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自家隔離)
- 20200202 -
朴 水 鎭
내가 그를 믿을 수 없고
그가 나를 믿을 수 없고
내가 나를 믿을 수 없으므로
오늘부터 나를 유폐(幽閉)시키기로 한다
애당초 무명 무취로 살아온 이력이어서
함께할 팔로우나 팬덤 따윈 남의 얘기지만
사람에도 바이러스에도 약한 노약자인 까닭에
나를 지킬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스스로 택하는 위리안치(圍籬安置)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입춘첩처럼 문밖에 써 붙여놓고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은 채
방 안에 들어앉으니 여기가 바로 산중이다
단출한 단톡방 몇 안 되는 벗들도
저마다 돌아앉아 묵언수행 중이신가
고요가 무르익은 적적성성(寂寂惺惺)
적멸보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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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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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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