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기록
Q0.당신은 누구인가요?
아아, 오랜만에 한국어로 이야기하러니 조금은 어색하군요.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일본의 열쇠공입니다. 일본에서 산지는 5년 정도가 되었고, 열쇠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요즘은 취미로 열쇠를 만드는 일과 함께 금고 문을 여는 일을 함께 하고있습니다.
Q1. 금고 문은 어떻게 여는 건가요?
구슬을 넣고, 금고 문을 열다 보면, 허탕을 칠 때도 있지만, 가끔 넣은 구슬보다도 많은 구슬을 얻을 수 있다 보니, 나는 이것이 퍽 재미있었던 참입니다. 그 구슬을 가지고 점원을 찾아가면, 돈으로 바꿔주는 시스템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단 말입니다.
도쿄에서의 생활에서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던 저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이 아니겠습니까? 술과 담배와 같은 유흥에 적응하지 못하던 제가, 일생 처음으로 즐길 수 있는 유흥거리라니, 이것이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인지는 여기서는 저 말고는 아무도 모를 정도란 말입니다.
500엔 동전을 넣고(이곳에서 돈은 한국의 10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동전을 넣다 보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합니다.) 구슬 대여를 누르면, 쇠구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1 구슬에 대략 1엔씩, 대략 500개의 구슬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 구슬들을 넣고 동그란 레버를 쏘면, 조그마한 금고 문의 열쇠 구멍을 향하여 구슬이 들어갑네다. 구멍이 들어가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빛이 나는 그곳으로 걸어가다 보면, 항상 수많은 구슬이 있습니다. 금고만 제대로 연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당신에게도 그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Q2, 왜 아직도 금고 문을 열고 싶은건가요?
저는 열심히 일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머나먼 타지에서 욕과 핍박을 들으며, 자재를 나루고 철을 다듬어가면서 번 얼마 되지도 않는 돈, 그것을 그리운 곳에 있는 가족들에게 반절 이상 바치고 나면, 그 남은 돈으로 월세와 공과금들을 지급하고, 수중에 있는 돈을 가지고서 가계부를 적는 게 원래 저의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앞선 발언들만 놓고보면 제가 조금 풍족해 보일수도 있지만, 하루에 밥 한 끼니씩을 꾸준히 거르면서도, 다이어트를 하기 때문이라고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해야 하는 인생의 연속이었다는 말입니다.
친구들은 머나먼 타지에 있고, 제 옆에는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제가 이방인임에도, 만유인력이 법칙에 따라 물체가 서로를 끌 듯이, 저는 그들을 이방인으로 느낍니다. 저는 얼마나 오래 이 지옥에서 살아남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더 많은 금고 문을 열어서 금의환향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채워져서, 그래서 금고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당장이라도 또 문을 열러 가고 싶습니다. 솔직해지자면, 이제는 금고 문이 열리든, 열리지 않든 크게 상관없습니다. 금고가 열릴 것이라는,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그 쾌감에 중독된 것이지, 사실 금고가 한평생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나는 문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발언이 제가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을 여는 행위에 꾸준히 돈을 쓰는 것은 사실이나, 많은 돈을 쓰고, 해이해지고, 패가망신을 시키지 않았으니까 말이지요. 비록, 많은 돈을 들고 오지는 못하였지만 말입니다.
그저 가족들이 저를 오해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위해, 이 문을 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는 당장이라도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일본으로 돌아가, 금고문을 다시 한 번 더 열고싶습니다.
상담사의 소견
본인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로 보임. 문을 열어주면 돌이킬 수 없을것이라는 확신이 듦. 금고 문이 열리는 빈도를 늘리되, 금고 문 안에 구슬을 적게 조절할것.
0520
담당상담사 : 마몬
첫댓글 뭐야 ! 너무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