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구멍
강희안
오래된 옹이가 빠진 목조의 구멍을 보라 상처에도 구멍이 있다 구멍의 구멍이다 오래된 구멍의 문턱에 늘 발목을 접질린다 헐겁게 당하는 정직의 구멍에도 한 줄기 볕이 들까 그의 사주엔 목이 없다 입만 살아있으므로 깊은 울림도 없다 구멍의 입구가 없다는 건 슬프다 향일성의 목이란 구멍으로 세운 결기다 외다른 구멍으로 돋아나는 억측의 뿌리다
옹이가 빠졌다는 건 새로운 눈이 생겼다는 말이다
계간 『상상인』 (2024년 봄호)
강희안 시인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오리의 탁란』, 『너트의 블랙홀』 등
현재 배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