의 갑작스런 건강상의 문제는 국가와 사회를 막론하고 누구나 격는 일일것임에 틀림없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사정은 봐주어야 하는 것이 공감이고 인간애다.
때문에 규정은 있으나 고민에 들어갔다.
규정대로라면 당일 취소는 예약금이 사라진다. 예약시에 예고는 해두었다. 망설이다가 부원장 방문을 노크했다. 전날까지 별일 없이 소통을 했었는지를 묻고는 일단 허락은 떨어졌다.
사이타마의 그녀에게는 부모의 일에 대한 위로가 될 말로 먼저 전하여 안정감을 주었다. 바로 예약금이 살아있다는 좋은 소식을 전했다.
그후, 한 주 건너 한 번 꼴로 코수술과 몸매관리
허벅지 지방제거등을 물어 왔다. 구두로라면 20-30분이면 끝날 수술전 상담이다. 외국인들과의
성형상담은 꽤 많은 서류 뭉치에 해당할만큼의
SNS소통이 필요하다. 수술전후 사례 사진과 후유증등 주고받아야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고 이해되어야 비로소 뭔가가 이루어진다. 주의점등 나름 꼼꼼히 안내했다. 그때마다 꼭 무엇이든 하기는 할거라고 회신이 왔다.
"제가 꼭 수술은 할거예요. 결정을 못하는 잘 못하는 성격이라 상담 후에 결정 할게요."
라고 끝맺었다. 있는 그대로 그녀의 말을 믿었다. 적어도 3개월이상을 고민한 끝에 오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심야비행기로 왔다가 심야 비행기로 돌아가는 간절함이 있는만큼 믿을 이유가 충분했다. 늦가을이 지나가면서 수술예약은 매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아무래도 수술후 염증우려나 남의 눈을 가리기에 추워지는 늦가을 부터 겨울이 이 업종의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사이타마의 그녀는 왠일인지 일정을 문의할 때
꼬박 전달 당일 다음날까지 몸에 무리가 가는
심야 일정으로만 안내를 원했다. 몸의 부담으로 수술 후 홀로 밤 비행기로 귀국은 무리라고 여러번 설명했다. 매번 같은 일정이라면 업무상 시간의 여유가 없는가보다 생각했다. 허벅지 지방 흡입의 경우, 갑작스럽게 체중이 변화하는 수술이다. 일어날 때 현기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표적 증상이다. 당일로 어렵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몇번이고 설명을 했다. 때문에 다시 당일 일정이라면 몸을 건드리는 수술이 아닌 얼굴 쪽 수술일 것으로 여겼다. 뭉뚱한 복고, 코끝를 자연스럽고 화려하게 고치고 싶어했다.
결국 그녀가 2달 반만에 왔다. 새벽 4:30분에 인천 도착하더라도, 무사도착했다는 알림은 일단 주라고 했다. 아침에 확인하니 아무 것도 와 있지 않았다. 소멸한 예약금의 유효기간을 2달 남겨둔 올해 안에 오는 게 좋겠다고 알렸었다. 규정외의 예외적용이었고 병원 살림을 하는 운영자들에게 눈치가 보였다. 한국인 실장이라면 예외는 없을
것이었다.
"수술방을 비워두는 예약(50만원)이었기때문에, 고객님 예약금은 사라지는 거예요!"
라고 1도 주저없이 당위성을 말했을 것이다.
사이타마의 그녀는 궁금한 게 많은 편이었다. 처음 접속한 이래로 하고 싶은 성형수술에 대해 간헐적으로 물어왔다. 일종의 취미 같기도 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변화를 미리 추정해 보고 싶어하는 심정일 것이다. 상상으로 만족감을 높이면서 수술까지 접근해 가는 게 이 분야의 패턴 인가보다 생각하게 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혹은 갈증을 해소해 가는 한 흐름인 것이다.
최종 그녀는 구제받은 취소 환불료를 피부 관련 주사에 예약했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결정할것이고 반드시 어떤 수술인가는 하겠으나 결정장애라고 했다. 그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잃어버릴 뻔한 경제적 손실을 줄일 것이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녀를 다시
보낸 후였다. 당일 출근도 하기 전 그녀는 전철역에 와 있다고 했다. 3층 접수처도 9:30분은 되어야 업무가 시작되니 적어도 9:20분경에 와 있을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병원은 복층이었다.
