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삼성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얼마전에 끝난 2002년 한국시리즈의 결과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며 삼성의 21년 한을 풀어주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많은 야구인들과 팬들은 삼성이 우승하길 바랬다. 물론 달구벌의 저주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삼성이 우승을 하게되면 야구판에 끼치게 될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우리가 우승만 하면 돔구장을 짓는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해왔다. 일반인들도 삼성정도의 재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고 내심 '이번에 삼성이 우승하면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돔구장이 생기는구나'하며 대구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일본의 돔구장 그런데 난 이부분에서 물음표(?) 하나가 떠올랐다. '어? 설마... 삼성이 대구에 돔구장을 짓는다고...? 그건 삼성이 완전히 대구를 연고지로 못박겠단 의미인데... 과연 삼성이 그럴까...?'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내가 알기론 삼성이란 구단도 서울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현대가 인천을 버리고 서울로 가려고 했을때 강력히 반대한 팀은 엘지와 삼성이었다. 라이벌인 현대가 자신들이 노리고 있는 서울로 간다고 하니 쌍지팽이를 들고 반대할 수 밖에...
당사자인 엘지보다도 더 반대를 했던게 떠오른다.
그렇다면 과연 프로구단들은 연고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알기론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면 구단은 언제든지 연고지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지방팀에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언제든지 구미를 당기게 하기 마련이다. 예전 프로야구 탄생기 때를 살펴볼까. 일본에서도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는 프로야구 참여의 전재조건으로 서울연고지를 주장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해 본 결과 수도팀인 도쿄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위력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고지가 안되자 팀명이라도 요미우리를 흉내내 '자이언츠'라고 지은 것이다.
<= 일본의 롯데와 한국의
롯데는 유니폼도 거의
같다.
또한 두산도 ob 베어스를 창단하면서 전재조건으로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충청도로 내려가지만 3년뒤엔 서울입성을 보장받아 결국 3년뒤 서울연고의 목표를 이루었다. 인천시민의 마음을 아프게했던 2000년 현대와 sk의 서울 연고지 싸움도 기억하고 있다. 또 얼마전에 있었던 기아의 창단. 원래 기아도 어떻게든 광주를 떠나 수도권에 발을 들이려 했지만 광주지역의 성난 민심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주에 주저않고 말았다. 이렇게 지방에 있는 구단이라면 누구나 서울로의 입성을 꿈꾼다. 기존 연고지팬들에게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서울로 옮겨 서울팀으로 얻게될 달콤함이 그들을 유혹한다. 꼭 서울이 아니라도 수도권만해도 괜찮다. 특히 삼성같은 경우는 수원도 훌륭한 연고지가 될 수 있다. 잘아시다시피 수원은 삼성이 꽉잡고 있는 도시이다. 지금은 현대가 수원에서 빌붙어 빌빌싸고 있지만 삼성이 수원으로 가면 이야기는 180도 틀려진다. 수원 삼성 축구단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지방구단들은 욕을 먹어가면서 까지 서울입성을 노리는가? 지방은 시장성이 작고 한계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가 인천을 떠나면서 인천팬들에게 한말 "현대가 인천에 와서 우승을 해줬다. 근데 관중수가 이게 뭐냐?" 당시는 IMF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모든길은 서울로 통한다고, 서울만 오면 뭐든지 잘 될 것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지방팀에게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게 해준다고 하면 아마 거의 모든팀이 발벗고 나설 것이다. 지역 연고팬들로서는 생각하기도 싫겠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현실 인 것이다.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결국 삼성은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했다. 많은 야구팬들은 '드디어 돔구장! 돔구장'하며 기대를 부풀렸다. 수년내에 돔구장이 완공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속으로 '돔구장 생기면 나도 한번 가봐야지'하며... 하지만 삼성이 우승을 차지한 후 몇일이 지나 언론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기사가 나왔다. 삼성이 대구에 돔구장을 짓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아니 돔구장뿐아니라 그냥 야구장도 대구에는 안 짓는단다. 이유야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그 많은 돈을 끌어댈 수가 없기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더 깊은 이유는 만일 삼성이
대구에 돔구장을 짓게되면 삼성은 대구를 연고지로 못밖아야 되기때문이다. 언제든지 기회만 오면 서울,하다못해 수원으로 가야되는데 괜히 돈 쳐들여서 대구에 발목 잡힐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게 바로 프로야구의 생리요,현실인 것이다.
'연고지 이전'이란 말만 들어도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인천 팬들! 그나마 다행히 SK란 팀이 인천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인천팬들의 가장 큰 바램은 내년시즌 SK의 우승이 아니다. 'SK가 맨날 꼴찌만 해도 좋으니 제발 인천을 떠나지만 말아주세요'다.
'떠나지 말아라!'도 아닌 '떠나지 말아 주세요'다. 현대의 연고지 이전으로 얼마나 가슴속 깊이 상처를 받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부산팬들은 롯데가 싫다며 롯데구단에 부산을 떠나라고까지 한다. 근데 만약 롯데가 부산을 버리면 어떻게 하나? 다른 구단이 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냥 부산연고팀이 사라져 버리면... 버림받은 자만이 그 슬품을 알 수 있다.
인천팬들이 바라는 '영원한 인~천 SK' 하지만 SK도 프로야구팀이다. 언제든지 연고지 이전을 생각할 수 있다. 농구판에서도 SK나이츠가 청주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것을 보아 잘 알 수있다. 이제 더이상 정(情) 하나로 연고팀을 묶어 둘 순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말이지 SK가 계속 인천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문학구장을 꽉꽉 채워주면 된다. 쓰레기로 채우잔 이야기가 아니고 인천팬들로 꽉꽉채워주잔 말이다. 또 인천시내에 나가면 "이번에 우리SK가 한국시리즈에 나가잖아!" 이런말이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하면 된다.
<=관중들로 꽉꽉 들어찬 문학구장!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당연히 구단측에서도 '어~ 인천에서 야구단 운영할 맛 나는데'란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래서 서울서 오라고 해도 "우린 인천이 좋아! 인~천 SK야!" 이렇게 대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가 인천야구사를 봐왔든 팬들이 가만 있으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년엔 팬들로 꽉꽉 들어찬 문학구장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SK를 응원해 보고 싶다. 목놓아 불러보자 "인~천 SK!" 마무리는 역시 연안부두 "어쩌다 한번 오는저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20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