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환 작가
카메라 둘러메고 떠나다
글 : 이문자(전시가이드 편집장)
공릉능선 운해
60년 70년대만 하더라도 놀이공원이나 동물원, 행사장 등에서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주는 분들이 있었다. 일반인들은 쉽게 카레라에 접근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며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고 사진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까지도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스마트폰이 발달한다고 해도 사진 작가들의 광학렌즈를 통해 나오는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사진의 기술이라고 하겠다.
김길환 작가는 1979년도에 ◯◯공영에 입사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현장 건축기사로 일하고 귀국길에, 카메라를 구입하면서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틈틈이 직장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들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살펴보니 무슨 일을 하면 대충하는 법이 없는 작가로서는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차에 사모님의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워보는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게 되었고, 포토갤러리 조인상 선생을 만나 본격적으로 사진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한라산 윗새오름
찍고 싶었던 사진
사진공부를 하고 4년째 되었을 때 관심과 애정이 가는 장르는 풍경 사진이었는데 선생님은 10년 동안이나 풍경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였다. 그 후 배움 13년이 지나서야 본인이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찍어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스승의 바른 가르침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기본에 충실해야만 어떤 사진을 찍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갈남일출
“어느 사진하나 쉬운 것은 없습니다만, 풍경사진 중에서도 가장 힘든 사진이 산악 사진입니다. 누군가 고수가 말씀 하더군요. 풍경사진 중 맨 마지막에 하는 것이 산악 사진이라고요. 아마도 힘이 들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산악 사진을 찍으려면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카메라 가방의 무게와 체력이 따라야 하고, 밤중에 산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며 운이 좋으면 맘에 드는 풍경을 담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게 산악사진이라고 하였다. 힘들고 고된 작업이기에 일기예보를 듣고 몇 시간씩 운전을 하고 떠나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장날씨에 카메라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돌아올 때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끈기와 근성, 프로정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프로정신으로 찍기 시작한 사진중에서 작가가 애정을 갖는 사진은 水·地·天 즉 하늘과 땅과 물이 균형을 이루는 구도의 사진이라고 한다. 반영된 구도가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사리 부부 송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서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촬영하는 일도 많이 있는 작가는 국내에서의 촬영은 촬영 포인트만 알면 지리적으로 잘 아는 곳이고 기후와 시간과 빛의 때를 맞춰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이번에 찍지 못하면 다음에라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마음에 들 때 까지 사진을 찍으러 갈 수있지만 해외에서의 촬영은 어떤 작품을 촬영 할 때 시간과 장소와 빛의 각도가 제한적 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번 가서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찍기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하였다.
어느날은 영하 20도의 날씨에 20여kg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서너시간 산을 타고 올라가 산을 촬영하기 위해 어려운 산행을 하기도 하였다. 추운날씨에 디지털 카메라는 밧데리가 얼어서 사용할 수가 없고, 수동 중・대형 카메라로 촬영해야 하는데 손이 얼어서 카메라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오랜 시간 국내와 해외를 다니면서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화집을 발행하였다.
신남 촛대바위 여명
그중에서도 촬영을 하면서 느낀 소감을 촬영노트에 기록하고 느낀 것을 적다보니 그것이 작가의 귀한 자산이 되어 이번에 3권의 사진집 & 수필집을 펴낸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하였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촬영장소는 제3권 촬영노트와 수필집 11번에 소개된 글에서 갈남일출을 촬영한 내용으로 대전에서 5시간 걸리는 곳으로 전날 밤에 출발하여야만 일출을 촬영할 수 있는 곳으로 3년에 걸쳐 8번의 방문 끝에 완성한 작품을 볼 수 있다.
태백산 설경
또한 수필집 22번을 보면 작가는 다니던 교회를 나와 3년 동안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주역 책에 나오는 獨立不欋 遯世無悶 (독립불구 돈세무민-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과 멀리해도 근심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붙잡고 마음공부를 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역시 인생에서 고통을 겪고 나서야 한 단계 성숙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작가의 사진집을 보다보면 상여를 메고 가는 장례행렬을 볼 수 있었다. 2011년 충북 진천 농다리를 촬영가서 마침 축제에 상여를 메고 떠나는 장면을 Linhof Technorama 612pc II Body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으로 아마 지금은 촬영하기 힘든 사진중의 하나일 것이다.
