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물원을 위하여 · 12 ㅡ 멸종
엄원태
죽어가는 그대에게 산을 권하고 싶습니다 히말라야 같은 큰 산 아니라 동네 뒷산 말입니다 산행(山行) 아니라 산책 말입니다 부킹으로 소문난 등산 모임 같은 거 말고요 국회의원 후원 산악회 같은 건 더욱 말고요 자락길 그저 그런 뒷산 말입니다 다만 마지막 남은, 최후의, 지리산 반달곰이나 백두산 호랑이의 심정으로 말입니다 는개 젖은 무덤가 자드락길 느릿느릿, 걷고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무명씨(無名氏), 내 땅의 말로는 도저히 부를 수 없는 그대……*
* 신대철, 「사람이 그리운 날 1」(『무인도를 위하여』, 1977)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11월호 ---------------------- 엄원태 / 1955년 대구 출생.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물방울 무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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