4층에 쇼파가 있으니 거기서 기다리는 편이 무박으로 한국에 온 그녀에게 덜 피곤할 듯 했다.
엘리베이터 3층문이 열렸다. 이미 불이 켜 있었다.
그제서야 청소하는 이모가 1시간전부터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4층 버튼을 다급히 눌렀다.
엘리베이터 앞에 모자를 눌러쓰고 다소 추운 듯 졸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목 부위를 최대한
움크리고 졸음과 추위를 잊으려하는 몸짓 같았다.
"사이타마에서 오신 분이시죠? "
그녀였다. SNS로만 몇달 소통했다.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2달전 모두의 오전을 허사로 만든 바로 그녀였다. 3층 쇼파로 안내했다.
유니폼을 갈아 입고 나왔다. 그녀는 아직도 졸음에 겨워, 겨우 앉아 있는 모습이 겨울 그늘에 널린
시래기 같았다. 상담을 해야할 부원장은 아직 오지 않았다. 좀더 휴식을 취하라고 냅두었다. 수술 내용이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 몽골에서 온
L씨에게 순서가 밀렸다. 공복 4시간을 유지해야 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환자가 갈증을 견디기 힘들다. 그녀의 사전 희망 사항은 콧끝을 비중격연골(코 안에 있는 판모양의 연골)로 반버선코 모양으로 자연스럽고 화려하게 하는 것과, 피부 윤기를 위해 필러등 3종을 주사하는 시술을 합해서 몇백이 되는 수술이다.
지난 9월부터 코로나 이후 3년만에 가격할인 이벤트를 했다. 침체된 외국 마켓을 가격할인으로 회복을 시도였다. 그때 예약한 것을 기한을 넘겨 적용해 준 첫 수술이다.
상담후 수술비 결재를 카드로 하겠다고 카드를 내밀었다.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카드 2개를 교대로 결재요청을 해도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카드사에 문의하라는 멧시지가 나올 뿐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묘했다.
대개의 경우 사전에 카드이든 현금이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를 해오는 법이다. 부득이한 경우, 지인이나 가족으로부터 다른 카드 번호를 받는다. 이것도 안되면, 병원 거래하는 외환 송금을 받을 수 있는 환전소 사장님 계좌로 이체해서 받는다. 병원은 이체받은 외화로 원화로 환산해서 받는 게 통상적인 해결 책이었다. 대개의 경우
큰 결심을 동반하는 외국행이다보니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그녀의
모습은 다소 소극적이었다. 예약금을 받았던 방식으로 제차 요청을 했으나 불발되었다. 그녀의 말은 금액이 커서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 어딘가로 문자를 보내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녀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데스크에서는 첫 방문도 아닌데 이런 사태를 그녀가 몰랐을 리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나의 일이라고 했다.
모든 의료진이 그녀의 최종 결재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대기중이었다. 상담시작부터 무려 1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본국의 가족에게 카드 번호를 받는 방안을 다시 전달했다.
" 저희 어머니는 제가 여기 온 줄도 몰라요!
화를 내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어요.
수술을 포기하고 피부 시술만해 볼께요."
라고 했다. 피부 시술을 위한 차액 6천몇백엔은
예약 방식과 같은 페이팔(달러나,엔화를 송금하는 방식중 하나)로 들어왔다. 같은 방식으로 차액 송금은 안되었다. 카드 한도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테스크에서는 카드를 다시 요청해 왔다. 단말기에선 미승인,미승인 카드사 문의하라는 메시지만 나왔다. 하다못해 50을 긁어도 승인되지 않았다. 통상, 외국 환자의 경우 환전 수수료나 카드사 수수료때문에 현금을 준비해 온다. 대기하던 부원장이 들이닥쳤다.
이미 다른 스텝을 통해서 수술방 비워둔 리스크때문에 그녀가 원하는 피부시술을 위해서는 다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통보가 있은 후였다.
