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기업가의 통찰과 위대한 건축가의 공간에 대한 해석이
만나 <예술의 섬, 나오시마> 라는 타이틀을 국제적으로 얻었지만
지속성은 섬 자체가 아름답게 살아나야 하고
주민은 미술관이 아닌 그 자체로 살아나가는데 있을 것이다.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 뒤
세트장을 꾸민 것을 바탕으로 관광지로 꾸민 장소들이 피폐하게
끝나는 모습을 통해 주변 자연과 주민들의 생활과 독립되어서는
쉽게 휘발하는 것들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오시마는 걷기에 좋은 섬이다.
4월의 햇살 아래 산책길에는 바닷물에 반사된 빛이 가득했다.
몇 번의 일본 시골지역 여행에서
찾은 느낌은 비루해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도 도시화 속에서 시골집을 버리고 떠나 빈집들로 남겨지고
거리는 적막 속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많지만
오래되고 낡은 집들 하나하나는 기본적으로 잘짜여진 틀 속에
정성들인 삶의 공간들이 정리된 속에서 보여지거나
흔적으로 남겨져 있었다.
언젠가 기회되다면
나오시마 바닷가 민박집에서 며칠 머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고, 산책하고, 미술관 가고
지나는 관광객들 보고 ...
인생후반기에 찾아오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열린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다.
바닷가길 따라 호수처럼 잔잔한 세토내해를 보며
걸어간다.
김경일 ( 김광경일 / 카네미츠쿄이치 )
길을 가다 제일동포로 보이는 분의 묘비가 눈에 들어왔다.
平成원년이면 '1989년' 이다.
1989년에 작고하셨으면 1세대 제일교포가 될 것 같다.
나오시마는 구리제련소가 있던 곳이다.
조선땅에서 들어와 이곳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가정을 일구고
삶을 마감했을 터이다.
긴 삶의 여정의 끝자락이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길 옆
양지녘에 자리한 것에 지난했을 것 같은 고인의
삶에 위로가 되었길 바라며
간단하게 고인의 명복을 빌고 산책을 이었다.
선착장에서 느릿하게 한시간 가량 바닷길 따라 가다보니
'지중미술관' 입구에 다달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가듯
머리 속에 두고 떠나는 것들이 하나, 둘 있다.
이번 여행길에서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이 그런 곳이다.
바닷가 낮은 고갯길을 오른 뒤
구비진 길을 꺽고 돌아가니 나오는 '지중미술관'이라는
낮으막한 이름에 반가움과 떨림이 함께 했다.
지중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을 기반으로 하여
미술관을 열고 나갔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옆에는
모네의 수련을 조금은 느낄 수 있는 연못을 꾸며두었다.
4월의 꽃들과 푸른 잎들이 <모네의 수련>의 모습을 제법 보여주었다.
산업화의 물결이 지나고 버려진 쓰레기섬처럼 된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것은
Benesse 그룹의 회장의 철학과 통찰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예술의 섬을 만들기 위한 설계자로 안도 다다오를 선택하고
이 섬을 지금까지 꾸준하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Benesse 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는 'Bene 좋다' 'Esser 있다' 말을 합한 것이라 한다.
'좋게 한다는 것'
'좋은 존재로 있다는 것'
' 베네세' 라는 말이 멋지게 들어온다.
머리 속에 자리해두고 자주 꺼내보고 싶은 말이다.
Benesse
이우환 미술관에서
작품 속에서 우리들의 몸짓작품 활동도 해본다.
섬 자체가 산책하기에 예쁘고 너무도 좋다.
좋은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더욱 그러했겠지만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바닷가옆 야외전시장에 들렸다가
바닷가에 잠시 내려가 보았다.
4월의 바다가 너무도 좋다.
대지미술을 하는
<월터 드 마리아>의 작업이 바닷가를 향해 펼쳐져 있다.
드 마리아의 작품들은
나오시마 앞 바다인 세토내해의 바다와 바람, 물빛을 오롯하게
받아들여 섬으로 가져들어온다.
그 속에서 걷고 느끼고 바라보고
세계가 조금은 넓어진다.
바닷가 물길을 걸으며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을 향해 갔다.
꿈일까 ? 생시일까?
마을버스를 타고 마을로 갔다.
오래 향기가 나는 마을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안도 뮤지엄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통과
들려볼 곳은 많지만
다 들려보면 느낌이 상쇄되기에
다음으로 기약하고
이번 나오시마 여행길에는
이우환미술관과 지중미술관에 들렸다.
미술관에 빠져 나오시마를 지나다 보면
가장 큰 미술관인 < 나오시마 섬 > 그 섬을 지나쳐 버린다.
미술관 나오시마 섬은 산책 속에서 드러난다.
나오시마,
어느 11월에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으로
점 찍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