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도박한다." 날로 늘어만 가는 청소년의 불법 사이버 도박 실태
실효성 떨어지는 예방교육,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부의 연간 중독인구 통계 자료에 의하면, 1월 1일부터 자료 조사일인 4월 30일까지 2022년 청소년 도박중독자는 총 56명이다.
또한, 청소년 도박 범죄 검거 사례 역시 2019년 48명에서 2021년에는 68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바다이야기’와 같은 오프라인 사행성 게임장에서 스마트폰 속의 온라인 사이트로 이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1> 네이버 스포츠-해외축구란에 존재하는 ‘승부예측’창으로, 결과를 다 맞추면 네이버 포인트를 지급한다.
한국심리학회 ‘청소년의 도박 위험 환경 노출이 도박문제 발달에 미치는 영향(김성아, 김예나, 장은진)’에 따르면,
도박에 관한 노출과 가용성의 증가로 인해 도박행동에 대한 욕구가 출현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도박을 하게 되는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서서히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주변의 ‘사회적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모나 친구 등 주변에 도박자가 있는 청소년일수록,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5%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 말한 주거지 인접의 오프라인 도박 시설이 아닌, 도박의 메타가 바뀐 2022년 현재에는 도박을 해서 돈을 벌거나 픽을 맞추는 광경을 보면 이미 도박 위험군의 범주가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6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청소년 도박범죄 예방 및 대응에 대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이 발견한 도박 고위험군 청소년을 센터에 인계하면, 센터에서는 전문 상담가를 통해 상담 치료와 중독 치료를 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청소년 도박문제가 학교폭력의 연장선으로 판단하여, 교육 자료를 공동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2, 3>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 토토 설문조사 결과이다.
현재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10일간 인천시 부평구 관내 인문계 B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0명(반 무작위)을 대상으로 네이버 폼과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 설문조사에 응답한 청소년들은 불법 사이버도박과 사설 토토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거나 지금도 하고있는 학생들이다.
설문조사는 총 세 개 문항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문항은 ‘온라인 도박을 알게 된 경로 혹은 알려준 사람’으로, ▲친구(50%) ▲온라인 광고(22.2%) ▲선후배(16.6%) ▲지면 광고(6.6%) ▲기타(5.6%) 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문항은 ‘온라인 도박에 베팅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가?’로, ▲30~60만원(36.4%)이 가장 많았고 ▲ 60~100만원(27.3%) ▲10~30만원(13.6%) ▲100만원 이상(13.6%) 등이 꼽혔다.
<사진 4> 사진은 웹툰 '모아보기' 사이트 중 하나인 '뉴X끼'로, 사이트의 상단에는 항상 사설 토토 광고가 띄워져 있다. 청소년의 불법 사이버도박 실태와 현황에 대한 설문에 참여한 학생 중 4명이 이 사이트로 입문했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 문항은, 2지 선다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환급을 받았는가?’로, 12명의 학생이 따고도 환급을 못 받았다고 응답했다.
C모군은 “기자님, 요즘엔 토토나 그래프(그래프가 계속해서 우상향하여, 원하는 배당에 베팅하면 돈을 따는 게임)가 대세죠, 혹시 모르세요? 사설 토토는 소액으로 할 때는 환급은 받았지만, 축베팅(적중이 유력한 한두 경기를 축으로 삼아 조합을 하는 베팅 방식)이나 풀벳(가진 돈을 모두 거는 베팅, 올인)해서 120만원 정도 땄을 때 갑자기 토사장(토토 사이트를 관리하는 운영자)이 저를 졸업(배터가 많은 수익을 냈을 때 환급금액을 주지 않는 먹튀 사례)시키더라고요. 경찰에 신고하면 저도 불법 토토를 이용했으니까 부모님께도 연락 가잖아요. 처음 토토 시작했을 때는 알바비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고 그만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못 끊을 것 같아요. 스릴도 있지만, 한번 잃으면 복구할 때까지 공부나 알바가 눈에 안들어와요. 토토에만 정신이 팔려있는거죠”고 말했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온라인 스포츠도박, 일명 ‘사설 토토’를 주로 한다고 응답했으며, 사설 토토 외에도 그래프·파워볼(미국 복권) 등의 생소한 이름의 온라인 도박도 손 댄 것으로 응답했다.
K모군은 “일진들이 시켜서 베팅하게 하는건, 저희 학교에는 없는거 같아요. 대신에 그런건 있죠. 체육대회나 반대항 축구 시합하면, 누가 몇 골 넣을지나 패널티킥 넣을지 말지 그런거요. 내기 아닌가요? 돈이 오고가도 뭐 몇 만원 단위는 아니니까 상관없잖아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J모군은 “솔직히 학교에서 애들이 하길래 재밌어보여서 시작했었죠. 작년까지는 꽁머니(사이트에서 회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주는 포인트. 일정 금액으로 쌓이면 환급받아 현금화할 수 있다)도 많이 풀었잖아요. 올림픽이나 유로 같은 빅 게임 있으면 아무래도 베팅 금액도 많이 쌓여서 굳이 풀뱃 안가도 잘 들어왔어요. 근데, 돈도 많이 잃고 환급금도 안들어와서 이젠 그만두려고 상담쌤을 찾아갔었는데, 먼저 부모님이랑 얘기해보고 심각하면 센터랑 연결해준다고만 하시더라고요. 학교에서 하는 예방 교육도 유튜브에서 긁어온 영상 보여주고, 실태 조사도 애들 대충해서 내잖아요. 그거 다 의미없어요.”라며 현재 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불법 사이버도박에 대해 학교측의 교육이 부실하며 교사들의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5> 서산시 모든 초등학교는 주기적으로 지역 청소년 상담센터와 도박 예방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서산시는 지난 26일 ‘2022년 청소년 사이버도박중독 실무협의체 1차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서산경찰서, 서산시 보건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충남센터, 충남서산교육지원청 등 5개의 실무협의체가 모여 지역내 사이버도박중독고위험군 학생들의 사례를 설명하며 개입 방식(솔루션)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충청북도 청주시는 2020년 ‘불법 광고물 자동경고 발신 시스템’을 도입한 후, 2년동안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불법 광고물 자동경고 발신 시스템이란 현수막·전단·명함 등 불법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시에서 일정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발신하여 법령 위반과 과태료 부과 등을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불법 대부나 성매매 업소 등 유해시설의 광고물은 기존의 20분에서 줄여나가는 방식이 아닌, 3초 단위로 전화를 하여 영업을 막고 있다.
청주시는 경고 발신이 증가함에 따라 2020년 이후 2년간 불법광고물 단속 건수가 30% 감소했다.
지자체가 오프라인으로 하는 불법 홍보물의 단속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의 단속과 규제는 현재 상황에서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강재혁 대학생기자
첫댓글 30-60만원 구간이 두번 나오는데? 60~90만원은?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