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식당법회 때 '방자전'을 봤어요
극장 팀이 한 4명인가 되었는데
저를 제외한 분들은
톰크루즈 나오는 '나잇 앤 데이'인가 하는 영화를 본다고들 하시더라구요
저는 포스터를 보고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헐리우드식 가벼운 영화겠거니 생각하고
과감히 혼자서 방자전을 봤어요
어디 쓸 데 없을 때만 발휘되는 과감함...
하여튼
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좋아라 하는 베드신도 많이 나왔구요 ^^;;;
물론 끝날 때 제일 먼저 나간 남자 한 분이
'이 영화 정말 재미없어!'
하고 소리지르고 나가시긴 했지만 말이에요
저는 고미숙 선생님의 '이 영화를 보라'라는 책을 읽고
거기에 나온 '음란서생'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감독이 찍은 영화라기에
기대를 가지고 방자전을 보았습니다.
내용은 아시는 대로 춘향전에서 모티브를 따 왔고,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영화입니다.
조선의 신분제가 현재로서 철폐된 가운데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양반, 상놈 하는 것이 굉장히 부자연스럽죠
때문에 상대적 약자인 방자 (그리고 향단이) 등은 '가난한 청춘' 정도로,
상대적 강자인 이몽룡 도령은 현대적 시각으로 '부잣집 아들' 정도로 그려집니다.
내용은 뭐 가난하지만 힘 좋고, 인물 좋고, 순정파인 방자와
돈 많고, 직업 좋은 (고위공무원?) 이도령 사이에서
갈등하는 춘향이를 보여줍니다.
옷만 조선시대 옷을 입혀놓은
현대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영화는 나름대로 잘 만든 편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춘향전의 주인공은 멋진 여성 춘향이인데
방자전에서의 춘향이는 순정과 돈 사이에서 갈등하는 평범한 현대 여성 정도로 나온다는 점일까요
춘향전의 배경 지역인 남원 등지에서
춘향전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있다던데
춘향이가 너무 왜소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감독은 고전을 한 번 비틀어 재해석을 시도해 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역시나 훌륭한 고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더라구요.
방자전 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파라과이와 일본의 월드컵 축구를 보았는데
예상 외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덕에
그걸 끝까지 보던 제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토요일에 기차에서 강한 에어컨 바람에 녹다운이 되어서
감기를 좀 앓느라고 고생 좀 했습니다.
그저께 법회에 갈까 말까 잠시 망설일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역시나 스님 법회는 좋아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도 저처럼 세미나를 다니시더라구요 ㅎㅎㅎ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좀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다행히도 몸이 거의 회복되어 기쁜 마음으로 올린
다소 늦은 단독 영화 관람 후기였습니다.
첫댓글 젊음, 도전, 열정, 학구적 탐구심의 호모 쿵푸스님! 고전을 재해석해서 사람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했네요, 전 고미숙님의 책에서 방년 16세에 춘향과 이도령이 만나 진하게 사랑했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청춘은 공부와 취업으로 자꾸만 성인으로 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요, 끝없이 이어지는 불의와 부조리과 불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