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소금물에 적시고 있는데 오**씨가 밭에 거름을 낸다고 쇠똥을 푸러왔다.
** 오**
이 사람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못한) 노총각인데 한 번 씩 정신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 단비네가 가은으로 이사를 간 이유도 뒷집에 사는 이 총각 때문이다. 생김새나 말투가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데 그냥 편안하게 대했다간 무척 귀찮게 한다고 한다. 폭력적이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 한 번 친절하게 대답하다가 대화를 끊지 못해 혼이 난 적이 있다.
'괜히 말을 시키면 어쩌나' 하고 쫄면서 부지런히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는데,
"개 키워 보셨어요?"하고 말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속으로, '아, 눈 앞에 있는 개가 안 보이냐?'하면서도 겉으로는 못 들은 척 하였다.
그랬더니,
"개는 몇 달 만에 임신을 할 수 있는 지 알아요?"하기에 계속 못 들은 척 했다.
그랬더니,
"개도 상상 임신을 할 수 있어요?"라고도 하고,
"개 새끼 한 마리 줄 수 있어요?"라고도 하고,
"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가 보죠? 개 안 키워 봤어요?"라고까지 했다.
드디어는, "저 강아지, 키울거예요?"라고 하며 우리 돌돌이(원래 초롱이만 남기고 다 분양했는데 우리 아주머니가 가져간 강아지가 안 짖는다고 바꿔갔다. 돌아온 녀석의 이름을 아빠 개 이름자인 '돌이', 엄마 이름자인 '돌순이'에서 한 자씩 따서 돌돌이라고 했다) 를 가리켰다.
싸늘하게, "네!"했더니, '이제 대답을 하는구나' 하고는 마구 질문을 퍼 부을 태세였다. 그래서 괜히 물소리를 철벅거리며 요란하게 일하는 시늉을 하여 말 할 기회를 안 주려고 했다. 그랬더니 제풀에 지쳤는 지 더 이상 아무말도 안하고 쇠똥을 다 퍼 담은 다음 경운기를 몰고 내려갔다.
좀 미안한 맘이 들기도 했지만 그동안 젊은 귀농자들이 이 사람에게 받은 스트레스도 만만찮고, 또, 괜히 가까이 했다가는 단비네처럼 이 마을을 떠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잘 처신한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 말로는, 예전부터 마을마다 저런 사람이 꼭 한 사람씩은 있었다고 한다)
오늘 배추를 절여놨다가 내일 김장을 할 생각이라 김장거리도 사야하고, 오랜만에 온천 목욕도 하기로 해서 승희씨와 가은에 나갔다.
날씨가 푸근해서인지 시장거리의 느낌도 포근하고 오늘따라 남자 어르신들의 행차가 많았다.
승희씨 말로는, 쌀 수매가 끝나서 어르신들이 좀 한가하니 장구경을 나오신 것이라 했다.
**이번 쌀 수매는-,
아주 싸래기 쌀이거나 후진 쌀도 특급이나 일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승희씨는 그것이 다 정부에서 '농민들의 불만을 일단 잠 재우기 위한' 작전일거라 했다.
찹쌀, 새우젖, 쪽파, 마늘...... 그리고 쥐약도 샀다.
** 쥐
요즘 우리 집 천장 위에서는 잔치가 벌어졌다. 아마도 쥐가 새끼를 낳은 듯, 사람으로 치면 '응애'에 해당하는 아기 쥐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지더니 산후구완을 하느라 후다닥 뛰어 다니는 소리도 들리고.... (순전히, 밤마다 천정을 보면서 항상 그려보게 되는 그 위의 생활에 대한 나의 상상인지도 모른다) 봄에는 다람쥐만 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쥐들이 입주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다세대 주택을 분양한 것 같다.
그래서 끈끈이를 사다가 놓아도 보고 쥐약도 놓고 했는데 어찌나 영리한 지 살짝 살짝 피해다니고 먹을 것도 헤집어만 놓고.... 통 효과가 없다. 누군가 물약이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물약을 사려하니 사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건 사람들이 자살용으로 이용할 수가 있어서 파는 쪽에서 무척 신중해야 하는 모양이다. 약국에서만 취급한다는데 약국에 들렀더니 파는 절차도 까다로와서 취급을 안한다고-.
아무래도 고양이를 한 마리 키워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중이다.
하지만... 쥐도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해음모를 계속 세우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요??
대원각에 들러 염재로 쓸 양파 껍질을 얻고 오늘은(한 단계 높여서) 짬뽕을 먹었다. 사실, 장날마다 양파 껍질을 가져가기로 한 후 부터는 가끔씩 인사치레 삼아 짜장면을 사 먹곤 한다. 이번 것은 잘 골라서 새벽이네를 줄 생각이다. 내가 먼저 선수를 친 바람에(그땐 그런 생각도 없었지만) 대원각 양파 껍질은 마치 나의 것인양 되어버린 것 같아 좀 미안하다. 사실, 대원각에선 음식 쓰레기를 내가 처리해 주니 더 좋아한다. 또, 배추며 파 껍질등을 같이 버리면 내가 다 가져와서 양파 껍질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소를 주기 때문에 우리 아주머니도 좋아하시고....
'이모양과 함모양의 몸 값이 어쩌고...' 하는, 스포츠 신문의 기사를 읽으며 짬뽕을 먹고 문경 온천에 갔다.
'몸에 좋은 산야초'라는 책에서 산동백나무(생강나무)의 잔가지와 잎이 산후풍에 좋다고 하는 것을 읽었기 때문에, 채취를 해 말려 두었던 것을 푹 달여서 보온병에 넣어가지고 왔다. 몸을 데우며 마시면 더 좋다고 되어있어서 욕탕 안에서 한 잔씩 따라 마셨다. 좀 별난 행동으로 보일까봐 신경이 쓰였는데 마침 월요일이라 한산한 편이어서 다행이었다. 온천욕을 하면서 마셨더니 정말 효과가 있는 지 몸이 뜨거워 지면서 땀이 흘러내렸다.
오랜만에, 몸이 날아갈 듯 가볍고 상쾌한 기분-.
승희씨와 약속한 시간에 로비에서 만나 돌아왔다. 폐차장에 들러 차 온도계(뭐하는 건지 나는 모름)를 오천원에 사서 은성경정비에 들렀다. 마침 장선생과 베드로씨도 와 있었다.
모두 차를 고치며 커피를 마시고.......
저녁은 콩고물 주먹밥을 해서 국물과 함께 먹고.......
승희씨는 내일 풍물 수업이 있다고 연습을 하고, 나는, 바느질을 했다.
첫댓글 쥐 소탕작전에 저까지 개입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시골가서 들은 얘기로는 천정에 빙 둘러 석회를 뿌려놓으면 얼씬도 못한다네요.
응? 정말요? 석회공장이 바로 가까이 있는데 아예 가마니로 뿌려봐야지! 경선씨 꿈에 걔들이 나타나면 어쩌누~~~ 히히... 신난다. 하우스 안에도 뿌려야지. 거기다 배추를 좀 저장해 놨는데.... 짜식들!
아서요 계해씨,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잖아요...쥐는 물론이지만 석회란게 아마 사람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하우스에도 가장자리에만 적당량 뿌려놓으세요. 배추는 잘 덮어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