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7일 이십사 절기 중 이틀전 경칩을 지난 오늘. 대구ᆞ경북지역의 공기가 "아주나쁨" 이다. 지난 3월 4일 월요일부터 나흘 째인 오늘도 하늘은 석회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
요즘은 마음 놓고 편안하게 숨을 제대로 쉴수가 없다. 값없는 청풍이라고 했던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물을 돈주고 사먹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측한 70년대 어느 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에 와서야 뒤늦게나마 그 선생님을 미래를 내다 보신 선지자임을 알아보게 됐다.
아침 9시 MBC ~ 범어네거리~ 수성교~앞산순환로 ~ 대덕지구~ 대구수목원~ 비슬산으로 향했다. 비슬산 소재사에서 정상을 보니, 예외없이 뿌옇게 하늘을 덮은 먼지로 말미암아 대견사와 정상부 노출을 거부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개발은 산림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때묻지 않은 자연과 계곡마져 황폐화하는데 일조를 하는 것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0년대만 하더라도 비슬산 계곡은 사람의 발길만 닿는 한적한 모습에 신을 받는 일부 사람이 하얗게 내린 눈길 속 정상부 능선 부근의 마애불상 옆에 비닐 천막을 치고 기도하는 신성한 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청량한 옛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2차선 넓은 길을 닦아 시멘트로 포장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산 언저리를 파헤쳐 주차장을 만들고, 입구 산지를 흉물스럽게 까부수고 호텔을 건축했을 뿐만 아니라, 고즈넉하게 구불구불 돌아 들어가던 옛길은 일명 포클레인으로 깎아내고 옛길은 덩그러니 올라서게 해, 평화롭고 호젓했던 길은 간곳이 없고, 통행하는 차가 자칫하다가 길 아래로 곧 굴러 떨어질 듯한 불안한 길을 만들어 놓고 말았다.
소재사 언덕 아래 속살을 드러내지 않던 낙엽수림 잡목이 숲을 이루었던 자리에는 얄궂은 캠핑장을 만들어 찬바람만 휑하게 부는 황량한 맨땅을 드러내놓고, 기어코 개발이란 칼로 사정없이 날짐승과 네발 달린 짐승의 안식처였던 숲을 홀랑 벗겨버린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구상은, 돌이킬 수 없게 시멘트를 바르고 바위를 부수어 버린 산에 새로운 길을 뚫어 자동차가 들락거리는 흉물스런 휴양시설을 만듦으로써 비슬산에 깊은 상처로 남게 된 결과를 안겨주었다.
인간이 말하는 편의와 개발은 이토록 허무맹랑하게 자연을 갈아 엎어치우고 황무지로 변화시키는 짓을 저지르면서도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자연을 뭉개고 먹칠을 하는 짓을 가차없이 행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난 80년대 비슬산의 옛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계곡은 인공으로 계단식 둑을 쌓아 물이 흐르게 한 것 쯤은 잘한 것으로 보이는데, 길섶에 텐트 데크를 5m 간격도 안되게 총총 만들어 오염에 박차를 가하도록 특별한 배려를 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졸속 행정의 으뜸이라고 내세울 만한 치욕적인 치산치수의 산림행정으로 밖에 볼수 없다.
소재사 일주문 앞 옛 다리 앞에는 높이 스무 자가 넘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만들어 세워놓고, 뒤편에는 어디서 돌을 공수해 와서 만들었는지 해괴망측한 돌탑을 세개 씩이나 쌓아 놓아, 대낮에도 귀신이 나올까 머리가 쭈뼛해지도록 음기가 모아지게 풍수지리를 배치한 것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민속 공예품 수준의 공작물을 설치해 두었다.
민속을 목적에 두었다면 비슬산 입구에 장승을 세웠다면 누구의 눈에 비쳐도 영험한 산신령이 재앙을 소멸하는 소재사와 더불어 비슬산 신령을 상징하는 훌륭한 장승의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내 눈에는 일신의 영달과 출세 내지는 선거표를 얻을 목적으로 훗날 후손에게 물려줄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즉석에서 일사분란하게 사업을 추진한 어느 행정가 일당의 썩어빠진 사고가 낳은 흉물로 보인다. 굳이 휴양림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었다면, 입구 주변은 자연상태로 보존하고 계곡 깊은 곳 우측의 숲에 통나무 여러 채를 짓고, 각 동과 동을 잇는 숲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잇길을 만들면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진입도로 신설을 위해 산을 허물고 바위를 부수어 내기 보다는 기존에 도로를 조금 넓히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했더라면 지금과 같이 흉물스럽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 도로는 방치되고 마는 결과를 방지한 수 있었다는 면에서 그렇다.
오늘 잠시 들른 비슬산을 보고 옛모습을 찾아 볼수 없는 점에서 인간의 사고가 자연에 얼마나 커다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과, 한번 훼손한 자연은 그 원형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산은 산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점을 새삼 알게하는 하루였다.
오후 1시가 지나서야 비슬산 정상이 뻥 뚫리고 파란 하늘이 상큼하게 구름속에 얼굴을 드러내 놓았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다.
오는 길에 비슬산 입구 길목식당에서 넉넉한 주인의 인심과 따뜻한 서비스로 오리구이 한 마리 저녁상은 전등불 아래서 맛있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 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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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여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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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대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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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제9교구 소재사 지장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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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사 돌담 뒤편 보각국사 일연선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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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 자연휴양림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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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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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 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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