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보스(1)
기조실 산하 특수부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이영준이 안기부에 다녀온 그 다음날부터 나흘 동안을 휴가로 쉬었기 때문이다. 나흘 동안 이영준은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와 여동생을 만났다. 일요일에는 그 동안 집안에만 박혀있던 오선미를 데리고 나가 백화점에서 옷에다 신발까지 사주고 외식을 했다. 따라서 안팎을 다 다스린 셈이 되겠다. 월요일 아침, 특수부 팀은 기조실의 회의실에 둘러앉았다. 이영준과 정수현, 그리고 강승원과 민영미까지 넷이다.
“잘 맞춰가자고.”
셋을 둘러보면서 이영준이 첫 회의의 첫 멘트를 날렸다.
“각자 개성도 중요하지만 우린 한 팀이야. 팀워크부터 맞추자고.”
저 혼자 잘났다고 뛰면 개판이 된다. 그러나 팀워크 맞춘다고 개성을 너무 눌러도 부작용이 온다. 이영준의 시선이 셋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에 승급을 한 정수현은 선임 대리다. 내년에는 과장 0순위가 된다. 정수현과는 호흡이 맞는다. 그러나 강승원 대리는 영업 2부에서 잡화를 했지만 실적 미달로 팀이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그리고는 6개월간 대기 발령 상태에서 연명해 오다가 이번에 구제된 케이스다. 한번 치명상을 입고 나서 겨우 살아난 터라 주눅이 들었을 것이고 그것이 자신감의 결여로 나타날 수 있다. 이영준의 시선이 앞쪽의 민영미에게로 옮겨졌다. 시선이 마주치자 민영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25세, 서주대 영문과 졸. 서주대는 1류 사립대다.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영업부로 자원을 했는데 이번에 특수부로 보내졌다. 회장 비서실이면 여직원에게는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로 쳐주는데 본인이 자청해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내려온 셈이 되겠다. 비서실에 발령받을 만큼 용모는 미스코리아가 뺨 맞을 만 하고 능력도 뛰어났다. 인사 기록을 보니 영어, 불어, 독어, 일본어에다 중국어까지 A급이다. A급이면 쓰고 말하기가 유창하다는 표시다. 이영준은 영어와 일어만 A급이고 중국어는 C급, 겨우 듣는 정도다. 그때 정수현이 헛기침을 했다. 이젠 제 차례라는 표시다.
“업무 지시를 받았습니다.”
정수현이 복사된 프린트 물을 강승원과 민영미 앞에 한 부씩 놓고 말을 잇는다.
“대전의 선호기계가 파업을 한지 한 달 째로 영업 1부의 수출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요. 우리 팀은 선호기계 파업을 저지, 공장을 원상 가동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류에서 시선을 뗀 정수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물론 이런 내용은 문서화시키면 안 되죠. 그러니까 앞으로의 지시사항은 모두 구두로 진행됩니다.”
모두 갖고 있는 서류에는 오직 선호기계의 파업 상황이 적혀 있을 뿐이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엄동만에게 불려가 업무 지시를 받은 이영준이 정수현에게 내용을 말해준 것이다. 그래서 정수현이 선호기계의 상황 자료를 만들었다. 재빠르고 정확한 행동이다. 정수현이 말을 잇는다.
“그래서 먼저 우리 셋이 대전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며칠 걸릴지 모르니까 집에 가서 출장 준비를 하고 오후 1시에는 출발하도록 합시다.” “출장이요? 오늘이요?”
대뜸 두 번 물었던 민영미가 곧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신난다. 며칠 걸리죠?”
그러자 정수현이 물끄러미 민영미를 보았다.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민영미씨. 우리, 놀러 가는 줄 알아?” “아뇨?”
눈웃음을 친 민영미가 말을 잇는다.
“일 때문이죠. 하지만 전 첫 출장이에요.”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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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드디어 팀장이되어 첫임무가 주어졋네요 어떻게 처리가 되려는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