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C5893C5AD8B83829)
책 읽으며 졸기
- 김기택
잠이 깨는 순간마다
얼핏 책상 앞에서 졸고 있는 내가 보였다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코고는 소리를 얼른 멈추고 있었다
소매로 입가의 침자국을 닦고 있었다
졸음을 쫓아내려고 머리를 흔들고
열심히 눈을 비비고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글자에 촛점을 맞춘 나는
더이상 졸지 않고 책에만 집중하였다
는 생각 속에서 허겁지겁 빠져나와
침 닦으며 눈 비비며 다시 잠 깨는 나를 보았다
이제야말로 깨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머리통은 또 한쪽으로 꺾이어 있었다
분명히 멈추었다고 생각했던 코고는 소리를
다시 멈추고 있었다
부릅떴다는 생각 속에서 어느새 풀려버린 눈을
다시 번쩍 뜨고 있었다
또렷하게 보였던 글자들이
부랴부랴 허공에서 책 속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이젠 정말로 정신 차리자고 기지개를 하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본 다음
자세를 고치고 마음을 다잡아 글에 집중하였다
는 생각 속에서 깨어 침을 닦고 있는 나를
꺾인 고개를 얼른 세우고 있는 나를
굳게 붙어버린 눈을 뜨고 있는 나를
잠시 후 다시 보고야 말았다
책 보는 걸 아예 포기하고 책상에 엎드렸다
기다렸다는 듯 단내 나는 잠이 한꺼번에 밀려와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는 생각 하나가
잠 속에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 시집 『껌』(창비, 2009)
* 김기택 :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등이 있음.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3B0405AD8B7D10B)
졸음은 참을 수가 없어요. 너무 무거워요. 천하장사도 들어 올릴 수 없어요. 큰 산, 큰 바다이지요. 번쩍 들어 올려 옮길 수도, 헤엄쳐 빠져나올 수도 없어요. 무너지고 무너지는 기슭 흙이에요. “에라, 모르겠다. 까짓것 자 버리자.” 이럴 때 많았지요. 그러나 그럴 수 없을 때 더 많았지요. 얼마나 난처했는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죠. 아시잖아요? 졸음은 불가항력이라는 것을. 졸음은 제 잘못이 아니랍니다. 7월의 햇살 아래 저에게 말똥말똥한 눈을 기대하지는 말아요. 얼음 같은 수박 한 통 쩍 잘라 먹으면 이 졸음 달아나실지……
문태준 시인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88C395AD8B8252B)
첫댓글 학교 다닐 때는 책만 펴면 왜 그리도
졸렸는지.
지금은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날이 더 많은데......