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곽영화(창녕 대지초)
우리의 첫사랑은 언제였을까? 대부분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기 시작한다. 나는 주로 고학년 담임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연애사를 많이 보고 듣는다. 본인이 연애의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아이들에게 연애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뜨거운 주제다.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좋아하는 이성을 보면 설레어하고, 그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또 때로는 그 마음을 본인보다 먼저 제삼자가 알아차리기도 한다.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을 때 일이다. 현우는 은설이를 좋아한다고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날 유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이다. 재채기와 사랑은 감출 수 없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커플 발각
이유나(창녕 대지초 5년)
오늘 은설이와 현우 커플이 탄생하였다.
길 가다가 은설이가 멈추면
현우도 멈추고
현우가 멈추면
은설이도 같이 멈춘다.
그리고 길을 걸을 때 같이 걷는다.
(2022.4.8.)
산책을 하는데 같이 걸은 것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그 뒤 현우의 반응은 그게 우연히 아님을 보여준다. 교실에 와서 시를 쓰는데 커플이 나왔다고 난리가 났다. 은설이는 얼굴이 빨개서는 아니라고 외쳤지만 현우는 웃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내 별명 은
최은설(창녕 대지초 5년)
우리 반 별명 짓기를 했다.
내 별명은 현우가 지어준 ‘은’으로 됐다.
‘반짝반짝해서’라고 했다.
시은이는 은근슬쩍 다가와
“헐, 나한테는 ‘고질라’라고 지어줬으면서”하며
질투를 했다.
친구들은 그냥 둘이 사귀라며 말했다
난 화나는 척했지만
‘은’이라는 별명이
나의 입꼬리를 올렸다.
(2022.6.3.)
처음에는 은설이는 친구들이 놀릴 때마다 울상이어서 현우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우가 지어준 별명을 좋아하는 걸 보니 은설이도 현우의 마음이 싫지는 않은 것 같다.
현우는 평소 목소리도 크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러나 은설이에게는 별로 말을 걸지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존댓말
성현우(창녕 대지초5년)
문제를 내고 맞히면
학교 끝날 때까지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시은이가 맞혀서
존댓말을 썼다.
은설이가 와서
답을 알려주고 맞히게 했다.
어떡하지 하~
(2022.6.15.)
아침에 갑자기 퀴즈를 낸 것은 은설이에게 말을 걸어보기 위해서다. 대놓고 은설이에게만 퀴즈를 내기 부끄러워서 시은이에게 먼저 퀴즈를 낸 것이다. 혹시 은설이가 못 맞출까 봐 퀴즈의 답을 다 알려주기까지 한다. 자신에게 낸 건 연습이라는 걸 안 시은이는 기분이 나쁘다고 하고, 다른 친구들은 속이 보인다며 놀렸다. 자기 뜻대로 은설이가 맞히긴 했는데 막상 말을 붙이려니 걱정이 되었는지 현우는 “어떡하지 하~.”하고 한숨을 쉰다. 현우 시에 이런 사정이 잘 드러나지 않아 고쳐 써 보라고 했지만 아직은 어려워한다.
아이들 말에 따르면 현우는 4학년 때부터 중2병에 걸렸단다. SNS 대문 사진을 날마다 바꾸고 닭살 돋는 문구를 써 놓기도 했단다.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있는데 그때는 건드리지도 못한단다. 그런데 지금 현우는 달라졌다. 이제 다른 사람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걷고 싶고, 그 사람만 빛나 보이며, 그 사람에게 말 걸고 싶은 것. 그런 게 사랑 아닌가. 사랑은 사람을 변하고 하고, 자라게 한다. 사랑을 통해 현우는 자라고 있다. 그래서 그 끝이 어떻든 현우의 첫사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