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느리게 움직였어야
개나리 피었담?
노모의 물음표 먹머루 눈시울로 잘름잘름 번지는 사연 깜빡 놓쳤었다 홀로 사는 외로움 더께로 붙었으나 바쁜 일상으로 머뭇대던 사이, 세속의 보따리에 치여 까맣게 잊었는데
앰뷸런스 사이렌 터지면서 아스팔트 차량들 모세의 기적으로 쫙쫙 갈라질 때만 장쾌했었다 이팝꽃 열병식 스크린처럼 빠르게 스치면서 구급차의 노모 눈길 마주치긴 했으나 차마 ‘눈꽃처럼 하얗다구요’ 고개 돌리자고 종용할 수 없었다
요양병원 옮기던 그날도 봄날이었다 휠체어 밀고 보도블럭 당기던 늦봄, 철쭉꽃 붉은 행렬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아하’ 터뜨리신 게 마지막 감탄사이다 느리게 더 느리게 바퀴 밀어야 했다고 아프게 후회하지만, 지금 노모는
마네킹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나날이 짙푸르른 어버이의 봄날도 마찬가지다 일어나요 생강밭으로 장다리꽃 피었당께요 눈빛으로 만감을 소통한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그 노인 병동마다 노란 배추꽃 지천으로 도배하고 싶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