촛대바위와 파도
김길환 작가는 사진은 에너지라고 한다.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힘이 생기고 기쁨을 얻습니다. 촬영 포인트를 잡고 촬영 갈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카메라 가방을 싸면서 가슴은 설레게 됩니다. 또한 촬영한 필름을 가지고 현상소로 달려가는 시간과, 현상한 포지티브 필름을 보는 순간까지 어느 순간도 희열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사진을 그만 찍어라. 비싼 카메라와 렌즈 좀 그만 사라고 하며 잔소리라도 했으면 덜 미안 했을 것인데 말 한마디 안한 아내에게 가장 미안도 하고 고마운 사람이지요.” “어렵게 찍어온 슬라이드필름을 라이트 박스에 올려놓고 아내에게 와서 보라고 하면 한 번도 봐 주질 않습니다. 나는 자랑하고 싶은데요. 그 사람 말이 “안 봐주는 것이 자기의 복수하는 방법이랍니다. 허허허”
사진작가로 40여 년을 촬영 다니면서 가장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 아내라고 한다.
“당신은 철저한 사람이라서 사업이나 가정에 피해 안 입히고 취미 생활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소” 아내의 그 한마디가 지금의 김길환 작가를 있게 한 것이다.
안압지 야경
이제 사진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있다면 사진을 많이 구경하고, 또한 촬영하다 보면 자기만의 느낌이 올 것이라고, 거기에 자신의 노하우를 갖추고 사진에 열정을 쏟다보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코로나19의 펜데믹 상황이 끝나고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많은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는 작가는 특히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들을 촬영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남은여생은 주위의 사람들과 전국 방방곡곡 여행도 하고, 그동안 자신이 평생해 온 집 짖는 기술을 필요한 사람에게 봉사하면서 아내와 가족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전하였다. 김길환 작가의 사진속에서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농다리 축제
농가의 가을
글 : 김길환 작가노트
장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빗줄기가 한풀 꺾였으면 좋으련만 여기 갈남에 온지도 며칠이 된다.
날씨가 좋아도 손님이 없는데, 비가 오니 손님이 한 명도 없다고
상점 주인은 투덜거린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밑바닥을 맛 본 자 만이 그 심정을 알 것이다.
인생 살면서 고정관념의 틀을 깬다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변하여 새사람이 되는 것이 말로는 쉬운데....
고통과 시련을 감사함으로 승화하다 보면
앞으로 좋은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여보게, 친구여 힘내자 힘!
살다 보면 좋은 날이 더 많겠지.
우주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하건만
세상은 스스로 선악의 틀과 지식으로
판단하고 정죄하며 살고 있지 않는가.
내 마음이 열린 만큼 아는 것이고
세상도 내 눈이 열린 만큼 보인다네.
사진을 보는 시각도, 자신의 호 불호(好 不好)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깊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네.
그림은 작가의 마음 물감으로 사물을 그리지만
사진은 작가의 마음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네.
하나의 작품이 완성하기까지는
시간과 집념, 사랑과 정성, 그리고 열정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네.
한 풍광의 작품이 열매 맺기까지는 단번에 되는 행운도 있지만
적게는 2번에서 열몇 번까지도 기대하면서 달려가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네.
아니 그 해 못하면 그 이상 왕래하며 몇 년이 걸리는 작품도 있다네.
아직 미완성 작품도 있고…….
좋은 것을 대하면 우리의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듯이
긍정의 말은 상대방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과 같이 에너지가 된다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내 마음이 비워지면 포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바다는 어떠함도 받아들이기 때문에
바다라 하지 않는가?
친구여,
사진을 조금 못 찍으면 어떠하고 잘 찍으면 무엇하랴.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 진리 아닌가?
2006년 6월 18일
갈남 일출을 촬영하고 해맞이 숙소에서
김길환 작가
김길환 | 金吉煥
1953년 충남공주 태생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개인전 1회 및 사진동호회 그룹전 60여회
성남 전국사진공모전 금상 및 70여회 입상 및 입선
백영회 회원
김길환 사진집 3권
(제1권-국내편, 제2권-해외편, 제3권-촬영노트와 수필집)
첫댓글 풍경사진..
제일 먼저 접하기도하지만 제일 어려운 사진.
이분은 안개님이 아실듯...
와~ 멋지네요이 표현 말고는 할 말이 없네요
멋집니다..
한라산은 봄에 가면 더 수월하겠네요 철쭉도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