부원장은 그녀 특유의 크고 고조된 톤으로 말했다.
"한국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수술이 처음도 아닌데 그런 태도로 왔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는 행동이에요."
머리가 하얘졌다. 방법은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업종에서 신출내기이다. 더구나 병원을 운영하는
부원장은 *주도형 행동유형을 가진 사람으로 D(사자, 독수리 같은 추진력을 갖은 사람)이었다.
위 두사람의 말을 합쳐서 하나의 문장으로 간단히
전했다.
"안타깝게도 잠못자고 먼길 오셨는데, 부득이 결재가 안되어, 수술이 어렵습니다. 수술시간만큼
지체되어 피부시술은 추가 비용을 내셔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동안 고대하던 수술을 못받게 되어 너무 안타깝다는 표정을 함께 싣었다. 의료현장에서 환자는 50%이상을 표정이나 제스추어로
느낀다고 한다. 사이타마의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가 침묵을 깨고 의사표현을 했다.
" 제가 여러분들의 시간을 헛되게 했으니
그냥 하루 관광 왔다고 생각하고 갈께요."
하고 짐을 추스렸다. 침묵은 행동유형 C(비둘기형인간, 침묵은 거절이다)처럼 그녀의 맡겨둔 종이 봉다리에는 옆 건물에서 산 P사 빵이 여러게 들어
있었다. 타국에서의 배고품에 대한 대비였다. 피곤함을 이겨내며 이뻐지려고 한국으로 새벽비행기를 타고온 그녀였다. 국내에서라면 크고 작은 수술에 친구든 가족이든 함께 동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고도 불안해서 사후 케어를 받고 전화 문의가
잦은 법이다. 먼 하늘을 혼자 건너온 용기에 비해 준비성이 없었던 그녀가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순간 그녀의 말이 오버랩되었다.
'가족의 불행한 일로 비행기를 못탔어요.' 아마도 모친은 지병으로 매우 날카로운 상태일 것이다.
병은 앓은 사람 입장에서는 건강하기만 해도
아름답고 행복한 상태이다. 그녀는 젖살이 빠지고 미용적으로 절정을 찍을 연령인 30대이다. 이후 35세부터는 세포 노화로 뼈와 피부 사이의 연조직의 부피가 축소된다. 마치 동그랗고 탱탱한 포도의
수분이 날라가면 건포도가 되어가는 과정의 직전이다. 그후 사람의 얼굴은 하트모양에서 안면 중앙의 볼륨이 꺼지면서 처지고 직사각형으로 넙대대해진다. 그녀는 미혼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결혼을 포기한 비혼족일 수도 있다. 환자가 있는 가정형편상 가족 공통체로부터 개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수술을 단행하는 것은 심리적 압박감이 있을 수 있다. 지병인 부모의 지난한 일이 우울해서 현실을 도피하고픈 개인 취향이 자신의 미모였을지도 모른다. 많이 표나지 않는 다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얼마간의 희열과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게 성형이다. 유교적 개념으로는 이해가 안될 수 있다. 자신의 수입으로 미용보다는 아픈 모친을 돌보는데 소모해야 마땅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욕망은 부모와 무관하게 개별적이다. 현대는 어떤가, 부모는 부모대로 노후가 어려우나, 자식에게 다 짐을 지울 수 없다. 자식은 자식대로 현실은 우울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그것이 가족이라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른 가족이 연명이 되고 가족이라는 형태가 유지되는 것을
행복하다고 생각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언뜻 그녀의 직업은 한국실장으로부터 미용사라고 들었다. 홀로 모친을 돌봐야 하는 미혼인 외동딸의 입장일 수 있다.
학창시절에 뉴스위크쯤에 해당되는 그녀의 나라 잡지에서 형제가 있는 집보다, 외동딸이 노후 부모의 부양을 하는 부담감이 더 크다는 통계를 보았다. 그후 30년 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도 노력봉사는 대략 딸들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정때문이든
먼저 외손주를 돌봐야했던 친정 부모의 노쇠로
인한 책임감때문이든 이미 그런 추세인 것이다.
