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사물함
강주
시간은 삽으로 깊이를 옮겨 놓습니다
서른아홉 번째의 열쇠,
찢어진 낱장으로 이해해요. 눈송이 하나와, 하나의 눈송이와, 또 다른 눈송이 하나의 이야기는 폭설, 깊이는 눈부시죠
가지런히 길을 포개어놓고
유니폼의 숫자는 결승선을 긋습니다
꽃들의 자세는 불량해요. 플라스틱과 드라이플라워. 겨울은 끝없는 사막이라는 말을 세로로. 묶음이거나 액자로. 그다음 계절은 물병과 유니폼과 숫자에서
시간은 증가하고 있어요. 중심에서 기슭으로 시곗 바늘로
슬픔을 읽습니다
욥의 결말은 네 개의 모서리죠
자세를 바꾸고 강기슭에 닿아
손가락으로 그리는 구석들
모든 원인은 과거형으로 말합니다
옛날은 있었고 옛날은 있고 옛날만 있을 거예요. 시간은 폭력의 속도입니까
모든 사물들을 덧붙여 눈꺼풀로
어둠과 빛과 춤과 안과 밖 사이
폭설을 닫습니다
시집 『99가지 기분과 나머지』 (달을쏘다, 2023)
강주 시인
2016년 『시산맥』으로 등단
제1회 정남진신인시문학상 수상
2019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제5회 동주문학상
시집 『흰 개 옮겨 적기』, 『99가지 기분과 나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