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다이내믹스에 기반한 성과지표 관리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는 말처럼 기업 성과측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영활동의 하나다. 사실 많은 기업이 BSC 및 MBO를 통해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관리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분석으로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선정된 성과지표가 예측하지 못한 이슈를 초래하거나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오히려 기업의 성과를 저하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전통적 성과관리시스템 및 BSC 모델이 각 관점의 성과지표를 독립적으로 파악하거나 각 관점간 성과지표의 상호 인과관계를 단순한 단방향 인과관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다이내믹스에 기반한 성과지표 관리
E라는 한국의 기업형 웰빙 뷔페 레스토랑 사례를 보자. 이 레스토랑은 원가절감을 위해 경영활동상의 운영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자재비의 삭감에 초점을 두고 매출이 낮은 지역의 가맹점의 성과를 평가하는 성과지표로 원가 절감률을 선정했다. 이는 무공해 식자재의 구매비용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팔리지 않거나 유통기한의 제약으로 버려지는 식자재의 낭비를 줄이고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 성과지표를 도입하자 레스토랑 직원들은 유기농과 유기농이 아닌 음식을 섞어 준비하게 됐으며, 이로 인해 식자재비는 본래 목적대로 절감되게 됐다. 하지만 이는 매출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인 고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고객은 유기농 식자재가 사용되지 않은 질 낮은 음식을 제공받게 된 것이다. 결국 고객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레스토랑의 매출은 과거보다 현저히 하락했다.
이 레스토랑은 잘못된 성과지표로 기존 충성도가 높은 고객마저 잃어버렸으며, 경영상 큰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만약 이 레스토랑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 및 성과 지표 선정에 ‘원가절감률’이라는 성과지표가 기업 전체의 성과와 타성과지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전에 고민했다면 이러한 경영상의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 전체의 성과창출 스토리를 이해하지 않은 대안이나 성과지표 선정은 경영성과의 문제를 단기간 완화시키는 것 일뿐 장기적 관점에서는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결국 기업 목표달성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수립과 이의 달성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성과지표의 체계적인 선정을 위해서는 기업 전체의 성과창출 스토리를 이해하고 성과지표간 연관성 및 의존성, 쌍방향적 인과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시스템 다이내믹스다. 지금까지 BSC를 운영하는 많은 기업은 의사결정의 복잡성으로 성과지표들간의 상호관계를 원인과 결과라는 단순 선형 관계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성과지표들간의 인과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는 결코 상호 독립적이지 않으며, 순환적 인과관계, 즉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교한 성과지표의 선정과 대안마련을 위해서 기존 BSC의 틀을 벗어나 측정 영역간의 인과관계를 상호 연관성과 쌍방향의 인과관계에 따라 점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성과창출 스토리 관점에서 개별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관리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통찰이 성과를 좌우한다
A팀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팀은 조직의 중요한 전략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과거에 실패했던 영업대리점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영업현장의 신속·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대리점이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프로젝트가 어느덧 중간보고에 이르러 프로젝트 종료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영진의 프로젝트 리뷰가 진행됐다. A팀 팀장은 경영진 보고에서 평소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해 왔던 노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주요 이슈 사항을 면밀히 검토, 과거 운영성과의 주요 문제점이 대리점에서 사용하기 불편했던 복잡성과 본사의 과감하지 못한 시스템 사용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보고에 경영진은 과거의 실패사례의 면밀한 분석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부분을 인지하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 대리점이 시스템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만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몇 달 후 성공적으로 프로젝트가 완료됐고, 본사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교육 및 독려 정책이 각 대리점에 전달됐다. 하지만 대리점의 본사 시스템 사용률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몇 년 후 경영진은 또 다시 시스템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대리점 회유에 안간힘을 쏟는다.
위에 소개한 글은 정교한 성과관리가 전혀 될 수 없는 기업의 전형적 형태다. ‘왜’ 경영진은 근원적 문제점을 단순히 시스템에 두고 있었을까. 이는 문제점의 원인 및 대안실행 결과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은 다음과 같은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접근이 필요했다.
본사 입장에서는 대리점이 본사 관리시스템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이는 본사 영업정책에 대한 위협이 되며, 본사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 활용도를 높이고 영업력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대리점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악성 대리점을 사전에 파악해 거래중지 및 영업제약을 주려는 것이다. 매번 새로운 시스템이 제공되지만 본사의 요구사항은 그들에게 항상 불리했다. 따라서 본사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묶으면 하나의 악순환적 관계가 형성된다. 본사는 인지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시스템 개선과 대리점 회유를 강화시키고 이는 대리점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킨다.
이에 따라 대리점은 본사의 시스템 활용정책에 반감을 가져 시스템 사용에 대한 저항이 커지게 되며, 이는 다시 본사 영업상 위협을 증가시킨다. 결국 대립의 원인은 시스템 개선이 아니라 본사와 대리점이 공유하고 있는 사고방식이다. 오늘날의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요구되는 성과 향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