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력서를 써서 서울을 떠날 때마다 추레해진 사진도 붙이고, 맘에도 없는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로 끝나는 자기소개서를 덧붙혀 우체국을 간다. 컴퓨터로 찍힌 월급명세서를 받으며 느낀 참담함이 싫어 얼빠진 노동조합이나 제 밥줄에 목맨 회사 간부들과 싸우는것이 마치 아귀다툼 같아서 떠나온 곳에게 무릎을 끊는것이다 밥 때문에 삐쩍 마른 자식놈 눈빛 때문에 이렇게 내 영혼을 팔려는 짓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왜 그럴까, 알고 싶지가 않다 나는 이렇게 늘 패배하면 산다 조금만 더 가면 여기서 한 발짝만 더 가면 금빛 들판에서 비뚤어진 허수아비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것마저 내게는 욕심이었다 이력서를 부치러 우체국을 간다 한때 밤새워 쓴 편지를 부치던 곳에 생(生)의 서랍을 샅샅이 뒤져 1987년 포항공고 졸업 1991년 육군만기제대 이따위 먼지까지 탈탈 털어서 간다.
첫댓글 세상과 타협하고 비굴하게 사느니 차라리 금빛 들판에서 허수아비로 살겠다던 그 꿋꿋함도 자식 앞에서는 와르르... 세상 모든 아비들의 마음이겠죠? 갈수록 노동자들이 더 비참해지는 세상.. 바로 세우려 하면 할수록 더 옥죄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