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외전
에피소드 2.
부제: 빵빵이는 왜 빵빵거려야만 하지?
마크로드는 멍한 눈으로 우연찮게 얻은 자전거를 바라봤다. 사실 자전거보단 에어컨이 더 갖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자전거가 한계였다. 그렇다. 그 자전거는 경품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자전거 따위엔 관심 없었던 마크로드는 그 자전거를 헤리안더스에게 주려했다. 하지만 헤리안더스는 앞에 바구니가 안 달려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했다. 공짜로 주면 좋다고 받을 것이지, 가리기는. 그는 투덜거리며 괜한 자전거를 발로 툭툭 찼다.
그런 마크로드의 눈에 초록색의 둥그스름한 것이 들어왔다. 이걸 뭐라고 부르더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답을 찾지 못 하고 신경질적으로 초록색의 둥그스름한 것을 꾹 눌렀다. 고음의 빵빵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적어도 마크로드는 그렇게 느꼈다. 자동차 크락션 소리를 고음 처리한 것처럼 느껴진 달까. 그래서 그는 빵빵이를 자전거 크락션이라 칭하기로 마음먹었다.
“마크로드, 뭐하고 있어요?”
란더스가 얼굴을 빼꼼 내밀며 튀어나왔다. 마크로드는 이제 놀라는 것도 체력낭비라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대답 한번 자세하다. 란더스는 마크로드의 옆에 서서 멍한 눈으로 초록색의 둥그스름한 빵빵이를 바라봤다. 그는 곧 무언가를 깨닫고는 ‘제가 좋은 거 가져올게요.’ 라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크로드는 직감적으로 그가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가져오리라고 판단했다.
란더스가 가지고 온 것은 이 자전거에 달린 것과 색깔만 다른 빵빵이었다. 이걸 어떻게 따로 떼서 가지고 있는 거야. 마크로드가 그것을 묻기 전에, 란더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일반 빵빵이와는 달라요. 빵빵이가 빵빵거려야만 한다는 법칙을 깬 거죠. 눌러봐요.”
“근데 넌 왜 이걸 따로 떼서 가지고 있는 거냐?”
“따로 떼서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아는 분이 만들었다가 자전거에 붙일 기회가 없어서 저한테 준 것 뿐이죠. 배를 누르면 ‘사랑해’ 소리가 나는 곰 인형과 같은 원리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으니까, 폭발물은 아닐 거예요. 아마도.”
마크로드는 의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란더스는 농담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는 멍하니 파란색의 빵빵이를 바라보다가 그것을 꾹 눌렀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주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뚱땡이 비켜주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귀여운 아이의 목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마크로드는 미간을 팍 모았다. 그는 자신이 저 빵빵이를 눌러대며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을 상상하곤 이마에 실핏줄을 드러냈다. 마크로드가 총을 꺼내들기 전에, 란더스는 재빨리 노란색의 다른 빵빵이를 꺼내들었다.
“이건 정말 정상적인 거예요. 빵빵거리지 않을 뿐이죠.”
“필요 없다.”
“아, 이건 정말 괜찮은 건데.”
란더스는 거의 애원하는 눈빛으로 마크로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크로드는 마지못해 그것을 받아들었다. 란더스는 생글거리는 미소를 띠며 눌러보라는 듯 그를 부추겼다. 마크로드가 빵빵이에 손가락을 가져가자마자 란더스는 재빨리 집 안으로 숨어버렸다. 그것을 눈치 채지 못 한 마크로드는 생각 없이 빵빵이를 눌렀다.
-비, 비켜! 귀, 귀신이 내 어깨 위에 앉으려고 해! 비켜, 비켜 줘요! 귀, 귀신…… 꺄악!―
마크로드의 이마에 거대한 실핏줄이 자리 잡았다.
“당장 나와, 사프란!”
창 밖으로 마크로드를 바라보고 있던 헤리안더스의 증언에 따르면, 그때의 마크로드는 총을 들고 설치는 호랑이 같았다고 한다.
이것 역시 길을 가다가 제 뒤에서 자전거가 빵빵이는 소리를 듣고 생각난 거라죠. 앞으로 에피소드 3, 4가 나올지는 저로서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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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폭소했어요. 빵빵이라니.. 잘 보았습니다.
재밌군요 ㅋㄷ
푸훗. 마크로드에게 저런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