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과몰입이 낳은 상처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비난 지나쳐...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출연자들에 대한 비난과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점점 도를 넘고 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며 출연진 중 특정 개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는 '환승연애2 000 졸사'라는 이름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일반인 출연자의 졸업사진과 함께 외모를 폄하하는 내용이 게재되었다. 사진을 본 이용자들은 "아무리 프로그램에 나온다지만 일반인의 졸업사진을 마음대로 올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과 "이쁘다"라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이나, 그 게시물을 시작으로 해당 출연자의 졸업사진이 퍼지며, 졸업사진을 다룬 유튜브 영상까지 생겨났다. 일각에서는 공인으로서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인데 너무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위와 같은 악의적 콘텐츠가 SNS에 퍼 날라지며 온라인 폭력이 가중된다는 점이 문제시되고 있다. 현재 공중파에서 진행 중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출연자는 방송이 끝나고도 이어지는 외모 비하와 악플 세례에 "제가 싫다면 그냥 지나치고 관심 갖지 않으셔도 좋다.", "제게 경솔하다고 말하기 전에 본인이 퍼붓는 말에 부끄러워하시라.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살고, 10년을 상처받을 수도 있다"며 호소했다.
이러한 추측성 비난과 도 넘는 사생활 침해에는 유튜버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난 9월, 일반인 출연자를 ‘빌런’이라 칭하며 어그로(agro)를 끄는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여자 일반인 출연자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등 악의적 콘텐츠로 채워졌으며, 댓글 역시 출연자를 비방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처럼 그 목적이 불순한 추측성 영상물들은 시청자가 출연자들을 비방하게끔 유도한다는 지적이 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청자이자 위와 같은 상황을 지켜본 대학생 박모(22)씨는 " 처음에는 프로그램을 보는 애청자로써 가벼운 마음으로 마냥 즐겁게 시청했는데, 점점 사생활 침해와 같은 문제들이 계속되다 보니 이러한 현상들이 심각하게 다가오면서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좋게 보이지 않는다." 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연예인을 넘어서, 이제는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의 이황석 교수는 “사실 주지하다시피 방송국이나 제작을 담당한 대형 프로덕션들은 출연진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교묘히 피해 간다. 그러나 해당 매체는 예기치 않은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출연자들에게 고지해야 하며, 적어도 최종 방송이 있기 전에는 미리 가편집본을 출연자들이 확인하게 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캐치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지상파, 종편, OTT 모두 포함하여 올해만 25개가 런칭되는 등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시청률을 위해 점점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그 이상으로 바라봐선 안되며, 더 이상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비난의 화살과 사생활 침해는 계속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