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
유명한 신법적용기준 동기설 폐지 전합
범죄 후 법령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바뀐 경우에는 항상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자
법 규정에 충실한 해석 원칙을 정립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법원 전합은 법령 변경의 동기가 종래의 처벌 자체가 부당했다거나 과형이 과중했다는 반성적 고려인 경우인 때에만 신법을 적용하는 이른바 '동기설'을 폐지하고 기존 판례를 모두 변경했다.
법령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 행위시법과 재판시법 사이에서 재판규범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해 1960년대부터 장기간 형성·유지되어온 판례 법리(동기설)를 폐기하고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이다.
◇ 대법원 전합, '동기설' 폐지 = 대법원 전합(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22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A 씨의 사건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6420).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 A 씨는 2020년 1월 혈중알코올농도 0.209%의 만취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2020년 6월 2심 선고 이후 같은해 12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전동킥보드는 자동차 범주가 아닌 '개인형 이동장치' 내지 '자전거 등'으로 새로 분류됐다. 이에따라 전동킥보드 음주운전도 자동차 음주운전처럼 법정형이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 원이었던 종전과 달리 개정법에 따라 법정형이 2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낮아졌다. 이에 A 씨는 상고했다.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舊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新法)에 따른다 '고 규정하고,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는 '범죄 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종래 대법원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는 종래의 처벌 자체가 부당했다거나 과형이 과중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변경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봤다.
이와 달리 법률이념의 변경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사정의 변천에 따라 그때 그때의 특수한 필요에 대처하기 위해 법령을 개폐한 경우에는 구법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62도257 등).
이번 대법원 전합은
대법원 전합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는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이후에도 종전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경과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 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며
"이 규정들은 범죄 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령이 변경된 경우 행위시법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을 적용한다는 취지임이 문언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언의 명확한 개념과 다르게 종래 대법원 판례와 같이 반성적 고려에 따른 것인지에 따라 위 규정들의 적용 여부를 달리해야 하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종래 대법원 판례는 법문에 없는 추가적인 적용 요건을 설정한 것으로 목적론적 축소해석에 해당하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규정에 대한 축소해석은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로 최대한 제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후에도 종전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할 경우 이에 상응한 경과규정을 둘 수 있고,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법자의 의사는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명문규정에 따라 가벼워진 신법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 법원에서는 환영 목소리 = 법원에서는 이번 전합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자유권규약(ICCPR) 제15조 제1항 제3문은 '가벼운 처벌의 소급 원칙'(principle of the retroactive effect of the lighter penalty)에 관해 명문 규정을 두고 있고,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이 규정에 따라 '비범죄화에 대한 소급적용권'(right to retroactive application of the decriminalisation)을 인정하고 있는데(Cochet v. France),
이번 전합은 이러한 국제적 기준과 부합하는 적절한 판결로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
한 고법판사는 "종전 판례는 법 규정에도 없는 '반성적 고려'라는 표현을 넣어 적용해 법 해석 영역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형사법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엄격 해석의 원칙과 해석에 다툼이 있으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법을 통해 형벌이 없어지거나 감경됐어도 경하게 처벌할 수 없다는 국가후견주의적 관점에서 지속돼 온 것에 대해 형사법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 법 해석에 더욱 충실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