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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이 이끌어가는 감동적인 코믹 뮤지컬
단 고긴의 <넌센스>는 5명의 수녀들이 이끌어가는 코믹 뮤지컬이다. 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들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5명의 수녀가 자선공연을 준비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다룬다.
1985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넌센스>는 국제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최고의 뮤지컬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한국에서는 1991년에 초연된 이래로 15년간 7천8백여 회의 공연에 300만에 가까운 관객동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며 뮤지컬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혀 왔다.
경주시립극단에서 이번에 상연하는 <넌센스>(이금수 연출)는 원작의 뼈대를 따라가면서 웃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 5명의 수녀들이 무대 위에서 벌이는 코믹연기로 지루할 틈도 없을 것이다. 수녀로 분장한 배우들의 연기는 개그에 가깝다. 웃다가 보면 어느덧 연극이 끝난다.
이 연극에서 앙상블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착오이다. 배우들 상호간의 앙상블을 깨뜨림으로써, 앙상블을 획득하려는 연극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수녀들의 캐릭터가 제각각으로 독특하다는 말이다.
수녀들은 무대 위에 올라와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숨겨진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춤과 노래를 섞어가면서 코믹한 연기로 수다를 떤다. 객석의 관객들을 무대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경건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수녀들이 풀어놓은 사연이나 행동은 범속한 인간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경건하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한 수녀들이 우스꽝스러운 수다를 떨며 세속적인 욕망을 틀어놓는 상황, 그것은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이다.
그러나 이 연극은 이러한 아이러니적 상황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던져준다. 외형적인 엄숙함 때문에 거리감마저 느껴지는 수녀들에 대한 고정관념은 해체되어 버리고, 인간적인 욕망을 지닌 범상함을 그들로부터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연극이 결말에 이르면, 성(聖)과 속(俗)의 아이러니한 충돌은 하나의 동질성과 일체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환희의 축복이 그것이다.
글/여세주(경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