그녀를 아무 결과도 없이 보내야하는 시간이 닥쳐왔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그녀를 마중했다. 찜질방이나 사우나 가서 좀 쉬라고 연신 두통수에 대고 전달을 했다. 그후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게가 처음 한국에 와요!
게는 한국 자주온다면서요.
카드 먹통인거 모르겠어요... "
그때 나는 부원장의 얼굴이 *사자나 독수리같은 맹수처럼 보였다. 그녀의 말이 진검처럼 푸르고 시린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경험많은 부원장의 말이 그때까지만해도 믿기지 않았다. 퇴근전 원장이 내려왔다.
"해도 안해도 어차피 인연은 끝나겠지만,나는 피부 시술이라도 해줬으면 했어요."
원장이 부원장으로부터 들은 것일까. 윗층 수술실로 부터 대기하던 부원장이 내려왔을 때 내가 했던 마지막말을 원장이 하고 있었다.
"이대로 돌려보내면 인연이 끝나잖아요!"
였다. 그 말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인연을 언급했다.
"부원장이 수술방 손실로, 추가비용 새로 내야 한댔어요."
하지만 타업종으로 재취업한 나는 그런 그녀의 주도적인 강단으로 먹고 살고 있는 입장 일지도 모른다.
원장도 나도 아무말 없이 등을지고 서로의
모니터 쪽으로 앉았다. 자꾸 3월부터 변치않던
사이타마에서 온 그녀의 프로필 사진이 떠올랐다.
서울의 어느 건물앞 화강암이 깨진 계단에 앉아있었다. 화려한 관광지도 아니였다. 해방과 자유를
느끼는 화려함이 1도 없는 사진이었다.
그녀가 엘리베이터 앞에 먼저 나가 서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간 어스름 아침에 표면에 살어름이 낀 낙엽의 그림자같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미 닫혔을 고막에 대고 어디 카페라도 가서 쉬어라, 찜질방이라도 검색해서 가라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같은 말을 해대는 덧없는 시간이 잠시 흘렀다. 돈의 흐름이 막힐 물고를 절대
닫는 법이 없는 업종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와 있는 것일까싶을 때가 있다.
(*추가글 : 어제 24년 1월 토요일에 갑자가 그녀가 왔다. 귀국편 비행기도 없이 방콕서 한국 오는 티겟을 보내왔다. 짧게 일시불로 미리 전액을 다 송금하고 갈 수 있다고 했다. 어쨌든 그녀는 무얼가 꼭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안 회춘술로 자가지방이식과 눈밑지방재배치를 추천했다. 그녀로 인해 토욜 연장근무를 했다. 그녀를 그냥 보내게 했던 부원장이 그녀의 입원실 옆 쇼파에서 다리를 풀고 비둘기처럼 안가고 앉아 있었다. 친구 온다니 그때까지 있겠다고 부원장을 내보냈다. 수면마취가 깰때쯤 6시반이 넘어 남친이 왔다. 토요일이라 건물 정문이 닫힌 모양이다. 큰 트렁크를 계단으로 끌고 그녀의 남친이 대기하는 정문쪽으로 가서 그녀를 인계했다. 끝난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이어져서 기뻤다.
모두 선의를 갖고 그녀의 상실되었던 지난 예약금을
수술비에서 공제해 주었다. 지금 그녀는겨울에 문뜩 날라와 하고싶은 것을 충족하고 보호자도 있다.
강남 한복판에 그녀의 몽롱한 몸을 뒤로하고 전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녀에게 그간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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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행동유형-1928.컬럼비아대 심리학교수 William Moulton Marston박사의 행동유형.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 환경 속에서 자기 개인의 힘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연구. 주도형(Dominance).결론과 책임을 중시하는 인간유형
D: 주도형(Dominance) 독수리, 사자형
I : 사교형(Influence) 앵무새형
S: 안정형(Steadiness) 부엉이형
C: 신중형(Conscientiousness) 비둘기형
첫댓글 그늘진 우리들의 또 다른 자화상을 마주한 느낌 ... 참 답답한 삶의 단면
늘 강건하소서 ...^^ 벅찬 새해가 되시구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세요.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처럼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촘촘히 잘 쓰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어디선가 맞닥트릴 일 중의
하나였을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