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사이/김효운
해지는 풍경을 보러 갔다
뜨는 집으로
해는 중천이고 허기가 밀물보다 빠르게 들이닥친다
받아 놓은 술잔도 못 비웠는데
갈매기 가족 수도 못 헤아렸는데
빛은 사위어 해만 잠수하면 되는데
한잔하고 돌아오니
그 사이 감쪽같이 가라앉았다
바다는 시치미 떼고 입술을 닦지만
채 훔치지 못한 버얼건 혓바닥
윽박지른다고 게워낼 것도 아니고
일단 돌아갔다. 내일 다시 오자고 중얼거리는데
반짝 눈에 든 갯메꽃 한 가닥
냅다 집어 던지고
저물듯 돌아온다
왜 지는 것들은 막장에 서두르는가
늘 이르거나 늦거나
📖 『천안문학』 , 2023, 여름호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