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립박물관 본관 내부로 들었다.
멋진 연회장으로 초대 받은 손님처럼 들었는데 어딘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다.
"말을 붙여봐야 하는데, 어떻게 ..."
신고전주의양식의 건축이 주는 신전과 같은 차분함과 묵직함 속에서
박물관나들이를 시작한다.
이층으로 올라 들어선 전시장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기모노로 대표되는 일본의 전통복장이다.
2014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아시아전을 기획전시로 열었다.
그때 일본의 병풍인 ' 邸內遊樂圖 저내유락도' 를 보고
일본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해인 2015년 첫 일본여행을 교토로 떠났다.
4박5일간의 교토여행을 하고 돌아오며 많은 것을 담고 왔기에
그뒤로 일본여행은 매년 한 번 갈 정도로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저내유락도' 는 17세기 중반 에도시대 때
가정에서 일어나는 잔칫날 같은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린 풍속화이다.
바둑, 담배, 트럼프 등 다양한 놀이 문화
여성의 사회적 위치 등 생활상을 더듬으며 상상 속에서 펼치는
당대의 모습을 그려보는 재미가 컸다.
그 중에 놀랍게 다가오며 시선을 잡아둔 것이
그림 속 사람들의 복장이었다.
17-18 세기 사람들이 입고 있던
복장 디자인이 너무도 다채로왔다.
나염 등 염색 방식의 발전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디자인이 현대적 감각으로 보여지는 추상적 패턴이 담겨있었다.
더하여 상류층만이 아니고 잔칫날 저택에서 일하는
서민들의 복장에서도
색상과 디자인이 입혀진 모습이 보여 경이롭게 다가왔었다.
그 첫 느낌이 일본여행으로 이끌었고
10년을 이어가다 드디어 10년 전 저내유락도 그림에서 보았던
옷들을 같은 옷을 실물로 대면하는 시간과 마주했다.
옷에는 추상적 패턴이나
대나무 담벼락과 같은 자연에서 간단하지만 리듬감 있는 모습을 갖고와
나염방식으로 옷감을 만든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히나카타' 라고 하는 옷 패션디자인북이 있어 디자인된
옷감을 선택하고 구했다고 한다.
그 위에 자수를 놓은 모습인데
전체적으로 과감하게 비대칭으로 흐르는 감각이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으로 보여진다.
왼쪽 허리쪽에 비워짐 여백은 ... 도저히 17-18세기 사이에 나왔다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였고
당대 일본인들의 美적인 출발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최고의 현대디자이너의 맞춤형 옷과 같은 모습이다.
오른켠의 막부 최고의 권력자들 앞에서
1인 무대로 펼치는 '能 노' 라는 연극과 같은 공연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의 복장을 보면 다채로운 디자인된
옷을 입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악공들과 뒷편의 하급관리들로 보이는 무리들 또한
디자인된 옷을 입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근대로 넘어오기 전 봉건시대에서 옷의 색상과 디자인은 계급을 드러내는 주요한 것이라고 본다.
이 그림에서도 차별성은 있지만 기본적인 색상과 디자인은 공유하였다고 보여져 놀라움이 컸다.
바탕인 옷감은 현대적 디자인을 나염방식으로 그려 넣는 것을 우선한다.
그 위에 세겨진 구상적인 문양은 사찰의 운판과 청동기의 동경 등의 모습처럼 보인다.
청동기나 불교 등 전통문화를 보호해야하는 것은
오래된 유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시간 건너오는 미적 의식의 흐름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려나와 드러내는 것이 문화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본다.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본 저내유락도
일본의 근세라고 하는 에도시대(17-19세기) 때의 풍속을
다채롭게 읽을 수 있다.
으시시한 글도 보고
일본의 서예는 으시시한 것이 많다.
꽃 그림도 ...
전시 공간은 여럿 있고 넓었지만
복장 앞에서 넋 놓고 보며 시간을 다 보냈다.
다음을 기약하며 ...
花開萬國春
화발다풍우 花發多風雨 화개만국춘 花開萬國春
내 마음에 꽃이 피어야 세상에 봄도 옵니다.
지금 비바람이 부는 이유는 꽃을 피워내기 위함일 것입니다.
2024년 3월 초 겨울바람과 봄기운이 같이 하는 시절에
닷세간의 도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들과 수다 속에 즐거웠고,
보고 싶은 것 보며 즐거운 독백처럼 이야기를 나누었고
보았던 것들이 인연처럼 이어지기는 신기한 느낌도 받고
때론 엉뚱한 이야기를 던져도 받아주는 최고의 여행의 동반자와
함께 한 최고의 여행이었습니다.
산책하기 좋은 도쿄가 때때로 그리워질 것이고
그리움이 눈덩이처럼 커져가면
또 훌쩍 떠나겠지요.
また会いましょう !
첫댓글 기모노 속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고쟁이죠.
꼬챙이같은 아저씨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